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최재해 유병호 수사중…감사원 두 차례 압수수색

최재해 감사원장, 조은석 수사요청 및 '주심 업무' 배제

조은석 "수사·진상조사 대상자가 진상조사…이해충돌"

최재해 감사원장이 지난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감사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재해 감사원장이 지난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감사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감사원이 '전례없는' 상황을 겪고 있다.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감사보고서 공개 결정 과정에서 감사원 사무처가 감사위원을 공격하는 상황도 초유의 상황이었는데, 그 뒤를 따르는 상황들도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상황들이다.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병호 사무총장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를 받고 있고, 감사원 사무처는 감사원장 지시로 조은석 감사위원을 겨냥한 진상조사TF까지 만들어 전 전 위원장 감사 과정 등을 조사했다. 최 감사원장은 조 감사위원에게서 '주심' 업무를 박탈하는 조치를 했다.

전 전 위원장에 대한 표적 감사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공수처는 17일  감사원을 압수수색했다. 지난달 6일에 이은 두 번째 감사원 압수수색이다. 이번 압수수색 범위엔 조 감사위원의 사무실도 포함됐다.

급기야 지난 13일 국회 법사위의 감사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최 감사원장은 조 감사위원을 겨냥 "(전현희) 주심 감사위원으로서 (전현희) 대변인, 변호인 역할을 한 것 아닌가 의심이 들었다"고 원색적인 비난까지 쏟아냈다. 유 사무총장도 "75년만에 조 위원 같은 그런 분이 처음 들어와 그렇다(공수처 압수수색을 받고 있다)"고 가세했다. 

여당측의 반대로 국감 증인으로 채택되지 못한 조 위원은 최 원장과 유 사무총장에게 맞서 법사위 여야 간사들에게 별도로 주심 감사위원의 '결재 패싱' 과정을 담은 설명자료와 '입장문'을 돌렸다.

최 감사원장과 유 사무총장에 대한 공수처 압수수색, 조은석 감사위원을 겨냥한 내부 표적 진상 조사 등 유례없는 상황으로 감사원은 쑥대밭이 됐다. 독립된 국가 최고 감사기관인 감사원 내부에서 도대체 무슨일이 왜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지난 4월 4일 당시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감사원의 표적 감사 의혹을 제기하는 추가 고발장을 공수처에 제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4월 4일 당시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감사원의 표적 감사 의혹을 제기하는 추가 고발장을 공수처에 제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현희 전 권익위원장 '불문' 감사보고서 공개가 발단

사건의 발단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진행된 전현희 전 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원 감사보고서가 공개되면서 시작됐다.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전 전 위원장에 대해 윤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7월부터 1년여 간 감사를 벌여 지난 6월 9일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앞서 감사위원들은 6월 1일 감사위원회에서 표결 끝에 전 전 위원장의 주요 의혹 4가지에 대해 만장일치로 '불문' 결정을 내렸다. 불문 결정을 할 경우 감사 내용들은 감사보고서에 담을 수 없다. 그러나 발표된 감사보고서에는 불문 결정이 났던 전 전 위원장에 대한 주요 의혹들에 대해 상세 설명이 기재됐다. 

전 전 위원장은 불문 결정에도 불구하고 상세한 내용을 담은 감사원 관계자들을 고발했다.

이와 더불어 감사보고서 공개 과정에서 주심위원인 조은석 감사위원의 열람·결재가 없었음에도 감사보고서가 공개된 사실도 드러났다.

그러나 감사원은 전 전 위원장의 감사보고서를 공개한 당일인 6월 9일, 감사 결과의 언론보도 등 외부 유출 경위를 따져 묻기 위해 내부 진상조사TF를 구성했다. 진상조사TF 구성 사실은 20일 뒤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공개되기 전까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감사원은 지난 4일 법제사법위원회에 TF가 조사한 진상조사 결과를 냈다. 그러자 13일 법사위 국감에서 진상조사결과 내용이 공개될 것으로 예상한 조 감사위원은 법사위 국감 하루 전인 12일 반박 입장문을 법사위 여야 간사에게 제출했다.  

진상조사TF는 유병오 사무총장 라인으로 분류되는 최달영 감사원 제1사무차장과 김숙동 특별조사1과장이 각각 단장과 부단장을 맡았다. 감사원법 어디를 봐도 사무처가 감사위원을 '감찰'할 수 있는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감사원 사무처가 조 감사위원 조사에 앞장선 모양새다. 이 때문인지 감사원은 진상조사TF 구성원들을 공개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감사위원 전원으로 구성된 합의제 기관이고, 감사위원은 탄핵이나 금고이상의 형을 선고 받았을 때가 아니면 본인의 의사에 반해 면직되지 않는 신분 보장을 받고 있다.(감사원법 8조) 또 감사위원은 헌법기관으로서 직무 수행에 있어서도 독립성이 보장되고 있다.

반면 사무처는 감사원에 관한 행정사무를 처리하는 곳이고, 사무총장은 원장의 지시를 받아 사무처의 사무를 관장하고 소속 직원을 지휘 감독하게 돼 있다. (감사원법 19조) 

감사위원을 보좌하는 감사원 사무처의 감사위원에 대한 진상조사는 꼬리가 머리를 흔드는 격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공수처 수사대상자가 진상조사 주체…이해충돌(?)

진상조사TF는 "전 전 위원장 감사 과정에서 주심 감사위원의 위법·부당 행위가 확인됐다"면서 "관련 논란 해소와 유사 사례의 재발 방지를 위해 조 감사위원에 대해 경고 조치 및 수사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최 감사원장은 진상조사TF의 건의를 수용하는 형식으로 조 감사위원을 '주심' 지정에 배제하는 조치를 했다. 감사원이 감사위원을 검찰에 수사요청한 것도 전례 없는 일이다.

이에 대해 조 감사위원은 법사위 간사들에게 제출한 입장문에서 "진상조사·수사의 대상자들이 진상조사를 한 것이기 때문에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진상조사TF 구성 및 조사 자체가 위법하다는 취지다.

전현희 전 위원장은 지난 6월 최 감사원장과 유 사무총장 등 감사원 관계자들을 '표적 감사'를 했다며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공수처에 고소했고, 이 사건으로 공수처는 압수수색을 하는 등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최 감사원장과 유 사무총장 등은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자, 전 전 위원장 감사 과정 진상조사TF의 조사 대상이기도 하다. 조 감사위원이 지적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소지는 이런 상황을 두고 한 지적이다.

전 전 위원장 감사보고서를 공개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들에 대해 본인들의 무고함을 밝혀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최 감사원장과 유 사무총장 등은 진상조사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게 조 감사위원의 주장이다. 조 감사위원은 입장문에서 "수사대상자이자 진상조사TF의 조사 대상자인 최 감사원장과 유 사무총장, 최 차장, 특별조사국 소속원 등이 스스로 조사범위·방향·강도를 결정하고 조사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이해충돌방지법은 사적 이해관계자에게 14일 이내에 신고를 하고 회피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위반한 경우 기관장으로 하여금 과태료 재판을 청구하도록 하고 있다.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원의 '표적 감사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감사원 압수수색에 나선 지난달 6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입구 앞에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원의 '표적 감사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감사원 압수수색에 나선 지난달 6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입구 앞에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심 감사위원 패싱 '전현희 감사 보고서' ...바뀐 149자 놓고 대립

공수처는 지난 6월 9일 감사보고서 공개 당일 감사원에서 벌어진 상황에 대해 공전자기록위작·변작 혐의, 감사 실무자에 대한 직권남용, 감사위원에 대한 업무방해 등 혐의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당일 사무처가 감사위원들에게 마지막으로 공유한 전 전 위원장에 대한 감사 보고서 3차 수정안에서 149자를 더 고친 4차 수정안을 만들어 조 감사위원의 열람·결재 없이 1시간 50분 만에 공개했다.

감사원 내부규정에 따르면 자구 수정에 불과하더라도 주심 감사위원의 열람을 생략하도록 사전에 의결된 건만 주심 감사위원의 열람을 생략할 수 있다. 4차 수정안의 경우 주심 감사위원의 열람을 생략하도록 사전에 의결하지 않았으면 그 절차를 생략할 수 없다는 의미다.

그런데 진상조사TF가 공개한 보고서를 보면 조 감사위원의 결재 절차를 생략하기 위한 과정이 고스란히 드러나있다.

진상조사TF 보고서에 따르면 최 사무차장(진상조사TF 단장)은 당일 오전 11시 20분쯤 감사원장에게 전산조치 개선을 건의했다. 그러나 건의에 앞서 오전 9시 감사원 사무처는 기자단에 "오늘 오후 중 권익위 감사보고서가 공개된다"고 문자를 보냈다. 조 감사위원이 열람·결재를 완료한 상황도 아니었고, 3차 수정안이 감사위원들에게 전달되기 4시간 전이었다.

사무처는 오후 1시가 돼서야 3차 수정안을 감사위원들에게 배포했다. 오후 2시 30분쯤 3차 수정안을 검토한 한 감사위원이 문구 등 8건의 수정요구를 했고, 사무처는 이후 3시쯤 8건이 수정된 수정안을 유 사무총장의 결재를 받아 주심위원 전산 열람에 등재했다. 10분 뒤 보고서는 감사원장에게 보고된다.

오후 4시 47분쯤 감사부서는 전산부서에 공문을 통해 '주심위원의 열람·결재 절차를 생략해 달라'고 공문을 보냈는데, 4차 수정안은 이 때까지 조 감사위원이 열람·결재를 하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전산 조치를 통해 4시53분 4차 수정안대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그 시각 최 감사원장과 면담을 하고 있던 감사위원들은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문제제기를 했다.

4차 수정안에서 149자가 바뀌어 공개됐는데 이에 대해 최 감사원장은 지난 13일 법사위 국감에서 "각주가 하나 추가됐다. 전 전 위원장의 입장을 좀 해명할 수 있는 부분을 추가한 것”이라며 “그 외에는 단순한 어구 조정이 일부 있었다. 감사위원회가 의결한 보고서와 최종적으로 나간 보고서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감사원 사무처가 수정한 149자 중에는 '권익위가 법무부와 검찰청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 관련 사실관계를 확인하기로 했다'는 부분과 관련, "전현희 위원장이 정했다"(3차 수정안)고 작성했다가 "논의를 거쳐 정했다"(4차 수정안)로 수정됐다.

조 감사위원은 입장문을 통해 "수정된 (149자) 감사보고서는 핵심 내용이 허위로 작성됐다"고 반박했다. 그는 "대변인실·부패방지국 행동강령과 소속 A씨에게 보낸 문건에 있던 핵심 내용인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은 결론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음'이라는 내용은 실제 보도자료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이 수정됐다는 것이다.

진사조사TF, 조은석 '결재 패싱' 인정하면서도 "절차상 하자 없어"

조 감사위원은 입장문에서 '열람' '반려' 버튼 삭제 상태를 보여주는 화면을 캡처해서 첨부했는데, 화면을 보면 조 감사위원의 전 전 위원장 감사결과 관련 결재시스템에는 '열람'과 '반려' 버튼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함께 첨부된 다른 결재시스템 화면에는 '열람' '반려' 버튼이 존재한다. 또 결재시스템상 문서관리카드 화면에 결재상태가 '결재완료'로 표기됐다.

조 위원은 "전자문서시스템에 주심위원의 열람 절차를 거치지 않은 감사보고서를 등재하고 주심위원의 '열람' '반려' 기능을 삭제한 뒤 결재 상태를 '승인'으로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주심위원의 직무수행을 하지 못하게 했다는 것이다. 그는 "인위적 조작에 의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조은석 감사위원이 입장문에서 공개한 '열람·반려' 비교 캡처.
조은석 감사위원이 입장문에서 공개한 '열람·반려' 비교 캡처.

그런데 감사원은 지난 6월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사무총장이 주심위원의 열람클릭 버튼을 없애라고 지시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면서 "클릭 버튼이 없어지지도 않았음'"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유 사무총장도 지난 6월 29일 법사위 현안질의에서 "원래 감사원에서 열람은 전부 서면으로 하고 있다. 그 분(조 감사위원)은 전자(문서)로도 본 걸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행 전자정부법(25조)은 전자문서의 기안, 검토, 결재 등을 전자문서시스템으로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유 사무총장은 "전자정부법 25조에는 예외도 있다"고까지 했다.

최 감사원장은 이번 국감에서 "문서 처리가 끝났기 때문에, 더 이상 열람이나 반려가 필요 없기 때문에 (버튼이 없는 것)"라면서 "주심(조은석 위원)은 열람 버튼을 누르지 않았지만, 저희들이 문서 처리를 완료시켰기 때문에 버튼 차이가 나는 거지, 다른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열람·반려' 버튼과 관련한 최 감사원장의 발언은 감사원 사무처가 밝혔던 사실과도 정반대의 내용이다. 주장이 아닌 사실 관계의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최 감사원장 설명, 유 사무총장 주장, 감사원 보도자료의 내용이 서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진상조사TF는 이에 대해 "그동안 (감사보고서는) 주심위원의 '열람' 버튼 클릭을 거쳐 시행돼왔다"고 하면서도 "감사위원장인 감사원장이 다수 감사위원이 동의하는 안으로 시행할 것을 승인했기 때문에 주심위원의 열람클릭이 없었다는 것만으로 절차상 하자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진상조사TF에 따르더라도 '열람' 버튼이 삭제됐고, 조 감사위원의 '결재 패싱'된 사실은 확인된 것이다.

다만 진상조사TF는 감사원장이 직접 확인하거나, 다른 감사위원이 열람하게 하는 방법으로 적정성을 확인했다면 주심위원 열람은 필요없다는 주장을 폈다. 

사실 관계는 조 감사위원 주장이 맞다는 점을 인정했지만, 주심 감사위원의 '열람 결재 패싱'이 부당하지 않다는 논리로 최 감사원장과 유 사무총장의 손을 들어준 이상한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최 감사원장과 유 사무총장은 지난 13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조 감사위원을 겨냥해 "법과 원칙에 어긋났다" "개원 역사상 75년 만에 처음 보는 감사위원이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지만, 진상조사TF 결과 보고는 오히려 최 감사원장과 유 사무총장의 발목을 잡는 자충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 감사원장과 유 사무총장에 대한 공수처 수사에서 진상조사TF 결과 보고가 주심 감사위원 '결재 패싱'을 증명하는 증거자료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뉴스버스 / 김태현 기자 taehyun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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