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이라면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주는 괴상하거나 무서운 이야기 등을 지칭하는데, 많은 사람이 사실처럼 믿고 있지만 근거가 없는 이른바 ‘도시괴담(都市怪談)’이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전설처럼 떠돌곤 한다. 예를 들어 ‘선풍기를 틀어놓고 자면 죽는다'는 얘기도 우리나라에서만 통용되는 괴담의 일종으로 분류된다. 이러한 괴담 중에는 당대의 과학기술 이슈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들도 적지 않은데, 밀레니엄 버그를 둘러싼 해프닝도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21세기에 출생한 청소년층들은 경험하지 못했겠지만, 연배가 좀 되는 이들이라면 서기 2
우리나라에서 노벨상에 대한 조급한 집착과 콤플렉스가 여전한 만큼, 필자는 노벨상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노벨과학상을 어떤 인물이 구체적으로 무슨 분야에서 노벨상을 받는지는 유의미한 지표가 되기도 한다. 즉 매년의 노벨상 수상자와 업적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세계적으로 중요시되는 연구개발 동향과 특징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작년에는 두 분야에서 인공지능(AI)을 개발한 연구자들이 노벨상 수상자 대열에 합류하게 되어 과학계 안팎에서는 적지 않게 놀랐고, 더구나 '컴퓨터공학자들이 노벨물리학상, 노벨화학상을 받는다는 것은
우리나라 과학기술계 안팎에서는 거의 해마다 되풀이되는 현상이 하나 있다. 이른바 노벨상 시즌, 즉 각 분야의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는 10월 초가 되면 언론과 정치권 등을 중심으로 ‘우리는 왜 아직껏 과학 분야 노벨상을 하나도 못 받나’하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쏟아진다는 것이다. 해마다 10월 즈음에 노벨상 관련 기사와 보도들을 모니터링해 온 필자로서는, 그중에서도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한가지 발견할 수 있었다. 즉 일본인 출신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없는 해에는 비교적 잠잠하다가, 이웃 일본에서 과학 분야 노벨상이 배출되는 해에는
지난 글에서 영원히 살 수도 있는 자연적 모델로서 ‘작은보호탑해파리’라는 동물의 예를 들면서, 최근의 노화 연구 동향에 대해 간략히 언급하였다. 그중에는 염색체 말단에 존재하는 텔로미어(Telomere)에 대한 연구나 유도만능줄기세포(iPS; induced Pluripotent Stem cell)에 의한 역분화 방법도 있고, 노화된 세포를 제거하는 약물을 투입하거나 젊은 개체의 피를 수혈하는 방법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러나 노화 현상을 극복하여 인간의 오랜 꿈인 불로불사를 실현하기에는 아직 여러 위험과 부작용의 우려가 있다. 가
영원히 늙지 않고 살 수 있는 ‘불로초’를 찾다가 50세에 죽었다는 진시황뿐 아니라, 오래 살고 싶다는 바램은 누구에게나 공통적인 인간의 기본적인 소망의 하나일 것이다. 따라서 옛날부터 여러 문명권에서 나름의 독특한 장수 비결이 존재해 왔다. 그리고 고대와 중세에 동서양에서 널리 행해진 연금술은 금을 만들어내기 위한 것뿐 아니라, 불로불사의 명약을 만들어내는 일 또한 중요한 목적의 하나였다.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화와 죽음은 자연의 기본 섭리로서 늙지 않고 영원히 산다는 것은 인간의 부질없는 욕망일 뿐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최근의
수학에서 전문 학자들 뿐 아니라 일반 대중들에게도 흥미와 관심을 끄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잘 풀리지 않는 어려운 문제들이다. 역사적으로 난문제는 수학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해 왔다고 볼 수 있다. 비록 문제를 바로 해결하지는 못했을지언정, 많은 수학자들이 어려운 문제를 풀려고 애쓰는 과정에서 새로운 것들을 발견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가장 오래된 수학 난제로서는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알려진 ‘3대 작도문제’라는 것이 있었다. 이는 눈금 없는 자와 컴퍼스만을 이용해 ① 임의의 각을 3등분하여 작도하는 것, ② 주어진 원과 같은 면적
지구에서 첫 생명체가 탄생한 이후로 수십 억 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수많은 생물들이 새로 생겨나고 멸종하기를 반복하였다. 다섯 번의 대멸종을 포함하여 크고 작은 멸종사태들을 많이 겪다보니, 여전히 지구상에서 생존을 이어가는 동물과 식물들은 지금은 사라진 생물종들에 비해 매우 적은 비율에 불과하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볼 수 있는 동물과 식물 중에는 1억~2억년 이상의 오랜 세월 동안 거의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살아온 것들도 있고, 오래전에 멸종한 것으로 알았지만 뜻밖에도 생존이 확인되어 놀라움을 안겨준 종들도 있다. 이들 ‘살아있는
새 정부에 바라는 과학기술정책에 관한 제언으로서, 지난 글에서는 기초과학의 발전 방안에 대하여 논의하였다. 이번 글에서는 정부의 과학기술 행정체계 및 관련 쟁점에 대해 주로 언급하고자 한다. 그동안 명칭과 조직체계가 여러 차례 바뀌기는 했지만, 현행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일컬어지는 중앙 부처는 오랫동안 우리나라 과학기술 행정에서 중추적 역할을 해 왔다. 우리나라에서 과학기술을 관장하는 독립된 정부부처로서 과학기술처가 생긴 것은 1967년이다. 기존의 원자력국이 확대 개편되면서 과학기술처로 발족하였고, 이후 1998년 김대중 정부 출범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 가까이 되면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및 차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등이 속속 임명되어 과학기술계의 주요 행정부도 진용을 갖추게 되었다. 이전 정부의 연구개발비 대폭 삭감 등으로 인하여 과학기술 연구 생태계가 붕괴 직전의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는 만큼, 새 정부에 거는 과학기술인들의 기대는 어느 때보다 높다. 이처럼 중차대한 시점에서 새 정부의 과학기술 행정과 정책은 어떻게 펼쳐 나아가야 하는가? 중요한 요소들이 한둘이 아니겠지만 먼저 기초과학의 혁신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우리의 언론이나 오피니언 리더
최근 기후변화로 인하여 장마가 실종되었는지, 때 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가뭄으로 고통받는 지역들도 적지 않아 농작물 피해마저 우려된다. 거의 모든 동식물은 일반적으로 물 없이는 생존을 유지하기가 힘들며, 사람은 물을 마시지 않고는 며칠도 버티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생물 중에는 물 없이도 오랜 시간을 버틸 수 있는 종들이 있어서 놀라움을 안겨준다. 즉 물이 없는 상태 등 극한의 환경에서는 신진대사 기능을 최소화하여 버티다가, 물이 공급되고 환경이 좋아지면 원래의 상태로 복귀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른바 부활초(Res
오랜 지구의 역사는 여러 지질시대로 구분이 되는데, 현재는 신생대 제4기 홀로세(Holocene Epoch)에 해당한다. 그런데 환경오염 및 기후위기 등이 고조되면서, 최근 학계에서는 인간이 지구환경에 극적인 변화와 영향을 미치게 된 새로운 지질시대로서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쟁이 진행되었다. 인류세라는 용어는 1980년대에 미국의 한 생물학자가 처음 사용하였고, 네덜란드의 대기화학자인 파울 크뤼첸(Paul Jozef Crutzen)이 2000년에 학회에 제안하면서 널리 알
인터넷과 모바일 등을 통한 네트워크가 발전하면서, 집단지성이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하고 실제로도 많이 이용되고 있다. 즉 온라인에서 다수의 대중과 전문가들이 묻고 답하기에 참여하면서 위키피디아(Wikipedia) 등 집합적인 지식을 창출하고,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을 통해 후원과 기부, 새로운 사업에 투자 등 경제행위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새 정부 들어서 장·차관 및 공공기관장 등 주요 공직에 국민추천제를 도입하여, 집단지성을 활용한 인재 발굴도 추진하고 있다. 과학기술 연구에도 집단지성이 활발히 적용되는데, 전 세
최근 아시아 국가들의 중심으로 코로나19(COVID-19)가 크게 확산하고 있다고 한다. 즉 태국, 중국, 홍콩 등지에서 확진자의 수가 급증하였고, 대만 보건 당국은 국민에게 마스크를 다시 착용할 것을 권고할 정도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심각한 편은 아니지만 역시 코로나19의 검출률이 증가 추세에 있어서, 시민들은 감염병 예방 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노약자 등 고위험군은 백신을 접종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지난 2020년 초부터 거의 전 세계가 고통을 받았던 코로나19 팬더믹이 종료된 지 몇 년 지나지도 않았는데, 올 여름철에 다시 재
최근 인공지능(AI)이 하루이틀이 다르게 급속히 발전하면서, 인간의 두뇌를 능가하면서 여러 방면에서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 이른바 범용 인공지능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역시 출현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물론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 알파고가 세계 최고수 바둑기사를 이긴지 벌써 10년이 지났고, 다른 분야에서도 인간보다 뛰어난 인공지능이 이미 활용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범용성은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비해 AGI는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으면서도 다방면에서 두루 활용될 수 있어
약 1년 전, 세계적인 걸그룹을 보유한 연예기획사의 여성 대표가 경영권 분쟁을 겪던 와중에 자청했던 기자회견이 큰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거친 표현도 불사하는 회견의 내용 못지않게, 그녀가 착용했던 녹색 티셔츠와 모자가 큰 인기를 끌면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고 한다. 오래전부터 이와 비슷한 일들이 간혹 일어난 적이 있는데, 김영삼 정부 시절 무기 로비스트로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여성이 착용했던 선글라스가 역시 불티나게 팔려나간 적이 있다. 희대의 탈옥수로 이름을 날렸던 신창원이 체포 당시에 입었던 티셔츠 또한 그 직후 없어서
휴대전화가 생활필수품이 되고 스마트폰 없이는 일상생활을 영위하기조차 쉽지 않은 오늘날의 젊은 세대들에게는 생소할지 모르지만, 예전에 긴급한 정보를 가장 빨리 전달할 수 있는 것은 전보(電報)라는 통신 수단이었다. 휴대전화는커녕 유선전화도 많지 않았던 시절, 우편으로는 며칠씩 걸리는 지역이라도 단문을 전달하는 전보는 당일 내로 수취가 가능하였다. 필자 역시 젊은 시절 첫 직장에 지원했을 적에 합격 통지를 전보를 통하여 전달받았던 기억이 난다. 20세기 말부터 인터넷과 이동전화가 활발하게 보급되면서, 전보는 긴급통신 수단으로서의 지위를
최근 경북 지방을 비롯하여 우리나라 곳곳에서 일어난 산불은 엄청난 피해를 내면서 역대 최악의 산불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금세기 들어서 전 세계적으로 산불의 빈도와 규모가 더욱 커지고 있는데, 인간의 힘으로 도저히 진화하기 어려운 경우마저 자주 발생하고 있다.그리스에서는 2007년부터 전국적 규모의 동시다발적 산불이 자주 발생하여 큰 피해를 냈고, 2018년 여름에는 사상 최초로 유럽의 거의 모든 나라에서 산불이 일어난 적이 있다. 거의 해마다 반복되는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의 산불은 한 달 이상씩 지속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최근 인기리에 상영 중인 SF영화 중 하나는 외계행성으로 이주한 이들의 삶을 그리고 있다. 국내에서 1,0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인터스텔라’를 비롯해 인간이 거주할만한 외계행성을 탐험하거나 다수의 인간이 우주선을 타고 외계행성으로 이동하는 내용의 영화들도 다수가 있다. 외계행성, 즉 태양계 밖의 항성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에 대한 대중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9년에는 외계행성의 존재를 입증한 천체물리학자인 미셸 마요르(Michel Mayor)와 디디에 쿠엘로(Didier Queloz)가 관측천문학
뛰어난 성리학자이자 현실 정치가였던 율곡 이이 선생이 임진왜란 전에 ‘10만 양병설’을 주장했다는 이야기는 너무도 잘 알려져 있다. 다만 정확히 10만 명의 군사를 양성하자고 한 것인지, 후대에 너무 과장되거나 미화된 것은 아닌지 논란이 있기도 하지만, 아무튼 율곡 선생이 병조판서 재직 시에 외적의 침략에 철저히 대비하자고 주장한 것은 사실이다. 태평한 시절이라 해도 국방에 소홀히 하면 나중에 큰 화를 당할 수 있다는 교훈은 이후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지혜를 상징하는 지침처럼 여겨져 왔다. 그런데 이러한 ‘10만 양병설’이 최근까지
생명공학기술은 21세기 들어서도 여러 분야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인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역시 매우 주목해야 할 기술이다. 크리스퍼(CRISPR)란 ‘Clustered Regularl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의 영문 머리글자로서 ‘규칙적인 간격을 갖는 짧은 회문구조 반복단위의 배열’이라는 뜻이다. 회문구조란 앞에서부터 읽으나 뒤에서부터 읽으나 똑같은 문자배열구조를 의미하는데, 이러한 염기서열을 지니는 RNA가 표적 유전자를 찾아내고, CAS9 등 특정의 제한효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