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청취?…정부 부처, 여당, 시민사회수석실도 가능
‘검사 출신 민정수석’, 검찰 등 권력기관에 보내는 신호
민정수석 감찰할 수 있는 특별감찰관 조속히 임명해야
한때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비대화’를 반대하는 사람 같았다. 대선 주자 시절인 2021년 7월 12일, 정치학자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를 만난 자리에서 “청와대의 우월적 독점으로 인한 국정 난맥상이 심각하다. 비서실장, 수석 비서관, 심지어 행정관들이 내각을 지휘하고 있다”고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 권력 축소’는 무위로 돌아갔다. 정부 부처와 여당이 대통령 비서들에게 끌려가면, 대통령실은 정부와 여당을 진두지휘하려 더 커지게 된다. 정부 대통령실이 국정의 컨트롤 타워로 군림하는 경향은 전임 정부들보다 더 심해졌다.
이제는 민정수석실까지 부활시키는 마당이다. 대통령실은 과거 민정수석실의 사정 기능은 없애고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한다고 설명한다. 민심 청취는 모든 공직자와 기관이 해야 할 일이다. 대통령부터가 그렇다. 대통령은 구중궁궐에 살지 않으며, 인적·물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앉은 자리에서 여론을 알아볼 수 있다.
민심 청취에는 정당만한 조직이 없기도 하다. 여당이 듣고 모은 민심이 대통령에게 전해지면 된다. 윤 대통령은 일찍이 ‘당정일체’를 공언했다. 진짜 당정일체란 정당이 대통령에게 제대로 민심을 패스하면서 ‘체리 따봉’이 나오고, 대통령이 여당의 중론을 묵살할 때 의원들이 연판장을 돌려서라도 대통령을 다그치는 것이다.
대통령실에 민심 청취 기능이 필요하다 쳐도 그것 때문에 민정수석실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윤 대통령은 근래 김대중 정부가 민정수석을 폐지했다가 신설한 것을 두고 ‘이해가 간다’고 말했지만 김대중 정부 당시에는 시민사회수석이 없었다. 현재 시민사회수석비서관 아래에는 ‘사회통합비서관’, ‘시민소통비서관’, ‘국민공감비서관’이 있다. 이름만 봐도 민심 청취와 관련이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과 감찰 기능을 비서관급이 소화하면서 인사 검증과 공직 기강 확립에 한계가 있었다’는 설명도 했다. 수석비서관직이 필요하면 ‘법률수석 신설’쯤으로 매듭지었어도 된다. 하지만 명칭은 왜 ‘민정수석’이며, 고위 검사 출신을 임명하려 할까? 과거 민정수석을 겪어본 검찰 등 권력기관 구성원들이 이를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을까?
공교롭게도 서울중앙지검이 올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영부인 김건희씨 소환조사를 놓고 대통령실과 이견을 보였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이고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이 그 조직의 3차장이던 시절, 윤 지검장은 “송경호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으로 데려오려고 애를 많이 썼다”고 말했다 한다. 그런 측근 검사도 이제는 윤 대통령 마음 같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장이 교체되어도 마찬가지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에 관련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만 봐도 김건희씨 조사 필요성은 성립한다. 어떤 검사가 이걸 언제까지 모른 척할 수 있을까. 꼭 이 사안이 아니더라도 총선 참패 직후 윤 대통령은 느끼고 있을 것이다. 검찰 조직을 예전처럼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역대 정권을 두루 경험해본 검사 출신으로서도 잘 알 것이다. 더구나 정권 초기 법무부를 맡았던 한동훈 전 위원장도 이제 윤 대통령 곁에서 멀어졌다.
윤 대통령에게는 ‘믿는 구석’도 있다. 그는 민정수석 부활론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회담에서 제기했고 이에 이 대표는 특별히 반론하지 않았다. 민정수석실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은 민주당의 처지를 윤 대통령이 이용한 것이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윤 정권의 민정수석실 부활을 두고 ‘우병우 시즌 2’라고 말했지만, 문재인 정부 역시 민정수석실의 비대권력을 존치했다.
그때도 민정수석은 5대 권력기관(검찰, 경찰, 국정원, 국세청, 감사원)을 총괄했다. 심지어 조국 당시 민정수석은 권력기관 개편안은 물론 개헌안까지 발표했다. ‘법무부총리’나 다름 없었다. 결국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의 윗선으로서, 우병우 전 수석처럼 직권남용 유죄 선고까지 받았다. 민주당이나 조국혁신당이 ‘우리가 과거 잘못했다’고 선언하지 않는 한, 이들의 민정수석실 부활 반대에는 힘이 실리기 어렵다.
민정수석실은 국회의 심의와 의결 없이 대통령실 독단으로 만들 수 있다. 우병우·조국 전 수석이 보여줬듯 민정수석은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야 할 의무도 없다. 그렇다면 민정수석의 전횡 가능성은 어떻게 막아야 할까. 국회는 조속히 특별감찰관 임명 절차에 돌입해야 한다. 특별감찰관법 제5조에 따르면, 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뿐 아니라 대통령비서실의 수석비서관 이상의 공무원도 특별감찰관의 감찰 대상자다.
김수민은 풀뿌리운동과 정당활동을 하다 현재는 지상파와 종편, 언론사 유튜브 방송 등에서 정치평론가로 활약 중이다. 팟캐스트 <김수민의 뉴스밑장> 진행도 맡고 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경북 구미시의회 시의원을 지냈다. 시의원 시절엔 친박 세력과 싸웠고, 조국 사태 국면에서는 문재인 정권 핵심 지지층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저서로는 <다당제와 선거제도>(eBook)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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