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SAT 점수, 고교 성적은 기본…스펙없으면 합격 안돼

리더십 중요…방과후 활동 주도·이웃 돌보는 봉사 필수

MIT, 표절·허위 이력 등 명예 규정 위반시엔 합격 취소시켜

복수국적 한동훈 딸, 시민권자 합격률 4.9%에 포함된 듯

MIT캠퍼스 전경.
MIT캠퍼스 전경.

"한동훈 장관의 딸은 미국 대입시험인 ACT 만점을 받았고 고교에서도 만점으로 1등을 했다. 게다가 우리나라로 치면 본인의 스펙이나 이런 것들을 활용해 들어가는 수시 입학이 아니라 정시로 입학했기 때문에 (의혹이 일었던) 스펙은 거의 입시에 영향을 주지 않았을 것이다"

뉴스버스가 단독보도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 딸의 MIT(매사추세츠공과대학) 합격 및 이후 미주 한인들의 MIT 입학 취소 청원과 관련, 여당인 국민의힘 관계자들이 내놓은 답변이다.

하지만 미주 한인 학부모들은 이 같은 국민의힘 관계자들의 두둔이나 반박이 미국 대학입시 현실과는 매우 동떨어져 있고, 심지어 상황을 호도하는 주장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만점에 가까운 대입시험 점수와 전교 1등 등 우수한 고교 성적은 한 장관의 딸이 합격한 MIT 등 미국 최상위 대학 입학을 위한 필수 요건에 불과할 뿐이다. 합격하려면 각종 수상 경력과 방과후 활동, 자원봉사 이력 등 이른바 스펙이 거의 '어벤저스' 급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ACT(대학입시) 만점, 고교 성적 전교 1등도 스펙 부족이면 MIT 지원 못해 

미국 애틀랜타의 한 한인 학부모는 "큰 아이가 ACT 만점을 받았고 고교 성적도 만점을 넘어서는 플러스 점수를 받아 밸리딕토리언(전교 1등)으로 졸업식에서 연설을 했다"면서 "하지만 스펙이 부족해 MIT와 같은 최상위 클래스 대학에는 지원조차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MIT의 경우 ACT(만점 36점) 점수는 34~36점(평균 35점), SAT(만점 1600점)는 1500~1600점(평균 1535점)을 받아야 입학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험을 주관하는 칼리지프렙에 따르면 2021년 ACT 35점을 받은 학생은 1만1,983명, 36점은 4,055명이다. 이들 학생 가운데 최고 수준의 내신성적과 추가 시험인 SAT 서브젝트 테스트 최고점을 얻은 학생이어야 MIT 같은 명문대 입학을 꿈꿀 수 있다. 독해보다는 수학과 과학에 강한 아시아계 학생들의 경우 보통 SAT보다는 ACT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는다는 것이 입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아이비리그 대학교와 MIT, 스탠퍼드, 칼텍 등 명문대들은 이같은 성적을 가진 학생 가운데 향후 사회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는 리더십과 봉사정신을 보여주는 지원자를 선발한다. MIT는 대학이 운영하는 입시 블로그를 통해 "학교 성적과 시험 점수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동료들을 격려하고 협력하며 연구할 수 있는 인재를 선호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소위 '스펙'인데 명문대 진학을 꿈꾸는 한인 학생과 학부모들은 이같은 스펙을 쌓기 위해 수년동안 시간과 정성을 투자해 벽돌을 쌓듯 경력(스펙)을 만들어 간다. 

한국의 '네이버 지식in'에 해당하는 미국 커뮤니티 사이트 '쿼라(Quora)'에는 MIT에 입학한 한 여학생의 스펙이 올라와 있다. 이 학생은 고교 시절에 대학 교수들과 여러 과학 연구를 진행해 논문을 발표했고 권위있는 국제과학경연대회에 팀을 이끌고 참가해 수상했다. 또한 고교 배구팀에서 2년간 선수로 뛰었고, 체조대회에도 참가해 1등과 2등을 차지했다. 음악 분야에서는 피아노 일리노이주 대회 2등 입상, 바이올린 일리노이주 대회 입상 등의 경력도 갖고 있다. 

쿼라(Quora) 사이트에 올라온 MIT 합격생의 스펙이 적힌 이력서. 
쿼라(Quora) 사이트에 올라온 MIT 합격생의 스펙이 적힌 이력서. 

반면 SAT점수 1540점을 받고 수학과 생물학, 물리학 SAT 서브젝트 테스트에서 모두 만점을 받은 남학생은 MIT 낙방 경험을 이 사이트에 올렸다. 이 학생은 고교 성적은 A플러스에 국제 생물학 올림피아드에서 은메달을 받고 영국의 권위있는 청소년상인 듀크 오브 에딘버러상까지 수상했지만 MIT 입학에 실패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미국 대학들은 공부만 하는 학생 보다는 스포츠, 특히 단체 스포츠에서 두각을 나타낸 학생들을 특히 선호한다"면서 "스포츠와 공부를 병행하면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음을 보여주고 무엇보다 리더십을 가장 확실히 드러낼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스포츠 분야의 경력이 없을 경우 토론팀이나 로봇팀 등 방과후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사회에 대한 책임과 약자에 대한 따뜻한 관심을 보여주는 자원봉사 활동도 필수적이다. 하버드대 등 아이비리그 대학은 특히 봉사활동의 양 뿐만 아니라 봉사의 의도와 결과 등을 질적으로 평가한다. 이들 대학이 '미국과 세계를 이끌어갈 지도자를 양성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기 때문. 심지어 입학조건으로 100m 수영 완주를 요구하는 대학도 있다. 힘들게 양성한 인재를 익사 등으로 잃지 않겠다는 의미다. MIT는 이과 중심의 연구대학이지만 전세계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가장 많은 대학답게 연구실에서 리더십과 희생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인재를 선호하고 있다. 

美 대학입시, 조기와 정시 전형 기준 차이 없어

또한 미국 대학의 경우 조기(early)와 정시(regular) 전형의 기준이 다르지 않기 때문에 정시 입학에 스펙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도 전혀 사실과 다른 말이다. MIT는 입시 블로그를 통해 "조기와 정시 입학을 나눈 이유는 지원자가 한꺼번에 몰려 선발에 충분한 여유를 두지 못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일 뿐"이라고 밝히고 있다. MIT의 경우 조기 전형이 얼리 액션(Early Action)이어서 다른 대학에도 합격할 경우 두 대학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얼리 디시전(Early Decision)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컬럼비아와 코넬대 등은 조기전형에 합격할 경우 다른 대학에 진학할 수 없다. 

MIT의 해외 학생(International Student) 합격률은 지난해 기준 9,602명 가운데 136명 합격으로 1.4%에 불과하다. 인천 송도의 국제학교에 다니지만 미국 시민권자인 한 장관의 딸은 시민권자 및 영주권자 통계에 잡힌 것으로 보인다. 시민권자 및 영주권자의 합격률은 4.9%였다.

한편 미국대학은 합격통지를 받은 학생에 대해서도 입학 전에 언제든지 합격을 취소할 수 있다. 가장 흔한 취소 사유는 12학년(고교 3학년) 2학기 성적이 나쁘거나 표절 또는 허위 이력 등으로 명예 규정(honor code)을 위반하는 것이다. 

이상연은 1994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특별취재부 사회부 경제부 등에서 기자 생활을 했으며 2005년 미국 조지아대학교(UGA)에서 저널리즘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애틀랜타와 미주 한인 사회를 커버하는 애틀랜타 K 미디어 그룹을 설립해 현재 대표 기자로 재직 중이며, 뉴스버스 객원특파원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뉴스버스
포털 '다음'에선 기본값으로 뉴스버스 기사가 검색되지 않습니다.
정권 비판 뉴스를 통제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뉴스버스 기사를 보시려면 회원가입과 즐겨찾기를 해주세요.
저작권자 © 뉴스버스(Newsvers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