[분석과 의견]

경찰, 참사 17일전부터 핼러윈 축제 클럽 마약 단속 계획

대통령의 지시 연장선에서 핼러윈 데이 마약 단속

안전 대책 의도적 도외시 여부 수사해야 할 쟁점

사전 예방 못한 부분 참사 원인 규명의 중요한 축

이태원 참사 하루 전인 10월 28일 ‘핼러윈 데이 마약 단속‧예방 특별 형사활동 계획’이 아닌 ‘핼러윈 데이 국민 안전 특별 경비활동 계획’을 세웠다면 어땠을까?

‘10만명 이상의 인파가 밀집될 것으로 뻔히 예측된 상황에 대비하는 안전 대책만 있었더라면…’

과거에 대한 가정은 부질없긴 하지만, “압사당할 것 같다”는 11건의 112신고도 없었을테고, 참사는 당연히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따져보진 않았어도 일반 국민 누구나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이태원 참사' 후 첫 문답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이태원 참사' 후 첫 문답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금 윤석열 대통령의 추궁,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의 힐난, 여당 의원들의 집중적 비난의 화살은 참사 당일 첫 112신고부터 참사 발생까지 4시간의 부실 대응에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경찰 정보과 직원이 안전 우려 보고서를 낸 점으로 보면 충분히 사전 대책과 예방책이 시행됐어야 했다. 그러지 못해 참사로 이어진 것이다.

용산서 정보과의 정보관은 참사 3일전인 10월 26일 코로나19 이후 첫 핼러윈이라 인파 밀집이 예상된다는 내용을 담은 ‘이태원 핼러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 분석’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올렸다. 참사후 감찰과 특수본 수사가 시작되자 서울지방경찰청 공공안녕외사정보부장의 정보보고 문서 삭제 지시로 이 문서가 삭제된 사실은 이태원 인파 밀집 위험성의 사전 경고가 있었다는 정황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참사 직전 부실한 상황 대응과 함께, 위험 경고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사전 안전 대책이 왜 나오지 않았는지 등 참사 예방을 못한 부분이 참사 원인을 따지는 중요한 축이어야 한다. 예고되지 않은 ‘지진’ 같은 재앙이 아니라, 막을 수 있었던 참사였기 때문이다. 

참사 전 상황 대응은 용산서 및 서울지방경찰청 경찰청 등 경찰 책임론과 연결되고, 사전 예방책 미비는 용산구청장 서울시장 그리고 재난 안전과 관련된 상급 기관인 경찰청장 행안부장관 대통령 등 정부 및 지차제 책임론과 직결된다.

尹 '마약과의 전쟁' 주문…경찰, 안전 대책 보다 마약 단속 쏠려

집회와 시위 관리 노하우를 수출해도 모자람이 없을 경찰이 ‘위험 경고 보고’에도 불구하고 이번 핼러윈 인파엔 왜 소홀했을까?

1차적으로는 경찰이 핼러인 인파 밀집에 대한 안전 대책 보다는 인파 밀집 상황을 이용한 대대적 마약 단속에 나섰다는 점이다. 경찰은 ‘마약과의 전쟁’에 따라 클럽‧유흥업소 중심의 마약 특별단속을 실시해오던 중이었고, 경찰청은 특히 참사 하루 전날 핼러윈 데이에 맞춰 마약 단속 특별형사활동 계획을 서울지방경찰청에, 서울지방경찰청은 서울 각 경찰서에 하달했다. 

핼러윈 데이의 이태원 클럽은 경찰의 단속에 딱 좋은 마약 단속 사냥터였을 것이다. 압사 참사 직전 이태원 현장에 있던 경찰 137명 중 50명은 마약 단속 인력이었다. 김광호 서울지방경찰청장도 국회 행안위에서 “먀약 쪽에 비중을 뒀던 것은 맞다”고 인정했다. 김 청장은 “예방 활동을 했다”고 했으나, 경찰청이 참사 전날 간이시약기(오랄톡스) 2,000개를 구매한 것으로 봐 클럽 등을 중심으로 한 단속 활동에 무게가 실려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핼러윈데이 인파 밀집을 알면서도 왜 안전 대책 보다는 마약 단속에 집중하게 됐을까? 

윤석열 대통령의 ‘마약과의 전쟁’ 드라이브가 직접적인 배경이다. 멀리가지 않고 이태원 참사 직전 10월 한달 윤석열 정부의 대응만 보면 경찰이 안전 대책을 등한시한 이유를 금세 알 수 있다.  

윤 대통령은 10월 11일 국무회의에서 ‘범 정부 차원의 마약 대응 마련’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경찰청 형사국은 다음날인 10월 12일 ‘할로윈 축제 클럽 마약류 집중 단속 계획(문서번호 1810324-12374)’을 세웠다. 이태원 참사 17일 전이었다. 

이태원 참사 발생 17일 전인 10월 12일 부터 경찰청이 마련한 '할로윈 축제 클럽 마약류 집중 단속 계획'
이태원 참사 발생 17일 전인 10월 12일 부터 경찰청이 마련한 '할로윈 축제 클럽 마약류 집중 단속 계획'

이미 이 때부터 핼러윈 데이 인파 운집을 예상하고 마약 단속을 계획한 상황으로 보면, 마약 단속에 치중하느라 안전 대책을 소홀히 한 것이 아니라 마약 단속 성과를 위해 안전 대책을 세우지 않았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하기 어렵다. 

안전 대책 의도적 도외시 여부 음모론 공격 받을 사안 아니다 

질서 유지와 계도 위주의 안전 대책과 클럽 등의 혼잡한 상황에서 마약 단속은 동일한 장소에서 양립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 점에서 마약 단속을 위해 경찰 고위층이 안전 대책을 의도적으로 도외시했는지 여부는 앞으로 특수본 수사에서 가려야 할 쟁점이지, 음모론으로 공격 받을 사안이 아니다. 

바로 다음날인 10월 13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마약과의 전쟁’을 대검에 지시하고, 대검은 하루 뒤 ‘마약범죄 특별수사팀 설치’를 발표한다. 윤 대통령의 ‘범 정부 대응’ 주문에 맞춰 검찰과 경찰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마약 단속’ 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그로부터 1주일 뒤인 10월 21일 윤 대통령은 경찰의 날 축사에서 “마약과의 전쟁에서 승리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10월 24일 윤 대통령은 한덕수 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마약과의 전쟁이 절실하다. 특단 대책을 강구해달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은 이 같은 윤 대통령의 발언을 언론에 공개 브리핑하고, 한 총리는 범 정부 종합대책 마련을 지시한다.

참사 이틀전 여당과 관계부처 총동원된 마약 대책 

지시는 이틀 만에 이행된다. 10월 26일 오전 국민의힘과 정부 부처간 당정협의회에선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이 제시됐다. 국민의힘 측에선 성일종 정책위의장, 행안위 여당 간사인 이만희 의원, 법사위 여당 간사인 정점식 의원, 보건복지위 간사인 강기윤 의원 등이, 정부 측에선 방문규 국무조정실장, 이노공 법무부 차관,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 윤희근 경찰청장, 오유경 식약처장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선 10월 12일 ‘할로윈 축제 클럽 마약류 집중 단속 계획’을 세웠던 경찰청 김희중 형사국장이 마약범죄 동향 및 대응 보고를 했다.

당정이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약류 종합대책'을 확정한 날은 공교롭게도 용산서 정보관이 핼러윈 축제 위험 분석 보고를 올린 날이기도 하다. 핼러윈 데이에 대대적 단속 계획을 세우는 상황에서, 같은 장소에 대한 안전 우려 보고서가 눈길을 받긴 어려웠을 것으로 짐작된다.

당정협의 이틀 뒤이자 참사 하루 전인 10월 28일 경찰청 형사국이 하달한 ‘할로윈데이 마약 단속‧예방 특별형사활동 계획’은 이런 흐름의 연장선에서 나온 대대적 마약 단속 계획이었다.  경찰청이 간이 시약기 2,000개를 구매한 것도 이날이다. 

이태원 참사가 있던 당일인 29일 경찰은 서울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와 동작서 강북서 광진서에서 인력을 지원 받아 이태원 마약 단속에 집중시켰다. 하지만 이태원 압사 참사로 이 단속은 취소됐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국회 운영위에서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마약 단속 치중하느라 안전 대책은 소홀하지 않았느냐”고 따져 묻자 김 실장은 “별개의 문제다”고 답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지시부터 경찰의 '핼러윈 데이 마약 단속' 인력 동원까지 이르는 과정을 보면 안전 대책 미비와 마약 단속을 별개의 사안으로 보기 어려운 구조다. 제왕적 권한을 가진 대통령의 시선이 ‘마약과의 전쟁’에 꽂혀 있었기 때문에 경찰은 핼러윈데이 인파 밀집 상황을 예상하면서 안전 대책보다는 마약 단속을 선택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현장에 137명의 경찰이 나가 있었는데도 아비규환 상황에 왜 대응을 못했는지 도저히 납득이 안된다고 질타했다. 그런데 현장에 배치된 137명의 경찰 인력 중 절반 가량은 마약 단속이 목적이었다. 정부책임론의 정점에 위치한 대통령이 직접 이태원 참사의 원인을 당일 4시간 현장 대응으로만 국한해 추궁하는 것은 책임회피이다. 

'대통령의 눈'과 '검사의 눈'

생활속 마약 침투가 우려할 단계에 있다곤 하지만 대통령까지 나서 절실한 국정 현안으로 마약과의 전쟁을 밀어붙이는 게 적절했는지도 규명되어야 한다. 대통령이 유체이탈 화법으로 현장 경찰의 책임만 추궁해선 안되는 이유다. 

검사에서 대통령으로 직행한 윤 대통령이 ‘검사의 눈’이 아니었다면 과연 ‘마약 단속’을 그렇게도 절실한 범 정부 국정 현안으로 독려했을까. 검사가 하는 일은 법질서 유지를 위한 범죄 대응이지만 대통령은 정치인이고, 국정을 이끄는 최고 책임자다. 현장 경찰과 소방대원들의 법적 책임을 묻기 앞서 윤 대통령부터 정치적 책임을 스스로 돌아볼 일이다. 또 표출하는 말과 다르게 혹시라도 밑바닥에선 여전히 국민을 단속 대상이나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검사적 기질이 작동하고 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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