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검언유착 의혹' 보도 제보자 구속 미스터리

보도 안된 명예훼손 당사자는 어떻게 알고 고소?

환승 위한 보세구역 체류인데, 입국 어떻게 알았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대한법률구조공단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대한법률구조공단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스1)

2020년 3월 MBC의 '검언유착 의혹' 보도의 제보자였던 지모씨가 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검거돼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됐다. 지씨는 명예훼손 혐의 재판에 불출석해 구속영장이 발부된 상태였다.

지씨는 그동안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씨의 주가조작 의혹과 한동훈 장관에 대한 수사로 이어진 채널A사건, 검사 연루 비리 등을 언론에 제보하면서 윤 대통령과 한동훈 장관, 검찰 측에는 사실상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지난해 9월 뉴스버스 보도로 세상에 알려진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의 '고발사주' 고발장 내용엔 당시 '윤석열 검찰'의 '분노'가 드러나있다.  

그 동안 동남아에 체류해왔던 것으로 알려진 지씨는 왜 어떻게 구속됐을까? 

1. 제보자 지모씨 누구?…'윤석열·한동훈·김건희 연루 의혹' 언론 제보 

① 김건희 여사 '도이치 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제보

지씨는 현재 서울중앙지검이 수사 중인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주가 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한 내용을 제보한 인물이다. 지씨는 2020년 2월 초 뉴스타파에 "윤석열 검찰총장의 아내 김건희씨가 도이치모터스 주식 8억 원 장외매수 후 불법적인 주가조작을 통해 재산을 축적했다"고 알렸다. 이후 뉴스타파는 지씨의 제보내용을 인용해 <윤석열 아내 김건희-도이치모터스 권오수의 수상한 10년 거래>라는 제목으로 김건희씨의 불법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보도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한 검찰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을 비롯해 공범 5명을 지난해 12월 재판에 넘겼다. 권 전 회장의 재판에서는 김 여사의 연루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지만, 검찰은 김건희 여사에 대해선 아직 별다른 조사나 처분을 하지 않은 상태다. 

'고발사주' 고발장엔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기 전인데도 김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고 단정하고 있다.

② 서울남부지검 검사들의 위법 수사 의혹 제보 

지씨는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 제보 전엔 뉴스타파에 "남부구치소에 수감돼 있을 때 가석방 약속 대가로 검사실을 자유로이 드나들며 검사의 수사를 도왔다"면서 수감 중 겪었던 내용을 제보했다. 이후 뉴스타파는 <'죄수-수사관-검사'의 부당거래> 등을 보도했다.

③ 윤 대통령 감찰·한동훈 장관 수사 받게 한 채널A사건 제보

지씨는 MBC '스트레이트' 방송에서 "윤 대통령이 검사로 재직할 당시 장모 최모씨가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사건에 대한 수사 무마 의혹이 있다"는 취지의 보도를 하자, 이를 보고 '검언유착' 사건을 MBC에 제보했다.

검언유착 사건은 2020년 4월 15일 총선을 앞두고 채널A기자가 한동훈 장관(당시 검사장)의 도움을 받아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를 압박해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이사장에 대한 비리를 캐내려했다는 의혹이다.

지씨의 제보를 받고 MBC는 <[단독] "OOO 검사장과 수시로 통화"…녹취 들려주며 압박>등 유 전 이사장의 비리를 캐내기 위한 채널A기자와 한동훈 당시 검사장의 유착 의혹을 보도했다. MBC 보도 이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 지시로 대검 감찰부는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감찰을 시도했고, 이후 검찰 수사로 이어졌다. 한 장관과 유착 의혹을 받은 채널A기자는 재판에 넘겨졌지만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한 장관은 윤 대통령 당선 후인 지난 4월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됐다.

한 장관은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휴대폰(아이폰)을 압수당했으나, 20자리의 잠금해제 번호를 제공하지 않았다. 검찰은 "현재 기술력으로는 아이폰 잠금장치 해제시도가 실효성이 없다"며 한 장관을 불기소하면서 휴대폰을 한 장관에게 돌려줬다.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도 한 장관에 대한 감찰과 수사를 방해한 의혹으로 법무부 감찰 조사를 받은 뒤 정직 2개월의 징계가 내려졌다. 윤 대통령은 절차 위법 등을 다투는 징계처분취소 소송을 냈으나, 서울행정법원은 "절차 위법이 없다"면서 "정직 2개월 징계도 가볍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에 대한 징계 결과를 다투는 소송은 윤 대통령 측이 항소를 해 현재 2심이 진행중인데,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징계 정당'을 사수해야 하는 피고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됐다. 원고 피고가 같은 이해관계를 갖는 모순적인 상태서 2심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④ 최근 김건희 여사 추가 주가조작 의혹 제보 및 사생활 관련 사진 공개

지씨는 최근 '시민언론 더 탐사(유튜브 방송)'에 도이치모터스외 김건희 여사의 또 다른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제보했다. 지씨의 제보를 토대로 더 탐사는 지난 4일 "2017년 금융범죄전문 수사를 하는 서울남부지검이 2017년 주가조작 수사를 하다 돌연 중단했는데, 알고보니 김건희 여사가 보유한 작전주 때문이었다"는 취지로 방송했다. 더 탐사는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재산공개 내역을 공개하며 "김 여사가 당시 해당 회사의 주식을 보유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 뿐만 아니라 지씨는 지난달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김 여사가 윤 대통령과 결혼한(2012년) 이후인 2013년 쯤, 공중파 방송 유명 앵커 출신 김모씨와 일본에서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지난 4일 김건희 여사의 추가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제기한 '시민언론 더 탐사'의 유튜브. 
지난 4일 김건희 여사의 추가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제기한 '시민언론 더 탐사'의 유튜브. 

⑤ 지씨는 '고발사주' 고발장에 등장한 핵심 피고발인  

'고발사주' 사건은 위에서 언급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이나 검언유착 의혹 제기로 "윤석열 검찰총장, 한동훈 검사장, 김건희 여사가 명예훼손 피해를 입었다"며 지씨의 제보를 토대로 보도를 한 언론인과, 윤석열 검찰총장 등을 비판한 여권 정치인들을 고발해달라는 고발장을 대검이 야당에 전달한 사건이다.  '고발사주' 고발장에 피해자로 적시된 인물은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장관, 김건희 여사 딱 3명이었다. 

고발사주 고발장에는 지씨의 제보와 지씨의 제보를 토대로 한 언론 보도가 "사실이 아니다"면서 보도 언론인과 정치인 등이 지씨를 연결고리로 명예훼손 범죄 등을 '공모했다'고 기재돼 있다.   

당시 손준성 대검 수사정보정책관(현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은 '고발사주' 고발장과 함께 지씨의 실명판결문까지 발신했다. 고발사주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손 검사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지씨의 실명판결문 전달 때문이다. 당시 손 검사는 고발장에 첨부할 자료로 지씨의 페이스북 88장을 캡처해 김웅 국민의힘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송파갑 후보)에게 보내면서 '제보자X는 지OO임'이라는 메시지도 따로 보냈다. 

2. 윤석열·한동훈·김건희 의혹 제보자 구속은 왜?

뉴스버스가 확보한 지씨의 구속영장에 따르면 지씨의 혐의는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 대한 명예훼손이다.

2020년 3월 지씨가 채널A사건을 MBC에 제보하는 과정에서, 채널A기자를 만났을 때 지씨는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이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 코리아 대표(전 신라제 대주주)에 대한 수사 무마 조건으로 수 십억원을 요구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윤 전 세무서장은 윤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윤대진 전 검사장의 친형으로, 윤 대통령이 특수부 검사 시절 윤 대통령을 비롯한 특수부 검사들과 마당발 친분을 과시했던 인물이다.    

지씨는 당시 자신의 이런 발언 등이 포함된 채널A기자와의 대화 전체를 몰래 녹음해 MBC기자에게 전달했다. 

검찰은 구속영장에서 "윤 전 서장이 수사 무마 조건으로 돈을 요구하거나, 이철 전 신라젠 대주주에게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4월 한동훈 장관을 불기소하면서, 지씨를 윤 전 서장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지씨는 윤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한국을 떠나 당시 해외에 머물고 있었다. 검찰은 한 차례 소환조사도 없이 기소했다. 

법원은 지씨에게 지난 4월과 7월 두 차례 공소장 등을 발송했지만, 기소가 되기 전에 해외에 나가있던 지씨는 공소장을 전달 받을 수 없었다.

지씨는 7일 오전 11시쯤 일본에 사는 친동생을 만나러 국제 항공편을 이용해 일본으로 이동하던 중 인천공항에서 항공편을 바꿔타기 위해 잠시 내렸다가 구속됐다. 지씨의 명예훼손 혐의 재판을 맡은 법원은 지씨가 재판에 불출석한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구속영장을 발부한 상태였다.  

[분석과 의견]  3. 검언유착 의혹 제보자 구속 미스터리 

① 보도되지 않은 내용, 윤우진은 명예훼손 어떻게 알았을까?

명예훼손죄는 '반의사 불벌죄'다. 명예훼손 당사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기각되는데, 지씨가 기소까지 된 상황으로보면 윤 전 서장이 처벌의사 표시를 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문제는 2020년 3월 지씨가 채널A기자를 만났을 때 발언한 내용은 사실이 아니지만, 윤 전 서장은 지씨의 발언 내용을 알 길이 없었다. 지씨가 당시 대화를 녹취해 MBC기자에게 넘겼지만, MBC가 해당 내용을 보도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보도가 되지 않은 내용을 윤 전 세무서장은 어떻게 알고, 지씨에 대해 처벌 의사를 표시한 것인지 미스터리이다.

지씨 측 변호인이 "세상이 알지도 못하는 윤 전 세무서장의 명예훼손 사건을 만들어내 기소한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검찰이 수사 정보를 이용해 윤 전 세무서장에게 '고소'와 '처벌 의사'를 종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인 것이다.

② 동남아→일본, 인천공항 경유 사실 어떻게 알았나?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전담검거팀이 인천공항에 지씨 입국시 통보를 요청해놓았다가 검거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천공항측의 통보를 받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지씨가 입국이 아니라 단순 환승을 위한 체류 상태였다는 것이다. 입국심사대를 통과하지 않고 예정된 항공기에 갈아타기 위해 보세 구역에 있었다는 뜻이다. 입국통보대상이긴 하지만, 출입국관계자들이 입국 여부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환승을 위한 체류 사실을 알고 붙잡았는지가 의문이다.

서울중앙지검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인 지난 8월 재판에 장기간 불출석하는 불구속 피고인들을 붙잡기 위해 공판4부 산하에 전담검거팀을 만들었다. 검찰이 설명하는 전담검거팀은 바로 이 팀을 말한다. 하지만 전담검거팀이 일반적으로 운영된 것인지, 아니면 지씨 검거를 목표로 한 전담검거팀인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또 발부된 구속영장을 집행한 곳은 인천지검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중앙지검에서 인천지검에 협조 요청을 할 수는 있다"면서도 "그래도 환승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구속이 됐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고 말했다.

③ 구속영장은 어떻게 때마침 발부돼 있었을까?

지씨에 대한 구속영장은 지난달 9월 26일 발부됐고, 유효기간은 11월 30일까지다. 지씨에 대한 구속 집행은 10월 7일이다. 지씨가 인천공항에 잠시 체류할 시점과 근접한 시기에 공교롭게 구속영장이 발부돼 있었는데, 이 또한 미스터리이다. 

지씨에 대한 기소 시점이 4월인데, 다섯달이 지나서 지씨가 들어오는 시점에 거의 때맞춰 발부된 구속영장으로 보면,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겠으나 검찰이 모종의 경로를 통해 사전 정보를 알고 있었을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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