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윤희근 사실상 재신임… 논란이어질 듯

尹 "충북 제천 간것 때문에 그러지(소극적으로) 말라"

용산경찰서 콕 찍어 112신고후 부실 대응 집중 질타

용산서로 책임 돌리고, 윤희근 두둔한 것처럼 비쳐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 용산경찰서의 책임을 추궁하면서도 경찰 지휘 책임이 있는 윤희근 경찰청장에 대해선 사실상 재신임해 논란이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7일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윤 청장에게 이태원 참사 당일인 10월 29일 첫 112신고 시각인 오후 6시34분부터 4시간 동안 상황 관리가 왜 안됐는지를 철저하게 규명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 지시를 하면서 “경찰청장이 그 당시 상황에 충북의 고향에 가 있었다는 것으로 해서 그러지 말고”라며 “수사는 수사대로 하더라도 이 사고에 대한 행정적인 진상규명은 (윤희근) 경찰청장의 권한과 책임에 속하는 것 아닙니까? 그렇죠?”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그러지 말고"는 참사 당일 충북 제천 캠피장에 가 있느라 지휘 공백 사태를 야기하고 상황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책임 규명에 스스로 소극적으로 나서지 말라는 취지로 보인다. 윤 청장의 '지휘 공백' 책임에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는 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대목이다. 

윤 대통령은 오히려 “(첫 112신고 이후) 4시간 동안 인파들의 점유 통행 공간을 넓혀줘야 하는 그런 긴박한 상황조치가 왜 이뤄지지 않았는지에 대해선 우리 경찰청장께서 확실한 책임을 지고 규명해주십시오”라고 말했다. 

책임져야 할 자리에 있는 윤 청장에게 상황 대응 부실의 원인과 책임 규명의 책임을 맡긴 것이다.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윤 청장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재신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태원 참사 당일 광화문 일대에서 대규모 보수‧진보 집회가 있었고, 이태원에 10만 이상의 인파가 밀집될 것으로 예상된 상황에서 윤 청장은 고향인 충북 제천에서 지인들과 월악산 등산을 한 뒤 음주를 하고 캠핑장에서 잠이 들어 제 때 지휘를 하지 못했다.

윤 청장은 당일 밤 11시32분 경찰청 치안상황실 상황담당관이 문자 보고를 했으나 확인하지 못했고, 11시52분에도 상황담당관의 전화를 받지 못했다. 다음날인 0시 14분에서야 상황담당관과 통화가 이뤄져 참사 상황을 알게됐고, 이로부터 5분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게 전화로 총력 대응을 지시했다. 경찰청장의 첫 지시가 참사 발생 두 시간뒤에야 이뤄진 것이다.

전‧현직 경찰 간부들 사이에서 윤 청장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대목이다. “대통령실 인근에서 대규모 시위‧집회가 있던 날 경찰청장이 서울을 떠나 지방에서 개인 일정을 잡아 등반을 하고 캠핑을 할 것 같으면 왜 경찰청장을 하느냐”는 것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제8차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제8차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윤, 용산경찰서에 집중한 공개 책임추궁

윤 대통령은 국가안전 시스템 점검회의에서 “왜 4시간 동안 물끄러미 쳐다만 보고 있었느냐”며 “112신고가 안들어왔어도 조치를 했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경찰 대응을 질타했다.

언뜻 보면 윤 대통령이 “안전 사고를 예방할 책임은 경찰에 있다”며 일선 현장부터 지휘부 대응까지 경찰 전체를 질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윤 대통령의 발언 전체를 보면 책임 추궁은 용산경찰서에 집중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경찰이 통상 수집하는 경비정보, 사람들이 많이 몰릴 것 같다든지 하는 정보를 경찰 일선 용산서가 모른다는 것은 상식밖이라고 생각한다”고 용산서를 지목해 공개적으로 부실 대응을 추궁했다.

윤 대통령은 또 “경찰이 당시 주도로(이태원로)를 당연히 차단했어야 한다”며 “그걸 왜 안했는지 나는 도저히 이해가 안간다. 사람들이 숨도 못쉴 정도로 죽겠다고 하면 현장에서 보고 있으면서도 그걸 조치를 안하느냐”고 질책했다. 이태원 참사의 원인을 사전 안전 대책 미비 보다는 첫 112신고 이후 4시간의 일선 현장 대응에서 찾고 있는 뉘앙스다.

윤 대통령은 이어 윤 청장에게 참사 당일 ‘4시간 상황 대응 부실’의 규명을 지시하면서 “경찰 전체를 잘못했다고 질타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엄연히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책임질) 사람한테 딱딱 물어야 하는 것이지, 막연하게 다 책임지라고 하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얘기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이날 발언들은 경찰 지휘부 책임이나, 사전 안전 대책을 세우지 못한 정부 책임에 선을 그어 수사 가이드라인을 준 것 아니냐는 논란으로 이어질 소지가 크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모두 발언 외에 이례적으로 브리핑을 통해 비공개 회의의 중간발언과 마무리 발언까지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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