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에 바라는 과학기술정책(2)
새 정부에 바라는 과학기술정책에 관한 제언으로서, 지난 글에서는 기초과학의 발전 방안에 대하여 논의하였다. 이번 글에서는 정부의 과학기술 행정체계 및 관련 쟁점에 대해 주로 언급하고자 한다.
그동안 명칭과 조직체계가 여러 차례 바뀌기는 했지만, 현행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일컬어지는 중앙 부처는 오랫동안 우리나라 과학기술 행정에서 중추적 역할을 해 왔다. 우리나라에서 과학기술을 관장하는 독립된 정부부처로서 과학기술처가 생긴 것은 1967년이다. 기존의 원자력국이 확대 개편되면서 과학기술처로 발족하였고, 이후 1998년 김대중 정부 출범과 함께 과과학기술부로 승격되었다.
그리고 뒤를 이은 노무현 정부에서 대략 지금과 유사한 형태로 과학기술행정조직의 정비가 이루어졌다. 과학기술부 산하에 범부처적 연구개발 통합조정을 하고 연구개발(R&D) 예산조정권을 지니는 ‘과학기술혁신본부’라는 조직이 신설되어 차관급이 혁신본부장을 맡게 되었다. 그리고 과학기술부 장관은 부총리로 격상되었고 청와대 즉 대통령 비서실에는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이라는 차관급의 대통령 참모 직위가 신설되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서는 과학기술부가 교육과학기술부로 통폐합되어 독립부처의 지위를 상실하였고, 정보통신부 역시 지식경제부라 개명한 기존의 산업자원부에 흡수되는 등 과학기술 관련 부처와 조직들이 대거 해체되거나 축소되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미래창조과학부라는 이름으로 예전의 과학기술부가 부활하였고,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을 부활시키는 등 예전 노무현 정부 당시와 거의 유사하게 재정비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가 하나를 이룬 데다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부총리급이 아닌 정도이다. 이로 인하여 차관급이 본부장인 산하의 과학기술혁신본부가 과연 범부처적인 연구개발 조정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었고, 따라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참여정부 시절처럼 부총리급으로 격상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예전부터 제기되었다.
필자도 이 주장에 동의하는 편이나 과학기술부총리가 다시 등장한다고 해서 단순한 직급 승격만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시스템적으로 뒷받침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몇몇 행정부처의 개편이 뒤따를 가능성이 큰데, 여러 방안에 대해 장단점을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새 정부에서는 현행 환경부를 확대 개편하여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할 계획인데,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 바람직한 방향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예전처럼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로 분리하자는 주장도 있는데, 장관이 중장기적인 과학기술 연구개발 등에 고심하기보다는, 정보통신 쪽의 일상적 행정 업무에만 너무 매몰되지 않느냐는 지적 등을 반영한 것으로서 역시 긍정적인 방향으로 적극 검토되기 바란다.
이들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보는 사안이 하나 있는데, 연구개발 예산편성권을 어디에 귀속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의 과학기술혁신본부가 기존의 연구개발 예산조정권이 아닌 ‘예산편성권’을 차지하는 것은 수많은 과학기술인과 관련 공직자의 숙원처럼 여겨져 왔다. 문재인 정부 초기 시절, 신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훗날 서울대 총장을 지낸 과학자 출신의 당시 국회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연구개발 예산편성권을 빼앗아 올 자신이 있느냐?”고 질의한 적이 있을 정도이다.
그동안 연구개발 예산뿐 아니라 거의 모든 부문의 정부 예산은 기획재정부가 편성권을 지녀 왔다. 연구개발 예산편성의 상당 부분은 과학기술혁신본부에 위탁하기는 하였지만, 총액을 비롯한 중요한 대목 등은 여전히 기획재정부 산하의 연구개발예산과로부터 사실상 관리, 감독을 받아야 했다. 더구나 지난 윤석열 정부에서는 연구개발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예산조정이나마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제대로 수행했는지 의구심이 든다.
이재명 대통령은 몇 년 전에 “기획재정부가 독점하고 있는 예산편성 기능을 국민의 손으로 되돌리겠다”라고 공언한 바 있다. 물론 국가 예산편성의 개선은 과학기술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고 큰 틀의 개편을 필요로 하는 일일 것이다.
만약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온전한 예산편성권을 지닐 수 있게 된다면, 각 부문별 연구개발 예산 편성과 배분 등을 포함하여 총체적인 과학기술 거버넌스가 훨씬 더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만 할 것이다. 만약 그렇지 못하게 된다면 도리어 부작용이 생기거나 과학기술혁신본부의 부담이 가중될 우려도 적지 않다.
요컨대 일선 과학기술인들도 이 문제에 더욱 관심을 지니고 관련 논의에 보다 적극 참여하면서, 자신의 연구 분야에만 급급하지 않고 국가의 미래를 위한 바람직한 방안과 컨센서스를 도출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하겠다.
최성우는 일간신문, 잡지, 온라인 매체 등에 과학칼럼을 연재하고 TV 과학채널 코너에 출연하는 등 과학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대 물리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뒤 LG전자 연구소 선임연구원, 중소기업 연구소장, 한국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 등을 지냈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과학기술부 정책평가위원, 교육과학기술부 과학기술정책민간협의회 위원 등 과학기술 정책 자문도 맡았다. ‘과학사 X파일’ ‘상상은 미래를 부른다’ ‘대통령을 위한 과학기술, 시대를 통찰하는 안목을 위하여’, ‘진실과 거짓의 과학사’ ‘발명과 발견의 과학사’ ‘과학자, 인간의 과학사’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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