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TP원장 후보에 '배우자 포함 5년치 계좌내역' 등 제출 요구
법적 근거없는 자료 제출 요구 거부하자 시장에 '지명철회' 요청
서울 한 구청장 "계좌내역 미제출 이유 지명철회 요구는 ‘갑질’"
강기정 광주시장 "나도 이상하다...청문보고서 오면 검토후 판단"
광주광역시 시의원들이 광주광역시 산하 기관장 인사청문회과정에서 후보자와 배우자에 대한 5년치 금융거래 내역을 요구하고, 이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후보자 지명철회까지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적 근거가 없는 후보자와 배우자의 계좌거래내역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명철회요구까지 한 것은 처음있는 일로 시의회의 ‘갑질’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광주광역시의회 광주테크노파크(광주TP) 원장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지난 18일 김범모(59) 원장 후보자에 대한 지명철회를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에게 요청했다. 김 후보자가 인사청문과정에서 ‘최근 5년간 금융거래 내역(배우자 포함)’과 배우자·직계존비속의 평생 직업변동 내역 등 개인 사생활과 관련된 자료 등의 제출을 거부했다는 이유에서다.
김 후보자는 개인정보보호법 4조(정보주체의 권리)와 16조(개인정보의 수집제한)를 근거로 5년치 계좌거래내역이나 직계존비속의 직업변동 내역 등은 “검증 목적에 필요한 최소한의 개인정보가 아니다”며 거부 이유를 밝혔다.
무엇보다 시의회 청문특위가 ‘5년간 금융거래내역’을 요청한 것은 법적 근거가 없을 뿐더러, 장관 청문회에서 조차도 배우자까지 포함한 5년치 금융거래 현황을 제출한 전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 청문 업무 등에 밝은 국회 사무처의 한 직원은 "공직자의 경우 통상 5년치 재산신고 내역이나, 재산변동 내역 등을 요구하지 계좌 거래 내역 일체를 그것도 5년치를 요구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계좌거래 내역 등은 법원의 영장 없이는 볼 수 없는 자료들이다.
광주광역시 인사청문회조례에는 청문특위가 ▲직업·학력·경력 사항 ▲병역신고사항 ▲공직자윤리법에 따른 재산신고사항 ▲최근 5년간 소득세·재산세·종합소득세 납부 및 체납실적 ▲범죄경력 ▲직무수행계획서 ▲인사청문회 공개 동의서 등의 자료를 요청하고, 후보자는 이를 제출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후보자와 배우자 직계 존비속의 개인 신상과 관련한 자료를 요구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은 어디에도 없다.
김 후보자는 시의회 인사청문특위가 요구한 53건의 자료 가운데, 계좌거래내역과 직계존비속 등의 직업변동 내역과 학적 변동 내역 등 3건을 제외하고 해당 사항이 있는 자료는 모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자는 검증에 필요한 ▲5년간 세금납부내역 ▲3년간 근로소득원천징수 영수증 ▲재산보유현황 ▲주식 보유현황 ▲가상자산 보유현황 ▲최근 5년간 부동산 거래 현황(배우자포함) 등의 관련 자료는 전부 제출했다.
서울의 한 구청장은 “지방자치단체 의회가 인사청문대상 후보자에 대해 법적 근거 없이 관행적으로 과도한 개인 신상과 관련된 자료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일부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자치단체장에게 지명철회를 요구하는 것은 지방의회의 갑질”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인사청문회의 경우 지방의회와 달리 ‘인사청문회법’상 위원회의 의결이나 재적 의원 3분의1 이상의 요구로 기관·지방자치단체·기타 기관에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이 경우도 후보자 인사청문과 직접 관련된 자료로 제한하고 있다.
그래서 금융거래내역에 대한 자료 제출을 요구는 할 수 있지만 계좌 거래 내역을 제출하지 않았다고 해서 결격사유로 보지는 않는다. 인사청문회를 담당했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A보좌관은 “국회 청문 특위가 계좌거래내역을 요청하더라도 '개인정보보호법'을 이유로 제출에 응하는 후보는 거의 없다"며 “설령 후보자가 ‘개인정보보호법’을 내세워 제출하지 않는다고 해서 큰 결격사유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의원실 B보좌관은 “재산 형성 의혹이 있으면 검증을 위해 계좌 내역에 대한 자료를 요청하는 경우가 더러 있지만, 의혹이 없는데도 요구하는 경우는 없다”라고 했다.
이에 따라 근거없이 후보자 본인과 배우자, 직계존비속의 과도한 신상자료를 요구한 뒤 미제출을 이유로 '지명철회'를 요구한 것은 '시의회의 권한 남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계좌 내역이 없어도 후보자의 도덕성을 충분히 검증할 수 있는데도 청문회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고 지명철회를 요청한 것은 의회의 권한을 남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광주시의회 인사청문특위는 김 후보자가 선서를 하고 자기소개와 직무수행계획 발표를 했지만 자료 미제출을 이유로 질의 답변 없이 청문회를 파행시켜버렸다.
이 때문에 광주광역시의회가 강기정 시장과 관계가 좋지 않아 ‘시장 길들이기’의 일환으로 후보자 지명철회를 요구했다는 분석도 대두되고 있다.
지명철회 요구를 받은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은 시의회의 지명철회' 수용 여부에 대해 "아직 모르겠다. 검토중이다"고 말을 아꼈다. 강 시장은 "인사청문보고서가 오는 게 순서인데, 아직 저한테 보고된 게 없다"고 덧붙였다.
강 시장은 인사청문특위가 '5년치 금융거래내역'을 요구했다는 부분에 대해선 "글쎄 저도 그게 이상하다"면서 "(계좌 내역 제출 문제가 이전에도 논란이 됐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는 중이다"고만 말했다.
[반론]
광주광역시의회 인사청문특위 박필순 위원장은 "위원회의 결의사항으로 (5년치 금융거래내역) 자료를 요청했고, 시의회에서 과거 모든 후보자에게 요구한 필수 자료로 모든 후보자가 제출했다"고 반론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후보자에게는 3번 정도 자료를 제출하고 소명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면서 “후보자가 100%는 아니더라도 일부라도 제출하고 청문특위에 양해를 구했으면 지명철회 요청까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위원장은 또 “청문회 파행으로 전문성을 검증하지는 못했지만, 제출한 업무수행계획서는 광주TP 홈페이지에 나온 수준을 벗어나지 않았고, 지원 동기도 없어서 부적격이란 판단을 내렸다”고 했다.
시의회와 강 시장의 갈등설에 대해선 "그런 오해가 생길까봐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면서 자료 제출 문제 등에 대해 시장실과 소통을 해왔다”고 부인했다.
[김 후보자의 재반론]
김 후보자는 "후보자나 배우자의 5년치 금융거래내역, 직계존비속의 평생동안 직업변동과 연간 수입금액 제출 요구는 법적 근거가 없어 요구 그 자체로도 문제"라며 "이를 뺀 자료들은 다 제출했다"고 말했다. 그는 "시의회가 자녀의 위장전입 확인을 위해 배우자와 자녀들의 주민등록초본을 제출해달라고 해서, 이런 경우엔 추가적인 자료 제출에 응했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자는 "시의회가 과거 인사청문 후보자에게도 금융거래내역 등을 요구했는지 여부 등은 확인하지 못했으나, 만약 그랬다면 근거없이 불법적으로 자료 요구를 해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는 또 "지원동기가 없었다"는 부분에 대해 "직무수행계획서에 지원동기를 넣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고, 인사청문조례에는 후보자의 5분내외 모두 발언을 하도록 하고 있을 뿐 자기소개 등을 하라는 것은 없다"면서 "시의회가 조례를 무시하고 마음대로 인사청문회를 운영하는 게 문제"라고 반박했다.
이 기사와 뉴스버스 취재를 자발적 구독료로 후원합니다.
후원금 직접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신한은행 140-013-476780 [예금주: ㈜위더미디어 뉴스버스]
뉴스버스 기사 쉽게 보시려면 회원가입과 즐겨찾기를 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