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희 전 민주당 의원 인터뷰]

"尹, 방통위원장에 문외한 앉힌 건 '방송 장악' 뜻 드러낸 것"

"방통위, 위원장 맘대로 독임제 아닌 합의제 행정기구"

"날 방통위원 임명 안한 건 방통위 잘 알아 껄끄러워서였을 것"

5일 뉴스버스와 인터뷰 중인 최민희 전 민주당 의원. (사진=뉴스버스 유튜브 캡처)
5일 뉴스버스와 인터뷰 중인 최민희 전 민주당 의원. (사진=뉴스버스 유튜브 캡처)


윤석열 대통령은 2011년 대검 중수2과장으로 부산저축은행을 수사할 당시 중앙수사부장이었던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을 신임 방통위원장으로 지명했다.

김 위원장은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에서 '정치공작 진상규명 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뉴스버스의 '고발사주' 사건 보도를 '정치공작'으로 규정지으려 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언론단체와 야당에서는 '방송 장악'을 위한 인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반면 윤 대통령은 국회에서 야당 몫의 방통위 상임위원 후보로 통과된 최민희 전 민주당 의원을 지난 3월 30일부터 '7개월 7일' 동안 임명하지 않고 뭉겠다. 결국 최 전 의원은 지난달 7일 윤 대통령에게 항의하며 사퇴했다.

뉴스버스는 김 위원장이 임명되기 하루 전날인 5일 최 전 의원을 만나 방통위 상임위원 후보로 있었던 '7개월 7일'간 겪었던 일과 향후 방통위원회의 방향성 등에 대해 들어봤다.

최 전 의원은 뉴스버스와 인터뷰에서 "방송 장악이 윤석열 정부 방통위원회 방향인 것 같다"고 윤 대통령이 검사출신 김홍일 권익위원장을 방통위원장에 앉히려는 이유를 간명하게 설명했다. 최 전 의원은 "의도는 알겠지만, 방송 장악 해봤자 총선에 영향은 없다"고 비판했다.

최 전 의원이 방통위 상임위원 후보로 있는 동안 방통위원장은 한상혁 위원장에서 이동관 위원장으로 바뀌었고, 야당 추천 몫 상임위원이었던 김현 방통위원 임기가 끝나면서 5인 합의제인 방통위는 이 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 2인 체제로 석달간 36개의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이동관 위원장은 퇴임 전인 지난달 20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방통위설치법 어디에도 2인 위원회가 의결할 수 없다는 규정이 없다"고 주장했는데, 최 전 의원은 "몰라서 그런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 전 의원은 2006년 방송위원회에서 부위원장과 위원장 직무대행을 역임하며 방통위 설치 근간을 세우는 일을 했다.

최 전 의원은 1985년 '말'지 기자로 시작해, 민주언론시민운동연합(민언련) 사무총장, 방송위원회 부위위원장·위원장 직무대행을 역임했다.

다음은 최 전 의원과의 일문 일답

Q. 검사 출신인 김홍일 권익위원장은 방송 통신 관련 이력이 없는데, 왜 방통위원장에 앉히려고 하는 것인가?

- 한상혁 전 위원장이 그만두면 김홍일 검사를 위원장으로 한다는 얘기를 저는 여러 번 들었다. 심지어 어떤 기자로부터는 "(무리수를 둬) 김홍일 검사를 방통위원장에 임명해야 하기 때문에 (반대 급부로) 최민희를 방통위원으로 받을 수밖에 없다고 (정권 내부에서) 판단하고 있다"는 이런 얘기까지 들었다. 대통령이 애초 방통위원장에 앉히려고 했던 사람은 김홍일이다 이런 얘기를 많이 들었다.

Q. 왜 꼭 김홍일인가?

대통령의 최측근이라서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로 있으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의혹 사건 수사를 지휘했는데, 당시 무혐의 결론을 내고 이후 승승장구했던 분이다. 2008년 윤석열 대통령이 파견 검사로 일했던 BBK특검에서도 '무혐의' 결론이었다. BBK로 이어지는 인연이 있고, 2011년 부산저축은행 수사당시 중수과장과 중수부장의 관계다. 윤석열 대통령이 굉장히 신임한다고 들었다. 저는 윤석열 정부의 인사는 적재적소가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과의 지근거리 친분이 우선인 것 같다.

Q.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자신이 자리에서 물러나도 제2, 제3의 이동관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김홍일 위원장 이후에 방통위의 방향은 어떨 것으로 보이는가.

- 방송 장악이 이 정부의 방통위원회 방향인 것 같다. 방송이라는 게 사실 굉장히 복잡하고, 이해관계를 조율해야만 정책이 제대로 된다. 그리고 지금 방송과 통신이 융합되는 시대이기 때문에 더 복잡하다. 그래서 잘 알아야 한다. 그리고 결정의 기준이 있어야 한다. 문외한이 온다는 건 그런 복잡한 방송 정책에는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이 정부는 오직 방송 장악, YTN 장악, MBC 장악 이 것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Q. KBS에는 박민 사장이 이제 취임을 했고, YTN 매각과 관련해선 잡음이 들리고 있는데 지금 윤 정부의 방송장악 플랜 어떻게 진행되고 있다고 보나?

- 우선 두 가지 얘기를 해야 되는데, 하나는 이 정부 방송 장악이 단지 방송 장악만 계획한 건 아닐 것으로 본다. 사실 (윤 대통령은) 김홍일 검사를 시키려고 (염두)했다는데 이동관 위원장이 그걸 치고 들어와서 방송위원장 자리를 꿰찬 거다.

그러면 이 전 위원장이 대통령의 귀를 뭘로 사로잡았을까를 생각해보면 1단계 2단계 3단계가 있었다고 본다.

1단계는 '공영방송 다 장악하고, 연합뉴스 YTN 다 장악한다. 그리고 내 사람 심는다. 그걸 내가 하겠다' 이런 것이었을 것 같다. 2단계는 방송 구조개편으로 보인다. YTN 민영화는 사실 구조 개편의 한 삽을 뜬 것이고, KBS2 민영화, MBC 민영화를 제시하지 않았나 싶다. 민영화하면 쉽게 손아귀에 넣을 수 있다. 그리고 내년 총선에서 심판 받는다는 감언이설이 있었지 않았을가 싶다. 그럼 방송 장악해서 하려는 게 뭘까. 친윤 방송들 만들겠다는 거다.

그런데 저는 여기서 그칠 것 같지 않고 정치 체제 자체를 변화시키려고 할 것 같다.

Q. 정치 체제를 변화시킨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

- 지금 많은 국민들이 내각제 싫어한다. 그리고 북한과의 대치 상태이기 때문에 이제 대통령 중심제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끊임없이 기득권 세력들은 일본 자민당 체제를 꿈꿔왔다. 일본 자민당 체제 보수적 의제 지형으로 시민들의 역동성이 말살돼야 보수 기득권 체제가 유지된다. 그래서 1단계 방송 장악, 2단계 방송 구조 개편, 공영방송 민영화를 통해 의제 자체를 보수 지형으로 만들어버리는 거다. 그런 다음 내각제나 이원 집정부제 이런 걸 통해서 일본 자민당처럼 영구 집권 체제로 까지 나아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일부 있다고 본다.

Q. 그럼 지금까지 플랜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인가?

원래는 이동관 위원장이 오기 전에 8월 말까지 방송 장악을 다 끝낸다는 게 이 정부의 방송 플랜이었다. 그런 얘기가 기자들을 통해 전해졌고 소문도 파다하게 돌았다. 하지만 그건 일단 실패했다. 그리고 KBS 겨우 장악했는데, 지금 내부가 시끄러운 상황이다. 지금은 정중동의 상황 같다. 

사실 지금의 방송법이라는 게 그냥 위에서 떨어진 게 아니고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결단도 있었지만 방송 노동자들의 오랜 투쟁의 산물이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게 방송 규약 등 여러 가지다. 그걸 지금 박민 KBS 사장이 송두리째 무시하고 전횡을 휘두르고 있기 때문에 지금 KBS 일부에서는 박민 사장을 '윤석열 아바타'라고 부른다고 한다. 내부에서 일하는 스타일이 너무 (윤 대통령과) 똑같다고, 무지막지하게 밀어붙인다고 한다.

최민희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후보자가 11월 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통위 상임위원 후보자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김현 전 방통위 상임위원. (사진=연합뉴스)
최민희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후보자가 11월 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통위 상임위원 후보자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김현 전 방통위 상임위원. (사진=연합뉴스)


Q. 2006년도 방송위원회 부위원장, 그리고 그 뒤에 위원장 직무대리도 했다. 방송통신위원회를 만드는 기초 작업과 관련 법들을 만드는 역할을 했는데, 그때와 비추어 본다면 지금 상황 어떻게 보이는가?

- 그때 방송통신위원회를 만든 것은 이런 정치적인 이유가 아니라 IPTV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방송통신 융합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방송과 통신을 따로 규제할 수가 없었다. 규제 기관을 정통부와 방송위원회로 이원화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미국 FCC 방식으로 방송통신위원회를 만들어서 규제하자고 된 것이다. 그런데 이 규제 기관은 방송과 통신 정책을 때로는 진흥하고 때로는 규제해야 하니까, 독임제(독임제는 행정관청에 그 권한을 일임하는 조직제도)는 안 되겠다. 그래서 FCC처럼 위원회 방식(합의제)으로 하자 그렇게 만든 거다.

그래서 5명의 위원을 두게 됐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에 만들었던 방통위원회는 권한이 막강했다. FCC에 준하는 권한이 있었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와서 결과적으로 방송 장악을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됐던 것이다. 그 이후 박근혜 정부에서 미래창조과학통신부를 만들면서 방통위원회를 쪼개 기능과 권한이 줄었다.

당시 소위 유료방송 채널에 관한 업무를 다 미래창조과학부로 보내 지금은 과기정통부가 맡고 있다. 방통위는 권한이 축소돼서 뉴스 보도를 하는 방송들이 방통위원회 밑에 와 있게 됐다. 방통위의 기능은 대폭 줄었지만 공영방송이나 종편도 뉴스를 하니까, 그런 방송들에 대한 규제 기능을 갖고 있게 됐다. 그런데 핵심은 방통위를 독임제 기구로 가지 않고, 합의제 행정기구로 했다는 것이다. 

Q. 최근에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이 "2인 체제로 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이 법의 취지가 그렇다"는 취지로 얘기를 했는데

- 몰라서 그런 거다. 법의 취지가 그렇다면 독임제로 하지 뭣 때문에 위원회로 했겠나? 방통위는 합의제 행정기구다라고 명시한 이유는 합의를 하라는 것이다. 합의가 대통령 추천 몫 2명이서 해라, 여당 추천 몫만 들어가서 합의해라 그런 뜻이 아니다. 방통위가 5명으로 구성 되어 있는데 2명은 대통령, 3명은 국회에서 추천한다. 이 3명 중에 2명을 대통령이 속하지 않은 교섭단체가 추천하게 돼 있다. 그러니까 그건 반대 정파가 들어가서 견제하고 토론을 통해서 반대 정파와 합의하라는 것이다.

Q. 이동관 위원장이 사퇴하기 전 국회에 올라간 탄핵안에는 5인 합의제 기구인데, 석 달 동안 2인 체제로 안건을 심의·의결 했다는 내용들이 들어가 있다. 과거에도 전례가 있는가?

- 당연히 없다.

자꾸 전례를 얘기하는데, 두 명이었을 때가 잠시 있긴 했다. 그런데 그때는 일상적인 소소한 업무들을 서면으로 결의하고 그랬지 의결을 거의 하지 않았다. 회의를 열어서 중요 사안을 의결한 적이 없다.

저는 이 정부 사람들의 특징이 a를 말하고 b를 얘기한다고 본다. 가짜 뉴스는 규정도 국제적으로 확립된 게 없다. 하지만 이 정부는 대통령을 비판하면 가짜 뉴스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대통령이나 영부인이나 대통령 측근을 비판하는 기사를 쓰면 가짜뉴스로 규정하는 것 같다. 그러니까 '가짜 뉴스라고 쓰고 언론 탄압이라고 읽는다' 뭐 이런 식이 돼버렸다.

Q. 과거 정권에서도 언론과의 갈등이 있었지 않았나.

- 민주정부 대통령들도 사사건건 비판하고 토달고 팩트에 기초해서 비판하는 언론을 곱게 보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탄압하지는 않았다. 근데 이 정부는 마음에 안 들면 탄압한다. 제가 보기에는 정권을 운영할 자격이 없다. 

권력자들 입장에서는 정론 기능을 하는 방송이나 언론이 있으면 다 미운 거다. 장악하려는 쪽 입장에서 뉴스버스도 얼마나 밉겠나? 중요한 건 '인정하느냐' '짓밟으려고 하느냐'의 차이인 것 같다.

Q, 국회에서 방통위원 후보로 가결되고도 7개월 7일 동안 임명이 안 됐는데.

- 제가 3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방통위원 후보로 의결이 됐다.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은 퇴장해서 동의를 안 했다고 하지만 퇴장하는 것도 의사 표시다. 과반 이상으로 의결이 됐는데, 윤 대통령이 임명을 안 했다.

의결되자마자 바로 방통위에서 연락 와 제가 검증 절차에도 다 응했다. 용산에서 보내온 질문지도 다 제출했다. 그리고는 여러 얘기가 들려왔다. 

한상혁 위원장이 정리되는 대로 임명하겠다 이런 얘기도 있었다. 그런데 거기에 변수가 있었다. 한상혁 위원장이 구속될 줄 알았는데 구속이 안 된 거다. 그 이후로 기류가 달라지고, 갑자기 이동관 위원장 카드가 등장하면서 그 뒤로부터는 오리무중이 됐다.

기자들로부터 (임명 관련해) 정말 많은 전화를 받았다. 그 가운데 전화 내용을 이해하기가 힘든 경우도 있었는데, 우선은 윤석열 대통령이 싫어해서 임명 안 한다는 것이다. 국정운영을 하는 사람이 싫어하는 사람 임명 안 하고, 좋아하는 사람만 임명하는 건가. 더구나 이건 야당 추천인데. 

Q. 그때 어떤 얘기들을 들었나.

기가 막힌 얘기도 들었다. 대선 끝나고 김건희 여사 팬클럽으로부터 고발당한 적이 있다. 뉴스공장 등에 나가서 이런저런 문제 제기를 한 적이 있는데, 이에 대해 김 여사 팬클럽이 저를 고발했다. 대선 지나고 수사받고 무혐의가 됐다. 그런데 최종적으로 그것(뉴스공장에 나가 김 여사 관련 언급) 때문에 반대한다고 누군가가 이렇게 얘기를 하더라.

(사주가 어떻느니 하는) 더 어처구니 없는 얘기도 들었다. 그래서 내가 그건 절대 아닐 것이다고 했고, 그 보다는 '방송 장악하려면' 나처럼 (방통위에 대해) 잘 알고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싸울 사람 들어오는게 껄끄러워 그런 얘기 퍼뜨리지 않았을까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Q. 방통위원 후보 자리를 내려놓은 결정적인 이유는 뭔가?

- 사실 이미 9월 쯤에 내려놓을 생각이었다. 김현 위원이 있을 때 제가 (방통위원으로) 들어가야 방송 장악을 저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김현 위원이 그만두니, 다음부터 들어갈 생각이 없어졌다.

왜냐 이동관, 이상인, 최민희 2대 1 구도다. 아마 들어갔으면 곧 그만뒀을 것이다. 이동관 탄핵하자 이러면서 그만뒀을 것 같다.

그리고 무서웠다. 2대 1로 혹은 3 대 2 구조에서 결국은 방송장악은 막지 못하고 들러리를 섰다는 이력이 제 인생의 꼬리표로 붙을 수 있는 게 두려웠다. 그래서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온갖 비난에도 침묵한 이유는 민주당 내에 국회 과방위원, 그리고 중간에 원내대표가 바뀌었다. 과거 원내대표였다면 이동관 탄핵안 상정을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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