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미 탠(Amy Tan)이라는 미국의 유명 작가가 있다. 성(姓)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중국계 여성이다. 1952년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태어난 그는 중국계 이민자들이 몰려 있는 차이나타운에서 산 적이 거의 없다. 이사를 자주 다니기는 했지만 주로 백인들 거주지에서 자랐다. 중·고교 시절엔 중국인이 거의 살지 않는 스위스의 한적한 곳에서 성장했다. 스위스 외국인학교를 포함해 영어를 제1 언어로 사용하는 학교에서 줄곧 공부했고, 대학은 미국 서부 명문인 버클리(Berkeley)로 진학했다.그런 에이미 탠도 학창 시절에 영어로
세계 양대 스포츠 행사인 올림픽과 남자 축구 월드컵이 열리는 짝수 해에 광고계는 상대적으로 호황을 누린다. 아시아에서는 아시안게임이 열려 기름을 붓기도 한다. 짝수 해마다 열리는 미국 선거도 광고계의 대목이다. 특히 4년 주기로 대통령 선거가 찾아오면 중간선거보다 더 큰 광고 시장이 열린다. 한편으론 선거가 과열되다 보니 넘쳐나는 정치 광고에 염증을 내는 이들도 나타날 수밖에 없다.한국에서도 선거 때마다 유세트럭에서 흘러나오는 후보의 로고송이 거리 소음을 배가시켜 짜증날 때가 많다. 후보가 영상 광고에 나와 춤을 추기도 하는데, 괜
내외 모두 중국학 교수인 친구 부부는 둘째 이름을 '소량(小亮)'이라고 지었다. '밝다'는 뜻의 '량(亮)'은 예로부터 중국 이름에 많이 쓰였다. 삼국지의 주인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제갈량 이름에도 들어가 있다. 발음도 'ㅇ' 받침으로 울림이 있고, 뜻도 좋으니 가져다 썼겠다. 중국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듯이, 나이가 어린 이에게 '아(阿)'를 붙이기도 한다. 이도 오래 전부터 있던 관습이다. 삼국지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조조의 어릴 때 이름이 아만(阿瞞)이었다.최근 둘째 이름을 소량으로 작명한 사연을 전해 들었다. 친구 부
코로나19가 위세를 떨치던 초기 2년간, 그러니까 2020년부터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있는 회사로 일주일에 한두 번 가서 일했다. 대중교통을 타는 게 찝찝할 때였다. 헬스센터에서 운동도 한동안 여의찮았다. 집이 한강 가까이 있어서, 운동을 위해 아침에 자전거를 타고 한강공원을 달렸다. 공덕동 회사까지도 자전거로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시험 삼아 휴일 아침에 달려보니, 마구 페달을 밟으면 40분 좀 넘게 걸렸다. 어떤 때는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보다 자전거가 효율적이었다. 마침 집 앞에 서울시 대여자전거 따릉이 거치소가 있었다
한 여성이 웃는지 우는지 모르겠는데, 어쨌든 제정신은 아닌 상태에서 헤벌쭉한 표정을 짓고 나무계단에 앉아 있다. 윗옷을 풀어 제쳤는데, 아기에게 젖을 먹이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아기보다는 손에 든 담배통에 남은 것들이 있나 찾는 데 더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아기는 거꾸로 만세를 부르는 자세로 머리부터 계단 아래로 떨어지고 있는데, 여자는 그 사실도 감지하지 못한 듯하다. 무릎 아래로 드러난 다리에는 매독 자국들이 얼룩처럼 선명하다. 계단 아래쪽에 시체 같은 몰골로 오른손에 술잔을, 왼손에는 술병이 든 바구니를 쥐고 있는 남자
FC 바르셀로나는 스페인 프로축구 1부리그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명문팀이다. 이 팀은 2014년 아르헨티나 출신인 리오넬 메시를 필두로 카를레스 푸욜, 차비 에르난데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호르디 알바, 세스크 파브레가스, 제라르 피케, 세르지오 부스케츠 등 스페인 대표팀을 옮겨 놓은 듯한 선수들로 구성됐다. 브라질의 네이마르와 칠레 출신 알렉시스 산체스까지 있었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선수가 다니 알베스다.브라질 출신인 다니 알베스는 네이마르처럼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발재간이 빼어나고 유머 감각도 풍부했다. 어느 팀
화실을 겸한 정원 같기도 하고, 멕시코 고급 주택가의 골목 같은 데서 앞머리에 화려한 붉은 꽃을 장식으로 꽂은 프리다 칼로처럼 생긴 여성이 캔버스에 붓칠하고 있다. 그를 향해 사람들이 오는 듯하고, 모습이 보이기 전에 남자 목소리가 들린다."내가 얘기할게(Let me do the talking)".뭔가 꺼내기 힘든 말이 있나 보다. 조금 전 목소리의 주인공인 듯한 남성은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 그림을 들고는 꾸며낸, 옛날 미국식 표현으론 '팬암 웃음(Pan Am Smile)'을 짓고 있다. 이제는 없어진 기업이지만, ‘팬암’이라는 한
쇠락의 상징이었다. 세계 자동차 산업을 이끄는 도시였지만, 미국 자동차 위상이 떨어지는 것보다 더욱 먼저 디트로이트의 악명이 높아져갔다. 도시의 흑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설치한 것과 같은, 멕시코와 미국의 국경에 세워졌던 장벽 비슷한 게 이미 1941년에 건설된 분단의 도시였다. 그리고 인종 이슈로 미국 역사에서 1992년 LA 폭동 이전에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온 1967년 디트로이트 폭동이 일어났던 도시이기도 하다. 어둡고 거친 그림자가 지배하는 도시였다. 도시의 NBA 농구팀까지도 상대 선수에게 온갖 파울을
미국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형편없는 팀의 대명사들이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현대 야구에서는 1962년의 뉴욕 메츠가 40승 120패(승률 25%)를 기록하며, 엉터리 팀의 대명사로 군림하고 있다. 당시 신생팀인 뉴욕 메츠는 이곳저곳에서 선수들을 긁어모았다. 초대 감독은 이미 70세를 훌쩍 넘긴 케이시 스텡겔. 그가 “미국 인구가 2억이 넘는데, 메츠에는 제대로 공을 잡을 수 있는 포수 하나 없다”며 반어적 표현으로 쓴 'Amazing Mets(놀라운 메츠)'는 그대로 메츠의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사실 스텡겔 감독이 포수만 가지
온라인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제공하는 썸트렌드에 따르면, 올해 5월 한 달간 ‘텀꾸’의 언급량이 280% 증가했다. 텀블러 꾸미기를 줄인 ‘텀꾸’를 위한 키링, 스티커, 받침대, 전용가방 등이 네이버 쇼핑에 800개 이상 올라와 있다. 텀꾸에 적합한, 곧 꾸미는 장식들이 잘 ‘먹어주는’ 텀블러를 따로 장만하기도 한다. 수집과 꾸미기 작업의 대상으로 텀블러를 사고 전시하는 이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텀블러는 일회용품인 종이컵이나 플라스틱컵 대신 환경오염을 줄일 것으로 기대하며 확산했는데, 그와 반대의 현상이 나
주요국 대사와 외교부 대변인을 지낸 지인을 최근 어느 모임에서 오랜만에 만났다. 그분이 외교부 대변인이던 시절 홍보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처음 교분을 맺었다. 코로나19 직전 외교부 산하 기관장을 맡고 있을 때, 모교 과동문회가 그 기관을 빌려 강연회를 한 덕분에 잠깐 또 인사했다. 이후 5년 만의 만남이다 보니 하는 일을 서로 주고받으며 얘기가 길어졌다. 그분이 광고의 중요성에 공감한다며 한 사례를 들려줬다. 외교관 시절에 보았던 카피 한 줄의 엄청난 위력이다.제2차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에 정신대라는 이름으로 끌려간 이들을 기리고,
평소와 똑같은 목소리와 톤으로 랜디(Randy)가 전화를 받았다. “Jaehang! How're you?" 브루클린 특유의 억양이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중학교 1학년 때 배운 대로 “I'm fine."하고 바로 이어야 하는데, 이번에는 도저히 "And you?"가 나오지 않았다. "What happened to you?"가 나도 모르게 나와버렸다. 그는 처음 증상이 시작돼 시력이 점차 약해지고, 병원을 이리저리 옮겨 다닌 얘기를 담담히 전했다. 시력을 잃어간다는 소식에 놀라서 보낸 내 메일을 받고, 답신을 쓰려고 하는데 너무
광고계 선배 한 분이 식품 브랜드를 오래 담당했다. 그분의 고객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는 해당 기업의 직원들 이상이었다. 집안의 모든 식품이 될 수 있는 한, 그 기업 제품으로 채워졌고, “다른 브랜드는 용납할 수 없다”고 수차 강조했다. 중국산 저급 단무지나 썩은 무말랭이 등을 재료로 한 만두소를 주요 식품업체에 납품했다는 소위 ‘만두소 파동’이 터져서 그의 부인이 다른 브랜드의 만두를 사왔다고 했다. 어려움에 부닥칠수록 우리가 더욱 지지해야 한다며, 부인을 혼냈다고 자랑스레 얘기했을 정도였다. 그 선배는 좀 심한 편이었지만, 어쨌
펩시의 마케팅 총책임자(CMO)가 지난 6월 칸 국제광고제가 열리는 현장에서 ‘펩시 스마트 캔(Pepsi Smart Can)’이라고 이름 붙은 펩시의 새로운 캔을 공개했다. 워낙 광고·마케팅계의 거물급과 언론계 인사들이 몰리다 보니 칸에서 이런 신제품이나 새로운 경영 방향 등의 발표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2년 전에 넷플릭스 CEO는 칸에 와서, 넷플릭스에서 광고를 허용하는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펩시의 이 캔은 음료를 담는 게 아니고, 심(SIM) 카드를 이용하여 콘텐츠를 담고, 볼 수 있다. 음료가 담기지 않은 음료 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