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없는 윤석열, '사과하는 척'하는 이재명
정의당과 국민의당이 ‘쌍특검’으로 넘기자고 주장했던 대장동 의혹과 고발사주 의혹이 수사에 더욱 난항을 겪게 되었다.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가 황무성 사장에게 사퇴를 종용한 과정과 그 ‘윗선’을 규명하는 것이 힘겨워졌다. 고발사주 의혹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손준성 검사의 구속에 두 차례 실패했다. 여기서도 ‘윗선’으로 향하는 수사는 멈춰서고 말았고, 손 검사를 처벌하는 것조차 불투명한 상황으로 보인다.
그러나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이미 밝혀진 사실을 되새겨보자. 첫째, 고발장 등 자료를 텔레그램에서 최초로 전송한 자는 손준성 검사다.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선대위 부위원장이던 조성은씨가 김웅 국민의힘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송파갑 국회의원 후보)으로부터 받은 메시지들에는 일관되게 ‘손준성 보냄’이 적혀 있다. 둘째, 김웅 의원은 조성은씨에게 ‘고발장을 어디에 누가 접수하는지’, ‘그것이 세상에 어떻게 비쳐질 수 있는지’ 등 구체적인 전략을 논했다. 이들의 목표는 고발장 접수 자체가 아니었다. 검찰이 할 수 없는 정치플레이, 언론플레이를 정당이 소화하는 과정이다. 셋째, 김웅 의원이 조성은씨에게 자료를 전달한 2020년 4월 3일, 손준성 검사가 책임을 맡고 있던 수사정보정책관실 소속 검사는 고발장 자료에 들어가는 지모씨 판결문을 검색했다. 손준성 검사 차원의 개인적 일탈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사과하지 않는다. 그는 9월 8일, 제보자 조성은씨와 김웅 의원이 주고받은 자료들을 ‘괴문서’라고 규정했다. ‘정치공작’이라며 조성은씨가 박지원 국정원장과 만났다는 사실만 갖고 근거 없이 ‘제보 사주’로 몰아갔다. “명확하게 확인이 된다면 검찰총장으로서 제대로 살피지 못한 부분은 국민께 사과할 수 있겠다”(9월 10일 국민의힘 후보 면접)는 최소한의 약속도 지키지 않는다. “대한민국을 확 바꾸겠다”만 외칠 일이 아니라, 고발 사주에 대한 입장부터 성실하게 답할 일이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대선행보는 ‘사과하는 척’으로 점철되고 있다. “부당이득에 대한 국민의 허탈한 마음을 읽는 데에 부족했습니다.” 그가 11월 20일 SNS에 올린 내용 일부다. 부당이득은 초과이익환수 조항을 넣지 않았던 데 따른 것이다. 성남도시개발공사의 황무성 사장이 초과이익환수를 추구했음에도, 유한기 전 본부장은 이재명 시장의 뜻을 들먹이며 사장직 사퇴를 압박했다. 하필이면 그가 사망했다.
이재명 후보가 남긴 말이다. “엉뚱한 데를 자꾸 건드려서 이런 참혹한 결과를 만들어내냐.” “몸통은 그대로 놔두고 수 천억원의 돈이 어디로 갔는지 왜 제대로 조사를 안 하느냐.” ‘엉뚱한 데’는 유한기 전 본부장이 이재명 후보와 가깝다는 실토이다. ‘몸통’은 곽상도 전 의원이나 국민의힘을 가리키려는 것 같지만, 수사 않고 그대로 놔둔 대상에 ‘이재명’도 포함되어 있다. 이런 ‘여유 부리기’는 이전 사과를 모두 무색케 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결과를 두고도 ‘사과하는 척’만 한다. 그는 민주당이나 조국 교수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확실한 것이 있다. “검찰이 먼지털이 수사, 가혹한 별건 수사를 했다고 본다. 검찰개혁을 왜 해야하는지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게 조국 가족 수사.” 서초동에 인파를 모아 검찰 수사에 압력을 넣은 것은 타당했다는 말이다. 그의 지지자들은 여전히 “표창장 하나로 징역 4년”이라는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있다.
‘한쪽이 이기면 나머지 한쪽은 구속’이라는 말이 퍼지고 있지만, 그래선지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는 오히려 ‘쿵짝’이 잘 맞는 사이 같다. 김건희씨 허위 이력 문제도 그렇다. 윤 후보 배우자 김건희 씨는 학교 강사 채용 과정에서 2001년부터 2014년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이력서에 허위사실을 표기했다. 윤 후보와 국민의힘은 이 문제에 묵묵부답이다. 사실이 명확하거니와 대중의 감정선을 건드리는 채용 비리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민주당도 이를 홀가분하게 공격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각종 증명서류를 직접 위조했던 조국 일가의 입시 비리와 분리시켜 설명할 수 없는 탓이다. ‘김건희는 정경심2’라고, 민주당은 말할 수 있을까?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 의혹에서도 양측은 서로를 물고 있다. 민주당의 특검 포함 주장에 윤후보는 “(대장동 비리)물타기지만 하려면 하라”고 답했다. 그러나 대장동 특검 자체가 아예 진척이 막혔다. 그런 가운데 윤석열 후보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아마 특검해서 재수사하면 또 재미난 것들이 많이 나올 수 있다.” 그 ‘재미난 것들’이 나오면 불리한 쪽은 누구이며, 그 ‘재미난 것들’을 추적하지 못했거나 혹은 덮었던 자는 또 누구인가? 시간만 하염없이 흘러가고 있다.
김수민은 풀뿌리운동과 정당활동을 하다 현재는 지상파와 종편, 언론사 유튜브 방송 등에서 정치평론가로 활약 중이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경북 구미시의회 시의원을 지냈다. 시의원 시절엔 친박 세력과 싸웠고, 조국 사태 국면에서는 여권 핵심 지지층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저서로는 <다당제와 선거제도>(eBook)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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