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만나면 되살아나는 부활초와 폐어

최근 기후변화로 인하여 장마가 실종되었는지, 때 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가뭄으로 고통받는 지역들도 적지 않아 농작물 피해마저 우려된다. 거의 모든 동식물은 일반적으로 물 없이는 생존을 유지하기가 힘들며, 사람은 물을 마시지 않고는 며칠도 버티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생물 중에는 물 없이도 오랜 시간을 버틸 수 있는 종들이 있어서 놀라움을 안겨준다. 즉 물이 없는 상태 등 극한의 환경에서는 신진대사 기능을 최소화하여 버티다가, 물이 공급되고 환경이 좋아지면 원래의 상태로 복귀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른바 부활초(Resurrection moss)라 불리는 식물인데,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지대인 치와와사막 등을 비롯한 건조한 지역에서 서식한다. 말라 죽었다가 부활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 희귀한 식물의 학명은 ‘Selaginella lepidophylla’인데, 씨로 번식하는 종자식물은 아니고, 고사리와 유사한 부류인 양치식물에 속한다. 

물이 없으면 공처럼 말렸다가 물을 공급 받으면 펴지는 부활초 ( 저작권자 =  James St. John ) 
물이 없으면 공처럼 말렸다가 물을 공급 받으면 펴지는 부활초 ( 저작권자 =  James St. John ) 

 그러나 이름처럼 완전히 죽었다가 되살아나는 것은 아니고, 물이 없는 건조한 환경에서는 어두운 갈색으로 변하고 줄기가 모여지면서 마치 공처럼 둥글게 뭉친 형태로 된다. 그러다가 물을 붓거나 습한 환경에 노출되면 수분을 빠르게 흡수하면서 마치 되살아난 것처럼 원래의 모양과 색상을 회복한다.   

부활초는 매우 건조한 환경에서는 일종의 휴면 상태를 유지하는 것처럼 신진대사를 최소화하여 버티는 것인데, 물 없이도 몇 년간 생존할 수 있고 원래 무게의 3%밖에 안 될 정도로 말라버린 상태에서도 죽지 않는다고 한다. 건조한 휴면 상태에 돌입하면 식물의 체내에서 특수한 물질을 합성하여 조직과 세포의 손상을 방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부활초와 같은 경우는 상당히 특별하겠지만, 사실 상당수의 식물은 물이 없는 환경에도 대비할 수 있는 나름의 대책을 이미 지니고 있다. 즉 종자식물들이 만들어내는 씨앗이 바로 그것인데, 환경이 좋지 않을 때에는 씨앗 상태로 버티다가 식물이 성장하기 좋은 환경이 되면 발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백 년 이상 된 씨앗이 놀랍게도 발아했다는 외신 기사 등이 간혹 보도되기도 한다. 

식물이 아닌 동물 중에서도 부활초와 비슷하게 물 없이 버틸 수 있는 종이 있는데, 그것도 어류 즉 물고기에 속하는 동물이라 더욱 놀라운 셈이다. 물이 없는 환경에서 휴면 상태를 유지하여 견딜 수 있는 물고기는 바로 폐어(肺魚; Lung fish)이다. 일반적으로 물고기들은 물속에서 아가미를 통해 호흡하지만, 폐어는 이름에 걸맞게 부레를 통하여 육상동물들처럼 공기 호흡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폐어는 흔히 ‘살아 있는 화석’의 하나로 불리는데, 약 4억년 전인 고생대 데본기에 나타나서 현재까지도 생존을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고생대 말부터 중생대에는 전 세계적으로 크게 번성하였으나 그 후 쇠퇴하여, 오늘날에는 세 가지의 속(Genus)에 여섯 종(Species)의 폐어가 있으며 모두 민물에서만 서식한다. 

물이 없는 곳에서도 점액질로 고치를 만들어 몇개월씩 버틸 수 있는 아프리카 폐어 ( 출처 = http://opencage.info/pics.e/usage.asp ) 
물이 없는 곳에서도 점액질로 고치를 만들어 몇개월씩 버틸 수 있는 아프리카 폐어 ( 출처 = http://opencage.info/pics.e/usage.asp ) 

폐어의 가장 놀라운 능력은 공기 호흡에 그치지 않고, 물이 없는 메마른 상태에서도 유도 동면 상태에 들어가서 몇 개월 이상 생존할 수 있다는 점이다. 폐어들은 강이나 호수의 물이 마르면, 진흙 속으로 파고 들어가 몸에서 점액질을 분비하여 일종의 고치 비슷한 것을 만들고 그 안에서 버티곤 한다. 그 후 비가 와서 물이 풍부해지면 진흙더미를 뚫고 나와서 다시 물속으로 돌아간다. 

마치 동면하는 동물이 신진대사를 최소화하여 겨울잠을 자는 것과 얼핏 비슷해 보일 수도 있지만, 폐어는 물 없이도 최소 수개월, 심지어 몇 년 이상을 견디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다만 모든 폐어가 다 그런 건 아니어서 아프리카나 남아메리카에 서식하는 종은 물 없이 버티기가 가능한 반면, 오스트레일리아에 서식하는 폐어는 이런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학자들은 부활초나 폐어와 같은 동식물이 물 없이 버틸 수 있는 원리를 완전히 밝혀낼 수 있다면, 여러 방면에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즉 부활초와 같은 생리를 다른 농작물에 적용하여 가뭄에 매우 강한 품종으로 개량해내거나, 수분이 없어 말라버려도 비가 오면 다시 살아날 수 있는 작물을 개발한다면, 인류의 식량난 해소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폐어가 유도 동면으로 진흙 속에서 버텨낼 수 있는 원리를 밝혀서 응용할 수 있다면, SF영화에 자주 등장하듯이 미래에 장거리 우주여행을 하는 인간이 에너지와 식량을 아끼고 수명을 연장하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최성우는 일간신문, 잡지, 온라인 매체 등에 과학칼럼을 연재하고 TV 과학채널 코너에 출연하는 등 과학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대 물리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뒤 LG전자 연구소 선임연구원, 중소기업 연구소장, 한국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 등을 지냈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과학기술부 정책평가위원, 교육과학기술부 과학기술정책민간협의회 위원 등 과학기술 정책 자문도 맡았다. ‘과학사 X파일’  ‘상상은 미래를 부른다’ ‘대통령을 위한 과학기술, 시대를 통찰하는 안목을 위하여’,  ‘진실과 거짓의 과학사’  ‘발명과 발견의 과학사’  ‘과학자, 인간의 과학사’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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