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성 띠기 전 오염되지 않은 상태에서 취재

 

위증으로 사건의 실체가 뒤바뀌어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하는 정대택씨. (사진=뉴스1)
위증으로 사건의 실체가 뒤바뀌어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하는 정대택씨. (사진=뉴스1)

1. 사건의 실체는? 

김건희씨의 위증 교사 논란의 뿌리는 정대택사건이다. 정대택 사건은 52억원이라는 이익금 분배 과정에서 이익금을 절반씩 나누기로 한 균분 약속이 있었느냐 없었느냐가 쟁점이었다. 정씨는 구두 약정과 약정서가 있었다는 주장인 반면 김씨의 모친은 구두 약정도 없었고, 균분 약속의 약정서는 정씨의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작성됐다는 주장이었다. 

당연히 양측의 약정 과정에 입회한 법무사 백씨가 결정적 증인일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최씨는 백씨에게 아파트와 현금 2억원의 금품을 제공했다. 그 대가로 백씨가 재판에서 강요된 약정이었다고 증언하는 바람에 정씨는 옥살이를 해야 했고, 약정서는 무효가 됐다. 

정씨와 중학교 동창으로 친구 사이인 백씨는 나중에 마음을 바꿔 자신이 돈을 받고 위증을 했다고 털어놨으나, 검찰과 법원은 한번 내린 결론을 바꾸지 않았다. 

그 결과 정씨는 대법원에서 2년 형이 확정돼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나왔고, 억울함을 풀기 위해 줄기차게 최은순씨 김건희씨 법무사 백씨 등을 고소 고발해 온 게 이 사건의 큰 줄기이다.

따라서 이 사건의 실체는 김건희씨의 모친 최씨가 법무사 백씨를 돈으로 매수해 허위 증언을 시켰는지 여부와 그 결과로 정씨가 억울한 옥살이를 했는지 여부다. 

2. 원초적인 눈으로 취재한 결론 “사건 실체 뒤바뀌었다"

현재까지 검찰이나 법원 모두 법적으론 법무사 백씨의 “위증을 했다”는 진술을 받아주지 않았다. 백씨는 최씨에게 2억원을 받은 것과 관련, 법률대리 행위로 보고 변호사법위반으로 처벌됐으나 백씨의 주장을 받아들이면 백씨는 변호사법 위반보다 처벌 형량이 더 센 모해위증으로 처벌된다. 그런데도 백씨 스스로가 “위증을 했으니 처벌 받겠다”고 진술했지만 검찰과 법원은  오히려 “그 말을 못 믿겠다”며 백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까지도 “강요에 의한 약정이었다”는 애초의 백씨 증언을 근거로 정씨에게 징역 2년형을 확정했다.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을 알게 된 건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인 2006년 8월 말 무렵이다. 정대택씨는 옥살이를 하고 있었고, 두 동생이 서류 뭉치를 들고 찾아와 억울함을 호소했다. 요즘 ‘광’자돌림의 여자 형제를 주인공으로 한 ‘광자매’ 드라마처럼 표현하면 이들은 ‘택’자 돌림의 ‘택형제’들이었다. 그 전까지는 일면식도 없었고, 단지 기자라고 해서 찾아온 것이었다. 

정씨 뿐만 아니라 백씨 역시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된 상황이었지만 억울한 상황일 수 있다고 판단해 취재에 나섰다. 관련자들의 주장과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확인하기 위해 옥살이를 하던 정대택씨를 면회하고,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법무사 백씨를 2006년 9월 8일과 11일 두 차례 면회를 통한 취재를 했다. 

지금이야 김건희씨가 지지율 1위의 유력 대권 주자인 윤석열 전 총장의 아내가 됐고, 정대택씨가 윤 전 총장측을 상대로 ‘사건 처리 과정에서의 영향력 행사’를 주장해 기자들이 지대한 관심을 갖지만, 그 당시엔 그저 일반 민사분쟁에서 비롯된 형사사건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니 당시엔 관심 갖거나 거들떠보던 언론도 없던 상황이었다. 그 만큼 사건 자체가 정치적 색채나 정치적 의도 등이 개입될 소지가 전혀 없었다. 관련자들의 주장 또한 시류를 타고 왜곡되거나 오염돼 있지 않은 상태였다. 

백씨와의 인터뷰는 이런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다. 이후 정씨와 백씨를 수사했던 수사검사와 수사관, 재판부 등까지 취재해 작성한 기사가 2006년 11월 6일 <위증 믿고 수사와 재판 잘못했나>라는 기사였다. (위증 믿고 수사재판 잘못했나 - 조선일보)

이 기사는 사건 구조를 설명하는 분량이 길어 당시 조선일보 지면에는 실리지 않고 디지털조선이라는 인터넷에 올릴 수 밖에 없었다. 

법무사 백씨 인터뷰 때 김명신(개명후 김건희)씨가 "돈을 들고와 위증을 요구했다"는 얘기도 등장했지만, 당시 사건 구조에선 당사자가 김씨의 모친 최씨였기 때문에 기사에선 김씨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당시 취재를 통한 결론은 법무사 백씨의 위증을 믿고 검찰은 수사를 잘못했고, 법원 역시 재판을 잘못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백씨가 위증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정씨에 대한 검찰의 기소는 물론이고 대법원 재판까지 전부 실체를 뒤집어 판단한 오류가 드러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잘못꿴 첫 단추로 인해 사법시스템상 각 심급을 줄줄이 고쳐잡아야 할 상황에 놓인 법원, 그리고 검찰이 이를 바로잡는 대신 차라리 위증했다는 자백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판단이었다. 백씨도 면회 당시 “검찰과 법원이 진실에 귀를 틀어막았다”고 말했다. 

정대택씨는 악성민원인으로 통한다. 실체를 바로잡기 위해 그가 고소한 사건은 번번히 무혐의로 끝나고, 오히려 자신이 무고 혐의로 벌금형을 받았다. 정씨는 이 과정에서 경찰 검찰 법원에 줄기차게 민원을 제기해왔으니 검찰과 법원에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 정도다. 윤 전 총장 역시도 “진정인은 정신이 나간 사람”이라며 “진정인은 자신이 사법 피해자인 것처럼 행세하지만 자기를 기소한 검사나 유죄를 선고한 판사를 진정하는 등 보통 사람이 아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노정연 수사 담당' 대검 중수1과장, 내부감찰 받아 - 오마이뉴스)

하지만 이는 사건의 겉모습일 뿐이다. 

지금은 윤 전 총장의 장모가 된 최은순씨에게서 돈으로 매수된 증인의 허위 증언으로 한 사람이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는 게 당시 원초적인 눈으로 취재한 이 사건의 내면과 본질이다. 지금도 그 같은 판단은 변함이 없다. 

3. 사건 처리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의 주인은 누구?

정대택씨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사건의 실체를 바로잡기 위해 김건희씨 모친, 그리고 김씨 등을 상대로 고소 고발을 해왔다. 정씨는 이 과정에서 김건희씨와 인연이 있는 검사 Y씨와 윤 전 총장의 영향력으로 사건 처리가 가로막히거나 왜곡됐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Y검사나 윤 전 총장이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는 확정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다.  그렇다고 정씨 주장을 뒷받침하는 실마리들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2006년 취재 당시 정씨는 김건희싸와의 인연이 있는 것으로 거론되는 Y검사를 지목하기도 했지만, 당시만 해도 정씨 주장에 대한 사실 확인이 되지 않아 기사에선 언급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이후 정씨와 최씨간 고소 고발 전이 벌어지던 무렵인 2004년 10월 김건희씨가 차명으로 Y검사의 부인에게 미화 8,800달러를 송금했던 사실을 정씨는 출소이후 찾아냈다. 정씨는 이를 토대로 Y검사를 뇌물수수, 김씨와 모친 최씨를 뇌물공여혐의로 고소했다. 이 사건 역시 무혐의 처분이 내려지자 정씨는 서울고검에 항고했다. 2009년 이 사건의 항고 사건을 맡은 검사는 항고기각을 하면서 “공무원이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알선 혐의인 알선뇌물수수는 공소시효가 완성됐지만, 변호사법 위반으로 의율이 가능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통상 항고 사건을 맡은 검사는 수사 과정에서 범죄를 인지한 경우 원처분 검사에게 재기수사명령을 내리거나, 직접 수사를 해야 함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정대택씨가 고소한 사건에선 되려 무고 인지 수사를 벌여, 정씨를 상대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영장이 기각됐고, 법원에선 벌금형으로 끝났다. 

정대택씨는 “이런 봐주기와 무리한 수사 정황 자체가 Y검사와 윤 전 총장의 영향력이 작용했기 때문이다”고 주장한다.  

4. 공소시효(10년) 이상의 세월이 지난 사건 왜 들추나?

김건희씨는 해명 과정에서 “1억원을 들고 찾아 간 건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죄가 있고 없고를 떠나 공소시효도 10년이고, 세월이 그 이상 흘렀는데 위증 교사 여부를 따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박했다. 맞는 얘기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설령 위증 요구를 했더라도, 실제 위증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법리적으로는 처벌하지 못한다. 그리고 설령 죄가 인정된다해도 공소시효 이상의 세월이 지난 건 맞다. 또 윤 전 총장과 결혼하기 전 일이다.

하지만 윤석열 전 총장이 지지율 1위의 대권 후보인 상황에선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가질 수 밖에 없다. 김건희씨의 모친이 돈으로 증인을 매수해 재판에서 허위 증언을 시켜 실체를 뒤바꿨고 그 과정에서 김건희씨가 일정 역할을 했다면 법적인 부분을 떠나 도덕적 책임을 따질 수 밖에 없는 일이다. 돈으로 매수해 실체를 바꿀 수 있다는 발상과 실행이 있었다면, 최고 권력이 주어졌을 때 돈 대신 권력을 이용한 매수 등의 아찔한 상황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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