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언론 소개 기사 없어...양국 총리실도 언급 전무

독일 수도 베를린 아닌 함부르크 방문계획 이유 관심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챔버라운지에서 외국인 투자기업 대표들과 연 오찬 간담회에서 마틴 행켈만 독일 상공회의소 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독일과 덴마크 방문 일정을 4일 앞두고 갑자기 이를 연기하면서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독일과 덴마크 정부와 언론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독일 주요 종합지와 방송사는 윤 대통령의 방문 연기 소식을 보도하지 않았고, 일부 온라인 언론이 로이터 통신의 단신을 번역해 소개했다. 덴마크에서 발행되는 주요 언론들도 이 소식을 다루지 않았다. 

독일 올라프 숄츠 총리실과 덴마크 메테 프레데릭센 총리실도 별다른 언급이나 공식적인 코멘트를 하지 않았다. 독일과 덴마크 국민들은 한국의 대통령이 방문할 예정이었다는 사실조차 모를 정도로 무관심한 분위기다. 

외신 가운데 유일하게 순방 연기 소식을 전한 로이터 통신은 "한국 대통령실은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다양한 문제 때문에 연기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고 전한 뒤 "이같은 결정은 오는 4월 10일 총선에서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승리를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내려졌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대통령 내외가 성과도 없이 너무 잦은 해외 순방을 하고 있다고 야당인 민주당이 비판하고 있고, 특히 김건희 여사가 명품 백(luxury bag)을 수수하는 과정이 담긴 몰래카메라가 공개되면서 윤 대통령이 곤란을 겪고 있다"며 '디올 백' 사건이 연기 결정의 한 원인이라는 분석도 함께 전했다. 

반면 현지 한인 교민과 한국 기업 관계자들은 전례없는 일에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지 한국 공관들은 지난달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동포 행사보조요원을 모집했고. 교민 간담회를 열 계획이라고 비공식 공지까지 한 상황이었다. 

독일 함부르크총영사관은 홈페이지를 통해 "2월 17일부터 21일까지 독일어가 가능한 행사보조 및 운전 요원 OO명을 모집한다"고 밝혔고, 덴마크 대사관도 홈페이지에 "2월 19일부터 23일까지 덴마크어가 가능한 단기 진행요원 OO명을 모집한다"고 공고했다.

독일 일정의 경우 수도인 베를린에 위치한 독일 대사관이 아닌 독일 중북부에 위치한 함부르크 총영사관이 행사요원을 모집하는 사실에 관심이 집중됐었다. 현지 교민사회에서는 윤 대통령 내외가 18일 방문 직후 교민 간담회를 갖고 20일에는 함부르크시청 연회장에서 열리는 세계 최고(最古)의 사교행사인 '성 마티아스 만찬(Matthiae-Mahl)'에 주빈으로 참석할 예정이라는 소문이 흘러나왔다. 

지난 1356년 함부르크 주정부가 '성 마티아스 축일'을 기념해 함부르크에 우호적인 인사들을 초청해 만찬을 개최하면서 시작된 이 행사는 현재는 독일과 외국의 귀빈을 비롯한 외부 인사를 주빈으로 초빙하는 전통을 수립했다. 

함부르크 주정부에 따르면 매년 열리는 행사에는 함부르크 정치, 경제, 문화계 지도급 인사와 명예시민, 영사단 등 400명 이상이 초대되며 매년 특정 주제를 선정해 주빈(guest of honor)을 선정하고 있다. 지금까지 영국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캐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 스페인 실비아 왕비 등 해외 정상과 헬무트 슈미트, 헬무트 콜, 게르하르트 슈뢰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주빈으로 초빙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994년 상트페테부르크 시장 자격으로 이 만찬에 참석했지만 당시 에스토니아 레나트르 메리 총리가 러시아를 비난하자 분노하며 파티장을 뛰쳐 나가 화제가 된 바 있다. 성 마티아스는 예수를 배신한 가롯 유다를 대신해 12번째 제자로 선출된 성인이다. 

특히 현 올라프 숄츠 독일연방 총리는 2011~2018년 함부르크 주지사를 역임하며 성 마티아스 만찬을 직접 주최한 이력이 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숄츠 총리가 윤 대통령 내외를 이 행사의 주빈으로 초대했고, 이에 따라 베를린이 아닌 함부르크를 방문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 만찬은 독일과 유럽의 귀빈들이 주로 참석하는 사교파티 형식이어서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함께 참석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참석자들은 함부르크 음대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연주를 들으며 19세기 영국 에드워드 7세 왕이 선물한 그릇에 당일 공개되는 비밀 메뉴의 식사를 하게 된다. 

한편 지난해 5월 한국을 방문했던 숄츠 독일 총리는 미국 여론조사업체 모닝컨설트가 지난주 발표한 주요 25개국 정상 지지율 조사에서 21%로 23위를 기록, 23%의 지지율로 22위에 오른 윤 대통령과 최하위권을 다투고 있다. 이들보다 지지율이 낮은 정상은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19%)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18%) 뿐이다. 실제 독일 여론조사기관 인사(INSA)의 지난달 조사에서 독일 국민의 65%는 숄츠 총리의 조기 교체에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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