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용산소방서장 피의자 입건'에 억울함 호소

소방대원 "'헉헉'대며 뛰는 장면 웨어러블캠에 다 있다"

소방대원 "먼저 현장 갔고, 마지막까지 지켰다" 울분

최성범 서장 "입건 항의 전화 빗발, 제 심정 대변"

소방의 날인 9일 오전 서울 용산소방서 소방대원들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간담회를 하는 동안, 침통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사진=뉴스1)
소방의 날인 9일 오전 서울 용산소방서 소방대원들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간담회를 하는 동안, 침통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사진=뉴스1)

60번째 소방의 날을 맞이했지만 소방관들은 웃을 수 없었다.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에 처음 도착해 마지막까지 희생자들의 곁을 지켰지만 그들에게 돌아온 건 '참사 책임'을 물으려는 경찰 수사의 칼날이었다. 

소방의날인 9일 기자가 찾은 용산소방서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소방사다리차를 점검하는 직원들이 소방서 앞에서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소방의 날을 맞는 소방대원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이태원 참사 이후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의 압수수색을 당하고 최성범 서장까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되면서 소방의날을 기념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최 서장은 이태원 참사 당일 첫 119신고 접수 13분 뒤인 10시28분 참사 현장에 도착, 구조 상황 지휘와 상황 파악 및 상황 관리 역할을 했다. 당일 마이크를 든 손을 떨면서 상황 브리핑을 했던 이도 최 서장이었다.

용산서 소방대원은 "현장에 처음으로 도착해 마지막까지 지킨 것이 소방인데, 돌아오는 것은 정작…" 이라며 울먹였다. 말은 아꼈지만, 참사 책임을 현장으로 돌리는 '꼬리자르기'식 수사에 소방대원들의 반발이 느껴졌다.

이날 용산소방서 소속 대원들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간담회에서 참사 당시 현장에 출동해 고군분투한 최 서장이 입건된 것에 대한 억울함과 답답함을 토로했다.

소방의 날인 9일 오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서울 용산소방서의 간담회에서 이은주 구급팀장이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사진=뉴스1)
소방의 날인 9일 오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서울 용산소방서의 간담회에서 이은주 구급팀장이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사진=뉴스1)

김진철 행정팀장은 "저희는 현장에서 너무 열심히 일했고, (최성범) 서장님은 누구보다 먼저 현장에 갔고 마지막까지 현장을 지켰다"며 "저희는 할 만큼 다 했다. 억울한 부분이 너무 많다"고 호소하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김 팀장은 울먹이며 "(경찰 특별수사본부로부터) 입건에 두 차례 압수수색을 당했다"며 "(혐의) 내용도 너무나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것으로 걸어 넘긴다. 도와달라"고 말했다. 

이은주 구급팀장도 울먹이며 "(당시 웨어러블캠에는) 차분한 목소리로 의료진한테 인계할 때, 다른 구급대원들한테 이송 지시를 요구할 때 빼고는 단 한순간도 걷지 않고 뛰어다녔다"며 "(숨이차) '헉헉' 육성이 다 녹음됐는데, 같이 있지 못해서 그게 잘못된 건가 미안해 해야하는 건가 죄의식도 같이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저희 구급대원들은 (참사 당시) 단 한 순간도 걷지 않고 계속 뛰었다. 구급대원만이 아니라 출동한 모든 대원이 똑같이 활동했을 것"이라며 "그런 활동 행적이 묻히게 될까 봐 너무나 두렵고 무섭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특수본은 압수수색 영장에 최 서장의 혐의를 "국민의 생명·신체에 대한 안전을 확보하고 이에 대한 위험을 회피·제거할 업무상 주의 의무 이행을 게을리했다"고 적시했다. 최 서장이 당일 밤 10시 43분 소방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2단계 발령이 밤 11시 13분인데, 현장 도착 당시 2단계 발령을 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소방대원들은 참사 당일 다른 소방대원들과 같이 일선 현장에서 시작부터 끝까지 구조를 지휘하고 자리를 지켰던 최 서장이 '피의자'로 입건된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더욱이 참사 당일 제천 캠핑장에서 지인들과 음주를 한 뒤 잠들어 참사 발생 두 시간 동안이나 상황 조차 몰랐던 윤희근 경찰청장과 비교해보면 소방대원 입장에선 분명 납득되지 않은 수사일 수 밖에 없다.

최 서장은 이날 간담회에선 업무 현황만 설명한 뒤 경찰 수사 등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 서장은 이날 경향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제가 입건된 것에 대한 아쉬움과 강한 분노를 표하는 민원성 전화가 소방에도 잇따르고 있다"면서 "이 부분이 제 심정을 대신하는 것이라고 봐주시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강한 불만과 분노를 에둘러 표현하면서도 "다만 용산을 관할하는 소방서장인만큼 도의적 책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 대표는 "일선에서 분투하고 애쓴 분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국가적 대참사의 엄중한 책임이 일선에서 분투했던 여러분에게 전가되거나, 꼬리 자르기 방식으로 흐지부지되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위로했다. 이 대표는 또 "부당한 책임까지 뒤집어쓸 수 있다는 불안감에 공감한다"며 "전쟁에 졌을 때 지휘관의 책임이 제일 크지, 일선에서 싸운 병사의 책임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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