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보호탑해파리의 비밀과 첨단의 노화 연구

영원히 늙지 않고 살 수 있는 ‘불로초’를 찾다가 50세에 죽었다는 진시황뿐 아니라, 오래 살고 싶다는 바램은 누구에게나 공통적인 인간의 기본적인 소망의 하나일 것이다. 따라서 옛날부터 여러 문명권에서 나름의 독특한 장수 비결이 존재해 왔다. 그리고 고대와 중세에 동서양에서 널리 행해진 연금술은 금을 만들어내기 위한 것뿐 아니라, 불로불사의 명약을 만들어내는 일 또한 중요한 목적의 하나였다.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화와 죽음은 자연의 기본 섭리로서 늙지 않고 영원히 산다는 것은 인간의 부질없는 욕망일 뿐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최근의 생명과학 연구에 따르면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놀라운 결과들을 보여주기도 한다. 따라서 과연 노화가 불가피한 자연현상인지, 그리고 인간은 몇 살까지나 살 수 있을지 최근 다시 논쟁이 되고 있다.    

영원히 살 수도 있는 생물이 실제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연구자들의 관심이 몰리고 있는데, 바로 ‘작은보호탑해파리’라는 동물이다. 원래는 카리브해 등지에서 서식하던 5mm 크기의 아주 작은 해파리였으나, 이제는 거의 전 세계의 열대와 온대 지역의 바다에서도 발견된다. 아마도 화물선을 비롯한 큰 배들이 싣는 평형수에 실려서 다른 지역으로도 퍼져 나갔겠지만, 이 동물의 생명력이 강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작은보호탑해파리의 가장 큰 특징은 성숙해져서 번식이 끝나면 다시 미성숙 상태인 폴립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이론적으로는 무한히 생명을 반복할 수 있어서 이른바 ‘불멸의 해파리’라고도 불린다. 

불멸의 해파리라고도 불리는 작은보호탑해파리 ( 저작권자 = Bachware )
불멸의 해파리라고도 불리는 작은보호탑해파리 ( 저작권자 = Bachware )


이 동물이 속해있는 강장동물문, 즉 히드라나 해파리 등은 원래 분화 능력이 뛰어나고 노화가 느리게 진행되는 편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존재로서 목을 자르면 새로운 목이 2개 자라난다는 괴물에서 이름을 딴 히드라(Hydra)는, 실제로도 몸을 자르면 2마리의 개체로 각각 생존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종류의 해파리들 역시 노화를 되돌릴 수도 있는 능력을 어느 정도 타고났지만, 대부분은 성적으로 성숙한 이후에는 그 능력을 상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대부분의 해파리들은 짝짓기를 하여 번식을 하고 나면 죽음을 맞이한다. 

그러나 작은보호탑해파리는 번식 후에도 어린 시절의 유충 단계인 폴립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하는 독특한 종이다. 우리말로는 해파리라는 이름이 붙어 있기는 하지만, 생물분류계통 상으로는 히드라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이 해파리는 특히 먹이가 부족하여 굶주림에 처하거나 다른 위험에 노출되는 등의 스트레스를 받으면 생애의 이전 단계인 유충 상태로 역진화하는 경우가 많다. 유충은 성체보다 필요로 하는 먹이가 적고, 모습을 바꾸어 해저나 바위에 붙어 있으면 포식자의 위협으로부터 피할 수 있으므로 매우 탁월한 생존 전략인 셈이다. 

불멸의 해파리처럼 자연계에 늙거나 죽지 않을 수 있는 생물이 실재하므로, 인간 역시 죽음을 피하는 불로장생을 누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노화를 늦출 가능성의 연구는 대체적으로 서너 가지 정도로 나뉠 수 있는데,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은 바로 텔로미어(Telomere)에 관련된 것이다. 

텔로미어란 진핵생물의 염색체 말단에 존재하는 것으로서, 반복적인 염기서열을 가지는 DNA 조각이다. 이것은 염색체 말단의 손상이나 근접한 염색체와의 융합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세포가 분열하여 DNA의 복제가 일어날 때마다 그 길이가 줄어드는데, 염색체의 끝까지 복제를 계속할 수 없고 그 반복 부위를 조금씩 잘라내게 되기 때문이다. 

인간의 염색체 및 말단의 텔로미어의 모습 
인간의 염색체 및 말단의 텔로미어의 모습 


따라서 세포분열 시마다 말단소체인 텔로미어의 길이는 조금씩 짧아지고, 이것이 반복되어 세포가 더 이상 분열할 수 없을 때 노화와 죽음이 진행된다고 본다. 짧아진 텔로미어는 특정 효소 등으로 보충할 수 있는데, 사람마다 텔로미어의 길이가 각각 다르기 때문에 같은 나이대라도 노화의 정도에 차이가 있다. 텔로미어의 역할 및 인체의 노화에 관한 연구 업적을 낸 과학자들은 2009년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리고 이른바 유도만능줄기세포(iPS; induced Pluripotent Stem cell) 역시 노화 관련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이다. 이는 분화가 끝난 체세포 줄기세포를 분화 이전의 세포 단계로 되돌린 세포이다. 이 세포를 만드는 데에 성공한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彌) 등은 2012년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유도만능줄기세포에 의한 역분화는 위에서 설명한 작은보호탑해파리의 회춘 과정과 유사하게 볼 수 있으므로, 당연히 노화 연구자들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역분화 관련 특정 유전자나 이로부터 유래하는 단백질을 지칭하는 이른바 ‘야마나카 인자(Yamanaka factors)’는 노화를 방지하는 중요한 요인의 하나로 추정되기도 한다. 

그밖에도 여러 방법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흔히 ‘젊은 피를 수혈한다’는 말이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비유적 표현으로 자주 쓰이는데, 실제로 동물 실험을 해 본 결과 노화를 늦추는 데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특정의 약물을 통하여 노화된 세포를 제거하는 방법 등도 역시 쥐 실험을 통하여 효과가 입증된 바 있다. 

그러나 인간의 노화를 막거나 늦추는 연구에는 여러 위험과 부작용이 따를 수 있으므로, 쉽지 않은 문제로서 논란이 되기도 한다. 각각의 구체적인 논의는 다음 글에서 이어가기로 한다. 

최성우는 일간신문, 잡지, 온라인 매체 등에 과학칼럼을 연재하고 TV 과학채널 코너에 출연하는 등 과학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대 물리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뒤 LG전자 연구소 선임연구원, 중소기업 연구소장, 한국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 등을 지냈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과학기술부 정책평가위원, 교육과학기술부 과학기술정책민간협의회 위원 등 과학기술 정책 자문도 맡았다. ‘과학사 X파일’  ‘상상은 미래를 부른다’ ‘대통령을 위한 과학기술, 시대를 통찰하는 안목을 위하여’,  ‘진실과 거짓의 과학사’  ‘발명과 발견의 과학사’  ‘과학자, 인간의 과학사’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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