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무’ ,’안중근’, ‘이여진’의 추석특집 가상 정치대담
이여진 "여가부 폐지 싫고, 야당 수사 가혹하고, 획기적 복지 없다"
안중근 "경제정책 없고, 이준석 수사 억지스럽고 정치보복 같다"
전현무 "尹 식견 부족과 국민의힘의 '도로 새누리당' 모습 걱정"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이틀 앞두고 있던 3월 7일, 필자는 가상 유권자 세 명의 독백을 구성한 적이 있다. ('안중근’, ‘이여진’, ‘전현무’의 막판 고심…과연 누구 손 잡을까?). 그 때 가상 유권자로 설정한 이는 20대 여성 진보 성향 ‘이여진’, 안철수 후보를 지지했던 30대 중소기업 근무자 ‘안중근’, 전현직 대통령들을 탄생시켰던 60세 무당파 유권자 ‘전현무’였다.
이들이 마침 추석에 한 자리에 모였다. 알고 보니 이여진은 전현무 배우자의 여동생의 딸이었고, 안중근은 전현무 배우자 오빠의 아들이었다. 이여진은 안중근의 외사촌 동생이며, 안중근은 이여진의 고종사촌 오빠다. 전현무가 처가를(안중근 입장에서는 외가를) 들르는 김에 셋의 만남이 성사되었다.
다시 만난 김에 이들은 현재 지지율 30% 안팎의 윤석열 정부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놓고 얘기꽃을 피웠다. 여론조사와 시중 민심을 토대로 현재 유권자 지형을 가늠해볼 수 있는 가상 대담이다.
<대담자>
전현무: 전·현직 대통령 탄생시킨 60대 무당파
안중근: 안철수 후보를 지지했던 30대 중소기업 근무자
이여진: 20대 여성 진보 성향
사회자: 세 분은 대선 직전 다들 고민하셨는데, 결국 어떻게 선택하셨는지 궁금하다.
전현무: 나는 이번에 찍은 사람이 또 대통령이 되었다. 집값 폭등이나 최저임금 대폭 인상은 문재인 정부가 잘못했기 때문에 정권 심판, 정권 교체가 필요하다고 봐서 국민의힘 후보를 찍었다. 윤 대통령의 식견 부족이 거슬리기는 했지만, 정치는 집단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안중근: 지난 대선 때 무효표가 30만표나 나왔다고 들었다. 그중 상당수가 안철수 후보에게 투표한 표라더라. 내가 그랬다. 누굴 선택하든 마음에 들지 않을 것 같았다. 와이프는 이재명 후보를 찍었고, 동년배 남성 친구들은 윤 대통령 찍은 사람이 좀 더 많다. 양쪽에 다 반감이 생겼다(웃음).
이여진: 심상정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았다. 선거 끝나고 미안해서 후원금을 보냈다. 이재명 후보에게 투표했다.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 되고 이준석 대표가 의기양양할 모습을 떠올리니 참을 수가 없었다. 이재명 후보가 반여성 정책은 막아줄 수 있을 것 같아 지지했다. ‘불꽃’ 박지현 영입도 좋았다.
이여진: 원전 확대만 있지 재생에너지 정책 없다
안중근: 경제 정책 안보이고, 5세입학 문제로 30대 여론 악화
전현무: 전 정권 겨냥 수사에 너무 정신이 팔려있다
사회자: 현재 윤석열 정부에 대해 긍정 평가하는 분이 계신가? (아무도 없자) 부정 평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여진: 여성가족부 폐지뿐만 아니라, 세금 깎는다는 것도 무책임하게 보인다. 원전을 늘린다는데 어디에 지을지 대책은 있나 모르겠다. 재생가능에너지나 탄소중립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획기적인 복지도 없다. 박근혜 정부보다 나은 구석을 못 찾겠다.
안중근: 석탄화력은 줄여야 하지만 재생에너지를 빨리 늘릴 수 없으니, 원전은 늘리는 게 맞다고 본다. 그런데 원전 확대말고 경제 정책이 안 보인다. 5세 초등학교 입학 문제에서 주변 학부모들도 많이 돌아섰다. 30대에서 여론이 많이 나빠졌다.
전현무: 이게 사람 마음이…. 막상 국민의힘 정부가 되니까 국민의힘 쪽에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게 되더라. 문재인 정부 문제를 수사한다는데, 그건 좋다. 하지만 거기에 정신이 팔려 있는 것 같다. 검찰이니, 경찰이니하며 밥그릇 싸움이 또 핫이슈가 되는 것도 걱정스럽다.
사회자: 대선 때의 선택을 후회해본 적이 있는가?
전현무: 후회하지는 않는다. 어차피 민주당이 지고 지나갔어야 할 선거였어. 민주당이 검수완박하는 걸 보니 정신 못 차렸더라.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에 한 표도 주지 않았다. 근데 국민의힘이 슬슬 ‘새누리당’ 때 모습이 돌아오는 걸 보니 또 걱정이다.
안중근: ‘이재명을 찍을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몇 번 들었다. 이재명은 적어도 무식하거나 무능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리고 부동산이나 경제 정책에서 문재인과 다를 수 있어 보인다. 다만 민주당이 여전히 내로남불인 모습이 남아 있는 게 마음에 걸린다.
이여진: 윤석열 정부가 결국 내가 이재명을 찍었던 것에 나름의 명분을 제공했다고 본다. ‘다시 투표하면 누굴 찍느냐’ 했을 때 이재명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박지현 씨가 민주당에서 냉대받는 걸 보면 민주당이 여전히 ‘최선’은 아닌 것같다.
사회자: 지난 대선 때의 분위기가 여야 정치권의 ‘사법리스크’로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여야 전현직 대표, 유력 대선 후보들의 배우자가 수사선상에 올라 있고, 심지어 대통령도 고발당했다.
전현무: 지겹다. 김건희 특검은 굳이나 해야 할까? 대통령이 한 일도 아니고, 김건희 여사는 정치인이 아니다. 여야 사법리스크는 검찰 경찰이 공정하게 수사하되 빨리 정리해야 한다. 민생이 가장 급하다.
안중근: 저는 이 의견에는 좀 반대다. 모두 철저하게 파헤쳐야 한다. 정치는 정치대로 수사는 수사대로 하면 된다. 그런데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수사는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뭔가 나올 것처럼 떠들더니 진척이 없다. 정치 보복 같다.
이여진: 성상납 의혹은 가벼운 게 아니지. 수사를 보면 유독 이재명 대표 수사만 급물살을 타는 것 같고, 기사도 많이 나온다. 이재명도 조사는 받는 게 맞지만, 야당에게 더 가혹하다고 본다. 그리고 김건희 씨 문제는 어떻든 정리해야 한다.
이여진: 영부인 활동 안한다고 약속해놓고 지키지 않고 있다
안중근: 호불호 엇갈리지만, 허위이력은 진실성 의문 낳고 있다
전현무: 국정에서 '영부인'문제는 부차적. 팬카페는 해체시켜야
사회자: 윤석열 정부에서는 유독 ‘영부인 리스크’가 두드러진다. 또 반대로, 김건희 씨는 역대 영부인 중 유일하게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 남성보다 여성쪽에서 여론이 더 나쁜 것 같아서 이여진 씨에게 먼저 물어보고 싶다.
이여진: 김혜경 씨도 썩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는 어떤 사람인지는 알겠다. 김혜경 씨가 ‘욕심 많은 고위층 아줌마’라면, 김건희 씨는 정체를 모르겠다. 영부인 활동 안 한다고 했으면서 태연하게 활동하는 게 웃긴다.
안중근: 확실히 남성과 여성 사이에 조금 편차가 있는 것 같다. 윤석열 지지하는 내 동성 친구들 중에는 김건희 씨를 괜찮게 생각하는 애들도 있다. ‘사모님’이 아니라 ‘커리어 우먼’이었던 게 장점이다. 좋든 싫든 신비주의적인 데가 있는데, 호불호가 엇갈리는 것 같다. 허위이력 문제는 진실된 사람인지 의문이 들게 만든다.
전현무: 영부인 문제는 국정에서 부차적인 것이다. 흠결 있는 사람이라도 통제가 되면 괜찮다. 윤 대통령이 잘 관리하면 된다. 그런데 아직 국민들을 안심시킬 수준은 아니다. 팬카페부터 해체시켜야 한다.
사회자: 윤석열 정부가 잘하고 있다 싶은 것을 하나 꼽아본다면?
이여진: 없다.
안중근: 이렇게 부정적이기만 한 건 문제라고 봐. (웃음) 외교안보는 정상화되는 것 같다. 민주당 정권 때는 통일에 대한 환상을 자꾸 부추기는 것 같았는데, 윤석열 정부는 일단 북한에 단호하다. 나토 정상회의 참석한 것도 잘했다. 외교의 기본은 동맹 강화다.
전현무: 요즘 젊은 사람들은 반중 심리가 크더라고. 중국하고 사이 나빠지면 경제에는 안 좋다. 이건 대책이 필요하다. 취임 4개월밖에 안 된 대통령에게 업적 내놓으라고 하는 건 좀 부당하다. 나는 대통령이 과감하게 집무실 이전을 한 것을 보며 그 과단성에는 기대를 갖고 있다. 그게 아직 여러 분야에서 발휘되지는 않는 것 같지만.
사회자: 윤 대통령 지지도가 낮아서 그런지 벌써부터 차기 대선 주자 여론조사 결과가 실시된다. 기대되는 정치인을 꼽아본다면?
전현무: 나는 극단주의자는 싫다. 이재명에 대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민주당내에서 쓴소리하는 사람이 없어서 ‘텄다’고 본다. 이낙연, 정세균 씨는 이제는 정치를 끝낼 때 같고, 김동연이나 박용진이가 괜찮아 보인다. 국민의힘에선 오세훈, 안철수 정도가 합리적인 것 같다. 홍준표는 아니다. 나는 젊은 사람들이 홍준표 좋아하는 걸 이해 못하겠어. (웃음) 한동훈도 눈 여겨본다. 능력도 있고 센스도 있다. 윤 대통령에 실망해도 한동훈은 기대할 만하다.
안중근: 검사를 포함해서 법조인은 정치를 발전시키지 못하는 것 같다. 정치가는 경제와 경영, 과학과 교육을 알아야 한다. 그쪽 계통에서 대통령이 나왔으면 좋겠다. 메르켈, 시진핑이 이공계 출신인 걸 봐라. 안철수는 새로운 정치를 못 보여주는 것 같다. 백종원 아저씨나 이국종 선생님이 정치하면 좋겠다. (웃음)
이여진: 젊은 여성 정치인은 언제 나올까. 박지현은 나이가 어려 대통령은 못하죠? ‘심(상정) 언니나 류호정, 장혜영은 소속 당이 작아서 앞으로도 어려울 것 같다. 일단은 이재명 대표를 지켜보는 수밖에. 이재명을 예전엔 싫어했는데 윤석열, 이준석 보다 이재명 보면 가끔 선녀 같기도 하다. (웃음)
이여진: '더내고 덜받는 연금 개혁 좋지만, 우리 세대 부담 걱정
안중근: 성장동력 만들어야하나 대기업·부자들 파이만 늘면 안돼
전현무: 코로나19 피해본 소상공인에게 넉넉한 지원해야
사회자: 이른 질문이기는 하지만, 2024년 총선은 어떻게 할 것 같나?
안중근: 솔직히 지금 같아서는 지지할 정당이 없다. 인물 보고 찍어야 하나?
전현무: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이나 발전이 없다. 더 쇄신하는 쪽을 찍겠다.
이여진: 정당투표는 정의당이었는데 요즘 상황이 너무 나빠진 것 같다. 지역구는 민주당 후보를 찍지 않을까. 선거제도가 개혁되어서 소신 있는 소수파에게도 길이 열렸으면 좋겠다.
안중근: 선거제도 이야기는 나도 동감이다. 양당체제는 경쟁이 잘 안 된다. 다만 여진이는 진보정당 지지자지만, 나는 중도정당이 있었으면 한다.
전현무: 다당제가 우리나라에서 잘 되겠나? 정부를 운영하려면 큰 당이 아무래도 낫다.
이여진: 다당제에서는 여러 정당이 연합해서 정부를 운영하니까 괜찮아요.
전현무: 그러니까 그 연합정치라는 게 잘 될지? 윤석열-이준석은 같은 당인데도 저리 싸우는데. (웃음)
이여진: 나도 사실 민주당 지지자들하고 댓글 주고 받다가 ‘수박’이니 ‘꼴페미’니 욕 먹었다. (웃음) 민주당-정의당 연합도 잘 안 될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연합정치를 안 해봐서 그런 거지, 해보면 바뀔 수 있다.
사회자: 끝으로, 윤석열 정부나 정치권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을 하나 꼽아주신다면?
이여진: 요즘 연금개혁 이야기가 나오는데 걱정이 많다. 이대로 가면 고갈 사태가 올 것 같아서 ‘더 내고 덜 받는’ 쪽으로 개혁을 하는 건 일리 있는데, 그렇게 될 경우 우리 세대가 그 부담을 주로 지면 어떡하지. 연금이 작으면 다른 복지라도 강화해야 한다.
안중근: 일자리 창출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산업을 육성해서 성장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 남녀 갈등이 심각한 것도 경제가 안 좋아서다. 연금, 노동, 교육 다 파이가 넉넉하면 어느 정도 풀린다. 물론 대기업과 부자 파이만 늘리면 안 된다.
전현무: 나는 뭐… ‘젊은 애들이 해달라는 것 좀 해달라’고 하고 싶다. (웃음) 나이 육십이면 요즘 세상에서 중년이다. 우리 세대는 청년들의 미래를 열어주며 노인들을 모시는 중추세대다. 그래도 하나만 들자면, 코로나19로 피해본 소상인들에게 넉넉한 지원을 해달라.
사회자: 세 분이 성향과 의견의 차이가 있고, 또 세 분이 온 국민을 다 대변하는 건 아니지만, 세 분의 이야기만 잘 참고해도 정치권에 혁신이 있을 것 같다. 연휴 뒤에도 한가위 같은 나날 보내시기를 빌며, 인터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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