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출산 그림, 문재인‧안철수 동성애 만화 "사실적시 아니다" 무혐의
쥴리벽화, ‘쥴리의 남자들’ 문구로 ‘후보자 비방죄’ 성립 가능성

2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서점 벽면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배우자 김건희 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벽화가 그려져 있다.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 캠프는 지난 27일 김건희 씨에 대한 루머가 확산되고 있는 것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뉴스1)
2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서점 벽면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배우자 김건희 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벽화가 그려져 있다.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 캠프는 지난 27일 김건희 씨에 대한 루머가 확산되고 있는 것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뉴스1)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씨와 관련한 확인되지 않은 ‘풍문’을 소재로 한 소위 ‘쥴리 벽화’가 논란이 되고 있다. 논란의 벽화는 윤 전 총장의 아내 김씨를 연상시키는 그림과 함께 ‘쥴리의 꿈, 영부인의 꿈’ ‘쥴리의 남자들’이라는 문구로 구성돼 있다. 이 벽화는 서울 종로구 관철동 소재 중고서점 대표 여모씨의 요청으로 한 작가가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 국면에서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그림이나 만화 등이 논란이 된 사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2년 홍성담 화백은 소위 ‘박근혜 출산 그림’으로 알려진 <골든타임–닥터 최인혁, 갓 태어난 각하에게 거수경례를 하다>를 자신의 블로그에 게시했다. 같은해 인터넷 풍자만화가인 최지룡씨는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알몸으로 성행위를 하는 것으로 연상되는 만화를 인터넷 블로그에 게재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홍씨와 최씨의 그림이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비방에 해당한다고 보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하지만 검찰은 홍씨와 최씨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은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홍씨와 최씨의 그림이 특정한 사실을 적시한 것이 아니며, 어떤 사안에 대한 의견 표출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근거 없는 사생활 의혹 ‘적시’는 표현의 자유 보호 대상 안돼

벽화를 제작한 서점 대표 여씨는 30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벽화 제작은 ‘풍자’이며, 표현의 자유를 향유하는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여씨는 “본인이 쥴리가 아니라고 부정을 했고 모든 관계있는 남자들이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는 것을 내가 단지 풍자(satire)해서 쓴 것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에서 판결문 나오면 (벽화를) 없애준다고 하세요”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논란이 확산되자 서점 주인이자 건물주인 여모씨는 전날 ‘쥴리의 남자들’ 등 문구를 전부 지우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날 오전 9시쯤 서점 직원 1명이 나와 벽화에 기재된 문구들에 흰색 페인트를 덧칠해 지웠다.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서점 벽면에 그려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배우자 김건희 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벽화 문구가 페인트로 지워져 있다. (사진=뉴스1)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서점 벽면에 그려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배우자 김건희 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벽화 문구가 페인트로 지워져 있다. (사진=뉴스1)

미국과 달리 표현의 자유의 ‘우월적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도 공적 인물에 대한 ‘풍자’는 비교적 강하게 보호받는 경향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 출산 그림이나 문재인 대통령과 안철수 의원의 그림에 대한 판결을 그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여씨는 벽화가 표현의 자유 그 가운데서도 ‘풍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씨의 ‘쥴리 벽화’는 ‘풍자’를 이유로 명예훼손 또는 공직선거법 상 후보자비방 혐의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법조계 인사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헌법이 ‘모든 표현’을 똑같은 정도로 보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표현의 자유가 중요한 기본권임에는 틀림없지만 무제한의 자유는 아니다.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이 충돌하는 지점 예컨대 명예훼손, 모욕, 공직선거법 상 허위사실공표, 후보자비방죄 등이 표현 자유의 한계지점이라 할 수 있다.

대법원은 ‘풍자'는 사회의 악덕, 모순, 부조리, 허세 등을 비판적 또는 조소적으로 빈정대는 표현기법을 의미한다고 밝힌 바 있다. 즉 법원은 사실 또는 허위사실의 적시가 아닌 ’의견 표명‘만을 ’풍자‘의 범위로 한정하고 있다. 쥴리 벽화 속 문구는 사실 또는 허위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풍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형법상 사실적시 또는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뿐만 아니라 공직선거법 상 허위사실공표죄 또는 후보자비방죄로 처벌될 개연성도 높다.

공직선거법 251조 당선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연설ㆍ방송ㆍ신문ㆍ통신ㆍ잡지ㆍ벽보ㆍ선전문서 기타의 방법으로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후보자(候補者가 되고자 하는 者를 포함한다), 그의 배우자 또는 직계존ㆍ비속이나 형제자매를 비방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을 입력하세요.

대선후보인 윤 전 총장의 배우자인 김씨에 관한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벽보’ 내지는 ‘기타의 방법’에 해당하는 벽화를 통해 ‘적시’해 ‘비방’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씨가 벽보에 기재한 ‘쥴리의 남자들’ 문구가 설령 ‘진실한 사실’에 해당된다 할지라도 후보자 본인이 아닌 후보자 배우자의 과거 사생활 관련 의혹을 적시한 것이므로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 측이 명예훼손 등의 법적대응을 하지 않아도, 선관위가 후보자비방죄 등으로 검찰에 수사 의뢰 또는 고발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김건희씨가 최근 언론인터뷰에서 자신에 관한 풍문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기 때문에, 그 시점 이후로는 뚜렷한 근거없이 풍문의 내용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형법상 명예훼손 및 공직선거법상 후보자비방죄 등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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