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문명사회가 열린 후에도, 질서가 자리를 잡기까지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새로운 인간교육의 효과를 보는 데도 같은 이치가 작용한다. 모든 일에는 절차와 조화가 요구된다. 여기에는 하늘을 대표하는 시간과 땅을 대표하는 공간 그리고 생명을 대표하는 사람의 인연화합이 중요하다. 기다림과 믿음이 시절 인연의 성숙을 인내하는 도리다. 그래서 공자는 산수몽(山水蒙) 다음에 수천수(水天需)를 배치했다. 수(需)는 기다림과 기다림의 결과로 얻을 수 있는 생명의 자양분을 의미한다. 수천수는 위에 물을 뜻하는 감괘(坎卦)와 아래에
대전환의 위기를 대비하는 근원적인 방법은 교육이다. 나는 총체적인 인간교육을 주장한다. 특히 AI가 이끄는 대전환에 맞서기 위해서는 물질을 지배할 수 있는 정신을 깨우는 일이 중요하다. 인간은 어느 시대이건 물질적 변화에 대응하는 정신문화를 확립할 때, 안정적인 발전을 모색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하면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도태되거나, 최악의 경우 지구상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 공자는 그런 의미에서 수뢰준 다음에 인간교육에 해당하는 산수몽(山水蒙)을 배치했다. 주역은 음양이 번갈아 돌 듯이 2개씩 쌍을 이루며, 율려작용(律呂作用)을 통
공자가 중천건과 중지곤을 주역의 앞에 배치한 것은 우주 변화의 원리가 그대로 인류문명의 법칙으로 투영되고 있음을 알려주기 위함이다. 중천건으로 변화의 도리를 세우고 중지곤으로 관계의 도리를 설정한다면, 3번째 괘인 수뢰준(水雷屯)은 천지 간에 새로운 인류문명을 여는 거대한 창업의 도리를 담고 있다. AI에 의해 촉진되고 있는 신문명사회를 대비하는 데 반드시 새겨들어야 할 도리다. 수뢰준의 괘상(卦象)은 생명의 시작을 기호로 표현하는 모습과 같다. 상괘(上卦)에 물에 해당하는 감괘(坎卦)가 있고, 하괘(下卦)에 우레를 뜻하는 진괘(震
우주는 양(陽)과 음(陰)이 맞물려 만들어가는 세계다. 양을 대표하는 중천건(重天乾)이 생명 에너지를 발산하는 생명 활동의 도리를 담고 있다면, 음을 대표하는 중지곤(重地坤)은 그 에너지를 응축하고 생명의 관계를 형성하는 도리를 함축하고 있다. 지상의 여러 생명 요소를 하나로 융합하는 관계의 도리가 없다면, 어떤 생명 에너지도 결실을 볼 수 없다. 공자는 이 이치를 “건은 큰 시작을 주관하고, 곤은 만물을 이룬다(乾知大始, 坤作成物)”라고 풀이했다. 변화를 선도하는 양(陽)과 그 변화에 관계의 질서를 부여하는 음(陰)의 보상 관계가
우주의 대법칙에는 현상과 진리의 양면이 있다. 끊임없이 변하는 현상의 법칙과 영원히 변하지 않는 진리의 법칙은 같지도 않고, 다르지도 않다. 현상 속에 불변의 진리가 내포되어 있지만, 현상의 특성상 진리를 온전히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상과 진리의 모순을 통섭하는 바른 도리를 찾을 때, 현실에서 성공적인 삶을 영위하고 진리의 세계로 넘어갈 수 있다. 주역은 바로 그 도리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주역은 철저히 현상의 변화에 기초하고 있다. 현상은 형태와 작용 양면에서 양극적 요소의 대립과 중화(中和)로 유지된다. 양극
주역(周易)은 세상의 흐름을 예시하는 경전이다. 본래 역(易)에는 주역 외에 연산역(連山易)과 귀장역(歸藏易)이 있었다. 현재는 연산역과 귀장역은 실전되고, 주역만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주역이 지금까지 세상에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은 공자가 역을 새롭게 집대성한 덕분이다. 공자가 역을 편집한 원칙은 하늘과 땅이 맞물려 돌아가는 이치를 삶의 도리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공자가 직접 지은 주역 해설서인 십익(十翼)에서, 우리는 이런 관점을 여실히 볼 수 있다.하지만 지금은 역에 대한 해석이 공자의 의도와는 다르게 변했다. 보편적 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