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가 내용이 어렵거나 진도가 나가지 않아 던져버린 적이 있는가? 최근 데이비드 이글먼의 를 읽으며 씨름했다. 용어도 낯설고, 사례도 어렵고, 무엇보다 재미가 없어서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그래도 무의식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은 나에게는 의미 있는 화두였고, 마침 무의식적으로 반복되는 습관을 고치고 싶었던 터라, 반쯤은 끈기로 버텨가며 읽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에이, 모르겠다’ 싶어 책을 덮고 말았다. 대신에 챗GPT를 열고 무의식에 대해 수다를 떨어봤다. “나의 무
" 혁신은 전혀 이어 보지 않은 것들을 연결할 때 비로소 시작된다.”AI 시대의 핵심 역량이 무엇인지 다시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큐레이션'이라고 답할 것이다. 큐레이션은 맥락과 본질이 통하는 것을 연결하는 기술이다. 전혀 연결될 것 같지 않은 두 지점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관계를 읽어내는 능력, 그 관계를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능력이다. 지난 칼럼에서는 이 큐레이션 역량을 키우는 방법을 일상의 눈높이에서 풀어보았다. 와인의 이름과 고객의 스토리를 연결해 의미 있는 선택을 만드는 법, 산업혁명과 오늘의 AI 불안을 연결
정보를 잘 고르고 연결하면 인사이트가 세 배로 깊어진다. AI도 다르지 않다. 어떤 질문으로, 어떤 조합으로 AI에게 새로운 인연을 맺게 할 수 있을까? 이번 글에서는 그 ‘중매의 기술’, 즉 큐레이션을 일상에서 쉽게 실천하는 방법을 살펴본다. 큐레이션 역량을 키우는 가장 쉬운 방법은 ‘연결 질문’을 던지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뉴스를 보며 “이 사건이 우리 업계에 시사하는 바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이 스토리 구조를 비즈니스에 적용한다면?” 여행 중 “이 문화적 차이를 우리 조직 문화 개선에 활용할 수 있을까?”와 같은 질
AI는 정보를 쌓지만, 인간은 의미를 엮는다.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일은 그만큼 어렵고도 숭고하다. 때로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이 천생연분이 되기도 하고, 반대로 너무 잘 맞을 것 같던 인연이 의외로 이어지지 않기도 한다. 결국 좋은 중매란 ‘조건의 합’이 아니라 ‘감각의 예술’이다.이 중매의 철학은 AI 에도 그대로 통한다. AI가 아무리 똑똑해도, 어떤 AI와 어떤 문제를 연결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AI를 오래 다뤄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AI의 한계는 종종 ‘기술’이 아니라 ‘나’에게서 온다는
AI 시대, 우리는 매일 인공지능과 대화한다. 지시를 내리거나 질문을 던지고 답을 얻는다. 그런데 혹시 한 가지를 놓치고 있지 않은가? 그 질문(지시문)이야말로 당신의 자산이라는 사실 말이다.어제, 당신은 AI의 도움으로 훌륭한 프레젠테이션을 완성했다. 그런데 오늘, 비슷한 일을 시작하며 또 다시 처음부터 질문을 던져야 한다면 어떨까? 그 대화의 여정을 다시 밟아야 한다는 생각 만으로도 아찔하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결과’와 함께 그 ‘과정’도 남겨두는 것이다.AI가 준 답도 중요하지만, 그 답을 이끌어낸 질문(지시문)의 구조와
“빨리 끝내. 하지만 완벽하게 해. 그런데 비용은 들이지 마.”회의에서 상사가 이렇게 말한다고 상상해보자. 듣는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지지 않는가? 무엇부터 손대야 할지 막막하고, 어떤 요구를 우선해야 할지도 알 수 없다. AI에게도 이렇게 지시하면 어떻게 될까? 다르지 않다. 우리가 모순되거나 불명확한 지시를 내리면, AI 역시 방향을 잃고 제대로 된 답을 내놓기 어렵다.AI가 산만하거나 엉뚱한 대답을 할 때가 있다면, 먼저 제시한 프롬프트(질문이나 지시문)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사람이 과부하 걸리듯 AI도 혼란스러워한다. 그렇
기업에서 회의를 하던 중 내용에 진척이 없으면 종종 이런 말이 나온다. “이번에는 고객 입장에서 다시 보자.” “경쟁사라면 이걸 어떻게 볼까? ”같은 사람이라도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생각이 나오기 시작한다. 조금 더 창의적으로 가보자며 “지금부터는 10대가 된 것처럼 아이디어를 내보자” 라고 할 때 이 한마디가 회의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기도 한다.AI도 마찬가지다. 처음 설정한 역할과 톤으로만 대화하다 보면 점점 답이 무난해지고, 깊이나 창의성이 떨어진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이럴 때 AI의 관점을 순간적으로 바
사람은 누구나 자기 생각을 뒷받침하는 정보에 더 솔깃하고, 마음이 기운다. 이게 바로 확증편향이다.다이어트를 시작한 사람은 '간헐적 단식 성공 사례'만 찾아보고, 실패 사례나 부작용은 애써 넘기려 한다. 기업에서도 “이 전략은 반드시 성공할 거야”라는 믿음이 자리 잡으면, 반대 근거나 실패 가능성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경험 많은 리더들은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회의 중에 일부러 이렇게 묻곤 한다.“좋습니다. 그런데 혹시 반대 논리나 리스크는 없을까요?”이 단 한마디가 때로는 방향을 바꾸고 균형을 회복시킨다.AI도 마찬가지
AI가 나에게 질문하게 하라.AI와 대화를 하다보면 원하는 답이 바로 나오지 않을 때가 있다. 정보를 더 주어야 할 것 같아 계속 입력하게 되지만, 때로는 내가 설명을 늘어놓기보다, AI에게 먼저 필요한 질문을 던지도록 시키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예를 들어 경험 많은 전문가와 상담할 때를 떠올려 보자. 컨설턴트든, 의사든, 노련한 코치든 우리가 문제를 늘어놓은 뒤 답을 기다릴 때, 빨리 답하기 보다 이렇게 묻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잠깐, 몇 가지 질문을 먼저 드려도 될까요?”그 질문은 우리가 미처 말하지 못한 부문을 드
지난 칼럼에서 AI 소통의 1원칙은 육하원칙에 따라 프롬프트를 작성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AI에게 질문을 던지고 지시를 했는데도 답이 밋밋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뭔가 핵심을 찌르는 게 부족한데?” 하는 순간 말이다. 이럴 때 유용한 방법이 있다. 바로 질문 자체를 레벨업하는 것이다.회사에도 보면 늘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 있다. 내가 횡설수설 설명을 해도 “네가 진짜 말하고 싶은 건 이거지?”라며 단번에 정리해주는 선배. 신입사원이 어설프게 물어봐도 “네가 묻고 싶은 핵심은 이런 거 아니냐?”라고 질문을 고쳐주면서
새로운 직원이 회사에 들어왔다. 하버드 박사급 지식에 24시간 쉬지 않고 근무하는 탁월한 직원이다. 하지만 이 직원에게는 한 가지 특징이 있다. 지시가 애매하면 다 아는 얘기나 엉뚱한 결과물을 내놓는다. 바로 AI다. 여러 AI들 중, 챗GPT는 그 이름 속에 좋은 답변을 얻는 힌트를 친절하게 넣어 두었다. 대화하고(Chat) 맥락을 이해시키는 것(Transformer)이다. 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의 T는 Transformer라는 핵심 기술의 약자로, 말속의 맥락을 읽어내는 기술을 지
앞서 AI 시대 인재상으로 ‘문제를 발견하는 눈’, ‘관점을 전환하는 힘’, ‘무조건 해보는 도전 정신’ 세가지를 제시했다. 이제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질문이 남는다. 과연 AI 시대만의 특별한 인재상은 따로 존재할까?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90년 넘게 살아오며 82세에 프로그래밍을 배워 세계 최고령 앱 개발자가 된 와카미야 마사코(若宮正子)의 이야기를 9월 1일 보도한 전편(AI시대 인재는 똑똑한 사람 아닌 일단 시도하는 사람)에 이어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겠다. 1928년생인 마사코는 초등학생 때 2차 세계대전을 겪었다. 부
앞서 AI 시대 인재상으로 '문제를 발견하는 눈과 실행력', '관점을 전환하는 힘'을 제시했다. 벤 토셀은 코드를 몰라도 노코드 앱을 배워 고객 문제를 해결했고, 나이키는 세레나 윌리엄스를 과거와 현재 모습 각각의 AI로 대결시켜 새로운 마케팅의 장을 열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망설임 없이 먼저 행동에 나선다는 점이다. AI 시대, 결정적 인재상 가운데 하나가 'AI와 함께 무조건 해보는 사람'이다.1. 게임회사 직원이 미술대회 1등을 차지한 날2022년 8월, 콜로라도 주립박람회 미술 경연대회는 역사상 가장 큰 논란
AI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다. 그러나 진정한 열쇠는 기술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다.지난 글에서 다룬 첫 번째 인재상은 문제를 발견하고 실행하는 사람이었다. 기술 그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고객의 불편을 읽어내고, 두려움 없이 도전하는 태도였다. 이번 글에서 소개할 두 번째 인재상은 관점을 바꿔 남들이 보지 못한 새로운 영역을 여는 사람이다. 누군가는 벽이라고 생각하는 자리에서 누군가는 새로운 창문을 본다. 같은 현실을 두고도 관점 하나가 미래를 바꾼다.1. 시간의 경계를 넘다…세레나 vs 세레나혁신은 종종 단순한
프로그래밍 비전문가 벤 토셀이 만든 온라인 교육 플랫폼 AI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기술의 장벽이 낮아지고, 과거에는 팀이 해야 했던 일을 혼자서도 해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승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AI 시대의 진짜 경쟁력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문제를 발견하는 눈과 그것을 해결하려는 용기다.2019년, 영국의 비개발자 벤 토셀은 ‘메이커패드(Makerpad)’라는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만들었다. 그는 프로그래밍을 전혀 모르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2021년, 자동화 플랫폼 제피어(Zapier)가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는 대대적인 구조조정 발표 이후, 한 가지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다.“오래 생존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시대에 적합한 기업으로 변신해야 한다. 스스로 자신을 파괴하고, 새로운 학습을 통해 재창조해야만 살아남는다. 언러닝과 러닝의 프로세스가 그것이다.”그렇다면 시대의 흐름에 적합한 인재는 어떤 사람들인가? 코딩을 잘하고 AI를 잘 다루면 되는가? 아마도 그것 만은 아닌 것 같다. 성과가 좋은 직원도 해고 당하는 시대에서 살아남는 조건이 무엇인지 AI를 통해 혁신을 만드는 사람들의 사례를 통해 유추해보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영화 ‘그녀, Her’. 2013년에 나왔으니 벌써 12년이 흘렀다. 감정과 인격을 지닌 운영체제 사만다와 인간 테오도르의 사랑 이야기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대부분 결론을 기억할 것이다. 외로운 남자가 AI와 사랑에 빠지고, 그 AI가 자기만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면서 충격에 빠진다.“사람이 정말 AI와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그 당시 대부분은 영화 속 상상으로 여기거나 아주 먼 미래의 이야기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머나먼 미래’를 현실로 가져온 평범한 여성이 있다. 불과 몇달 만에
오늘은 많은 사람들이 아직 모르는 GPT의 또 다른 얼굴을 소개해보려 한다. 바로 GPT 안의 앱스토어, 'GPTs' 이야기다.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은 화면을 손으로 터치할 수 있다는 것에 먼저 감탄했다. 하지만 진짜 혁신은 앱스토어가 생기고 나서부터 였다. 아이폰으로 사진도 꾸미고, 운동도 하고, 은행 업무도 보고, 아이폰이 ‘전화기’가 아닌 ‘삶의 도구’가 된 건, 수많은 앱들 덕분이었다.GPT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GPT는 뭐든지 대답하는 똑똑한 친구” 정도로만 생각하지만, 사실 GPT 속에는 이미
AI를 잘 활용하는 비결에 대해 흔히들 "질문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한국에서는 AI 관련 논의의 핵심 결론 중 하나는 바로 "질문의 중요성"이다. 전문가들 역시 프롬프트에 좋은 질문을 던질수록 AI가 더 나은 답을 내놓는다고 입을 모은다. 좋은 질문이 좋은 답을 이끄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AI를 계속 사용하면서, 프롬프트의 역할을 질문의 중요성에만 집중하는 것은 AI의 소극적 활용을 가져올 수 있다. AI를 잘 쓰려면 질문이 가장 중요할까? 프롬프트를 단순히 '질문창'으로만 보는 것이 올바른 인식일까? 이런 의문이
지난 2여 년간 AI를 매일 써오며 느낀 점이 하나 있다. AI는 질문과 지시를 내리는 '나의 사고 깊이와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거울' 같다는 것이다.같은 도구를 쓰더라도 누군가는 요약만 받고, 누군가는 인사이트를 얻고, 또 누군가는 전혀 새로운 시각을 발견한다. 그 차이를 보며 AI 활용에도 단계별 흐름이 있다는 걸 자연스럽게 체감하게 됐다. 그래서 나름대로 정리해 본 AI 활용의 3단계가 있다. 바로 ‘서치(Search)’→ ‘리서치(Research)’→ ‘큐레이션(Curation)’이라는 흐름이다.처음은 대부분 ‘서치’에서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