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임기 전반 ‘야당 압승’은 사상 초유

민주당 50.5 대 국민의힘 45.1… 향후 대선은?

국민의힘은 균열과 이탈, 민주당은 법정이 변수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경기 평택 소재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거행된 제9회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을 마치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피격된 천안함 선체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경기 평택 소재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거행된 제9회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을 마치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피격된 천안함 선체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새로운 가치와 세력이 정치판에 등장하는 선거를 중대 선거라고 한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는 중대 선거였는가. 기후 위기와 불평등을 타개하는 선두에는 정당이 아니라 유권자가 서 있었다. 심지어 시급한 당면 과제인 ’반부패‘조차 숙고되지 못했다. 중대 선거였다고 보기는 어렵겠다. 

정치의 판을 형성하는 선거를 ‘정초(주춧돌) 선거’라고 한다. 2024년 총선은 2020년 총선의 ‘제1당 초강세+거대양당 체제 강화’를 되풀이했다는 점에서 정초 선거 같지는 않다. 다만 과거의 여러 정치가 청산되기도 했다. 극단적인 방증이 최초의 ‘무소속 0석’이다. 또 여러 중소정당이 고배를 마셨다. 민주노동당 이후 24년의 도전도 원외로 밀려났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무언가 역사적인 선거로 남을 것 같다. 압승한 더불어민주당과 대패한 국민의힘은 모두 무궁무진한 경우의 수를 품고 있다. 2027년 대선과 그 바로 다음해에 치러지는 총선, 2032년 3월과 4월 연달아 치러질 대선과 총선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 선거 시기가 바뀔 가능성까지 포함하면, 향후 8년간 한국 정치의 소용돌이는 엄청날 것이다. 

정권 심판론과 이재명-조국 심판론의 격돌은 의석수로는 175+12 대 108의 결과를 낳았다. 윤석열 정권이 쳐놓은 형사사법적 철벽과 정치적 무능이, 이미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 대표와 곧 확정 판결이 나올 조국 대표보다 가벼워보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필두로 한 국민의힘 캠페인은 지지층 결집 위주였다. 선거 지휘부에는 영남 출신이 즐비했다. 국민의힘 캠페인은 이기고 있는 곳에서 더 이기게 할 뿐, 약간 지고 있는 곳에선 역부족이었다. 미국 대선에 비유하면 경합주를 피해다니면서 선거 운동을 하는 꼴이었다. 

2017년 최초로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한 이래 한국 정치의 패턴이 연신 깨지고 있다. 국민들이 정권을 봐주는 데 인내를 갖지 않는다. 박근혜-문재인-윤석열 세 정권을 상대로 내리 ‘복수 3부작’을 찍었다. 2020년 총선에서 민주화 이후 최초로 ‘대통령 임기 하반기 여당 압승’, 2022년 대선에서 최초로 ‘5년만에 정권교체’. 이번에는 최초로 ‘대통령 임기 전반기 야당 압승’. 재집권하는 데 10년이 아니라 5년이 걸렸던 것이 여당에게는 독이 되었다.

다만 선거 막바지, 김준혁-양문석 논란과 범야권 200석 가능성은 한강벨트 아닌 낙동강벨트의 승패를 뒤집어놨다.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민주당은 부산에서 사상 초유의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부산엔 오륙도가 아니라 전재수 독도만 남았다. 같은 무당층이나 민주당 소극 지지자라도, 수도권에서는 주변 민주당 적극 지지자의 영향을 받지만, 영남에서는 당장 국민의힘 지지자 내지 민주당 반대자의 공세를 받는다. 영남의 무당층은 김준혁과 양문석이 부끄러웠다. 여기에 국민의힘 실망층이 '200석은 안 되지'라고 가세함으로써 영남 민주당은 참패했다.  

지난달 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취임인사차 예방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취임인사차 예방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사진=연합뉴스)

 

다른 한편, 4.10 총선에 깔린 또다른 진실은 국민의힘 일부 지역 인사들에게는 통한을 안겼고, 민주당에게는 불안을 선사한다. 전국 단위 지역구 지지율에서 민주당은 50.5%, 국민의힘은 45.1%를 기록했다. 불과 5.4% 차이다. 대선거구제였다면 국민의힘은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제법 더 많은 의석을 차지했을 것이다. 선거제 개혁을 틀어막은 대가다. 

민주당은 2022년 대선의 악몽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2020년 총선에서도 전국 단위 지역구 득표율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편차는 약 50 대 41.5 정도였다. 국민의힘은 2년만에 역전을 이뤘다. 이번 총선은 격차가 더 작다. 쉽게 말해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3%포인트쯤 빼앗아가면 대선에서 승리한다. 

물론 국회는 의석수의 싸움이다. 독일, 스웨덴, 네덜란드처럼 지지율과 의석수가 비례하는 선거제도가 아닌 한, 정당 지지율은 국회 운용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175석 민주당은 당내 의견 통일과 당 바깥 5명 이상 의원의 가세로, 어떤 법안이든 패스트트랙 추진선(180석)을 넘겨 국회에서 통과시킬 수 있다. 

국민의힘은 100석을 넘기긴 했지만, 대통령이 거부한 법안이 찬성 200표를 넘길 가능성은 훨씬 커졌다. 4월 10일 이전의 국민의힘은 아웃사이더 윤석열 덕분에 정권을 찾은 정당이었지만, 5월 31일 이후의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때문에 주저앉은 국민의힘이다. ‘배신자가 8명만 안 되면 된다’고 할 일이 아니다. 이탈표는 8이 아니라 48이 될 수도 있고, 잘못하면 대통령 곁에 남는 의원이 50명이 안 되는 사태도 가능하다. 

가장 고도의 시험대에 선 것은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다. 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 지지율을 압도했던 것도 아닌데, 그들은 정국의 중심으로 떠올랐고 여러 책임을 떠안게 되었다. ‘어차피 재판에서 결론이 나잖아’라며 이 대표와 민주당에게 국민들이 시간을 더 줬듯, 이제 의석수는 이 대표의 재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음 대선의 절대적 비중은 국회가 아니라 법원에 있다.  

김수민은 풀뿌리운동과 정당활동을 하다 현재는 지상파와 종편, 언론사 유튜브 방송 등에서 정치평론가로 활약 중이다. 팟캐스트 <김수민의 뉴스밑장> 진행도 맡고 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경북 구미시의회 시의원을 지냈다. 시의원 시절엔 친박 세력과 싸웠고, 조국 사태 국면에서는 문재인 정권 핵심 지지층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저서로는 <다당제와 선거제도>(eBook) >가 있다.   

※ 뉴스버스 외부 필자와 <오피니언> 기고글은 뉴스버스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 기사와 뉴스버스 취재를 자발적 구독료로 후원합니다.
후원금 직접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신한은행 140-013-476780 [예금주: ㈜위더미디어 뉴스버스]

뉴스버스 기사 쉽게 보시려면 회원가입과 즐겨찾기를 해주세요.

저작권자 © 뉴스버스(Newsvers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