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I 설립자 테디 토우, 말레이시아서 '사기 혐의' 수배 상태

국내서 도주한 MBI 최상위 모집책도 말레이시아에서 활보

MBI 투자금 어디로 갔나 봤더니…외제차 구입·백화점 쇼핑 등

중국내 피해자도 수 만명 …피해자들 말레이시아 원정 항의

 

지난 2017년 말레이시아 경찰은 MBI 설립자인 중국계 말레이시아인 테디 토우(본명 장예발)의 사기죄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테디 토우 수사 소식에 피해자들이 동요하자 MBI 모집책들은 피해자들을 말레이시아에 데려가 도주 중인 테디 토우를 만나게 해주며 재차 피해자들을 현혹했다.

MBI 모집책들은 말레이시아를 방문한 피해자들에게 도주·수배중인 최상위 모집책과의 만남을 주선한 뒤 현지에서 그의 투자 강연을 듣게 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렇게 모집된 투자금은 모집책들이 사적으로 탕진하거나 수표로 바꿔간 것으로 드러났다.

MBI 모집책들, 피해자와 MBI 설립자 테디 토우와 만남 주선

2017년 6월 말레이시아 경찰은 테디 토우를 사기 혐의로 체포했다가 7월 석방했다. 테디토우는 불구속 상태로 사기죄 수사를 받았다. 테디 토우가 체포됐다는 사실이 피해자들 사이에 알려지자, 국내 MBI 모집책들은 "테디 토우가 세금 문제로 잠시 가택 연금된 것 뿐"이라고 둘러댔다.

 MBI 설립자인 테디 토우가 2017년 사기 혐의로 말레이시아 경찰에 체포돼 끌려가고 있다. (사진=더선)
MBI 설립자인 테디 토우가 2017년 사기 혐의로 말레이시아 경찰에 체포돼 끌려가고 있다. (사진=더선)

그런데 테디 토우는 8,300만달러 돈세탁과 1억6,500만달러 규모의 사기 혐의로 2018년 5월부터 재판을 받던 중 그해 7월 도주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현재 테디 토우에 대해 수배를 내려 놓은 상태다.

말레이시아 페낭 옆에 붙어있는 제레작섬. (사진=구글 맵)
말레이시아 페낭 옆에 붙어있는 제레작섬. (사진=구글 맵)

테디 토우의 도주 소식이 국내로 알려진 뒤 다수의 피해자들은 사기라며 MBI 모집책들에게 환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마침 2019년 5월 MBI 홈페이지마저 먹통이 됐다. 그러자 MBI 모집책들은 피해자들의 의심을 불식시키기 위해 2019년 6월 7일 피해자들을 대동하고 말레이시아를 방문했다.

당시 동행했던 복수의 피해자에 따르면, 이들은 말레이시아 페낭 외곽에서 '제레작섬'이라는 곳으로 배를 타고 이동했다. 피해자들은 제레작섬에서 경호원 4명을 대동하고 나타난 테디 토우를 만나 실물을 확인하자, MBI 모집책들을 다시 신뢰하게 된다. 이날 피해자들은 테디 토우와 기념사진까지 찍었다.

한국 MBI 모집책들과 피해자들이 지난 2019년 6월 말레이시아 당국에 사기 혐의로 수배 상태에 있떤 MBI 설립자 테디 토우(가운데)를 만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MBI 피해자연합회 제공)
한국 MBI 모집책들과 피해자들이 지난 2019년 6월 말레이시아 당국에 사기 혐의로 수배 상태에 있떤 MBI 설립자 테디 토우(가운데)를 만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MBI 피해자연합회 제공)

MBI 설립자 테디 토우 승려 행세하며 도피… 중국 피해자도 수 만명  

동아시아 각국의 피해자들이 말레이시아 현지까지 찾아와 항의하는 사례가 점차 늘면서 국내 모집책들의 말레이시아 방문도 끊기기 시작했다. 현지 말레이시아 경찰의 추적망이 좁혀지자 테디 토우는 승려 행세를 하며 숨었다.

중국 과기일보에 따르면, 테디 토우는 말레이시아에 숨어있다가 지난해 하반기 태국으로 넘어가 승려 행세를 하며 경찰의 눈을 피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말레이시아에서 태국으로 건너가 승려 행세를 하고 있는 테디 토우.(가운데 안경쓰고 합장하고 있는 인물) (사진=중국 과기일보)
지난해 하반기 말레이시아에서 태국으로 건너가 승려 행세를 하고 있는 테디 토우.(가운데 안경쓰고 합장하고 있는 인물) (사진=중국 과기일보)

중국에서도 수만명의 피해자가 속출하면서, 지난해 10월엔 중국인 MBI 피해자 150여명이 MBI 본사가 있던 말레이시아 페낭에 직접 찾아가 항의 집회를 열기도 했다. 지난 11월에도 중국 주재 말레이시아 대사관 앞에서 말레이시아 정부에 MBI 사기 사건 해결을 요구하는 중국인 400여명이 몰려가 항의했다. 중국 피해자들도 피해 규모가 수십 조원 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MBI 사기 중국인 피해자들이 지난해 10월 말레이시아 페낭 몰려가 MBI를 규탄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중국 과기일보)
MBI 사기 중국인 피해자들이 지난해 10월 말레이시아 페낭 몰려가 MBI를 규탄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중국 과기일보)

도주 중인 국내 최상위 모집책, 말레이시아 방문한 피해자 상대 투자 유도 

국내 피해자들이 말레이시아를 방문했을 때 테디 토우만 만난 것은 아니다. 수원지검의 MBI 통합 수사로 기소된 모집책들에 대한 재판이 한창이던 지난 2018년에도 MBI 모집책들은 피해자들을 데리고 수차례 말레이시아를 방문했다.

지난 2018년 6월 MBI 모집책들이 말레이시아를 방문해 찍은 기념사진. 빨간 동그라미가 검찰 수사 중 도주한 국내 MBI 최상위 모집책 안모씨다. (사진=MBI 피해자연합회 제공)
지난 2018년 6월 MBI 모집책들이 말레이시아를 방문해 찍은 기념사진. 빨간 동그라미가 검찰 수사 중 도주한 국내 MBI 최상위 모집책 안모씨다. (사진=MBI 피해자연합회 제공)

MBI 모집책들은 말레이시아를 방문할 때마다 피해자들에게 MBI 소유라고 선전한 말레이시아 M몰에서 한인 안모씨를 만났다. 안씨는 2017년~2018년 말레이시아를 방문한 MBI 모집책들과 피해자들을 현지 한인식당으로 초대해 식사를 접대하고, M몰에서 선물을 사서 피해자들에게 안겨주고 추가투자를 유도한 인물이기도하다. 

MBI 모집책과 피해자들이 지난 2018년 6월 말레이시아 방문 당시, 검찰 수사를 피해 말레이시아로 도주했던 국내 MBI 최상위 모집책 안모씨와 함께 한인식당에서 식사하고 있다. 빨간색 동그라미 표시된 인물이 안씨다. (사진=MBI 피해자연합회 제공)
MBI 모집책과 피해자들이 지난 2018년 6월 말레이시아 방문 당시, 검찰 수사를 피해 말레이시아로 도주했던 국내 MBI 최상위 모집책 안모씨와 함께 한인식당에서 식사하고 있다. 빨간색 동그라미 표시된 인물이 안씨다. (사진=MBI 피해자연합회 제공)

안씨는 즉석에서 100여명이 들어갈 수 있는 대형 강의장을 빌려 말레이시아를 방문한 피해자들을 상대로 투자 강연을 했다. 

도주한 국내 최상위 모집책 안모(오른쪽)씨가 지난 2018년 5월 말레이시아를 방문한 MBI 모집책과 기념 사진을 찍고 었다. (사진=MBI 피해자연합회 제공)
도주한 국내 최상위 모집책 안모(오른쪽)씨가 지난 2018년 5월 말레이시아를 방문한 MBI 모집책과 기념 사진을 찍고 었다. (사진=MBI 피해자연합회 제공)

뉴스버스 취재 결과, 안씨의 정체는 지난 2016년 수원지검 통합 수사가 시작되자 수사망을 피해 해외로 도주한 MBI 최상위 모집책이었다. 당시 경찰은 안씨를 수배했지만, 안씨는 이미 해외로 출국한 뒤였다. 이런 안씨가 말레이시아를 버젓히 활보하며 MBI 모집책들이 데리고 온 피해자들에게 추가 투자를 유도하고 있었던 것이다.

MBI 투자금, 모집책 수당지급·외제차 구입·백화점 쇼핑 등에 사용  

MBI 모집책들은 MBI가 개발한 SNS 엠페이스 광고권에 투자한다며 투자금을 모집했다. 그러나 실제로 말레이시아로 간 돈은 없었다. MBI 모집책들은 피해자들이 투자한 돈으로 고급 외제차를 구매하고, 수차례 억대 수표를 출금하며 투자금을 탕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MBI 피해자 A씨는 2018년 4~5월경 MBI 모집책들에게 수차례 투자를 권유 받았다. 이 과정에서 모집책들은 현금이나 수표로 투자금을 인출해 오라고 요구했고, A씨는 수차례에 걸쳐 3억여원을 수표로 출금해 MBI 모집책에게 건넸다.

MBI 피해자 A씨와 모집책들이 나눈 대화. (사진=MBI 피해자연합회 제공)
MBI 피해자 A씨와 모집책들이 나눈 대화. (사진=MBI 피해자연합회 제공)

A씨가 MBI 모집책에게 건넨 수표는 MBI에 투자되지 않고, 전국 곳곳에서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의 갤러리아 백화점, 현대백화점을 비롯해 경남 창원 등 지역에서도 제시됐다. A씨는 "말레이시아에 투자한다고 해서 돈을 건넸는데, 알고 보니 국내에서 쓰여졌다"고 말했다.

뉴스버스가 확보한 2017년 6월부터 2018년 2월까지 MBI의 수원 OOO지점 모집책들의 단체 대화방 대화 내역에 따르면, 이 지점에는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돈이 매일 같이 쏟아져 들어왔다.

2017년 9월 28일 수원 OOO지점의 최상위 모집책 B씨는 남편의 벤츠 S400 구입 비용을 피해자들의 투자금으로 충당했다. 경기 안양 소재 S대학교 시간강사였던 남편도 OOO지점의 핵심 모집책이었다. B씨는 자금을 담당하는 모집책에게 차량 인도금 입금계좌를 보내며 "□□사장님, 시간되실 때 위에 △△은행으로 1억만 송금해주세요"라고 말했고, 지시를 받은 모집책은 "넵~1억이요~ 송금완료입니다"라고 답했다.

MBI 수원 모 지점 모집책들이 나눈 단체대화방 대화 내용. (사진=MBI 피해자연합회 제공)
MBI 수원 모 지점 모집책들이 나눈 단체대화방 대화 내용. (사진=MBI 피해자연합회 제공)

모집책들이 투자금을 모으는 용도로 사용하는 통장에서 여러차례 수억원의 돈을 출금해 빼내간 사실도 확인됐다. 2017년 5월 31일 B씨는 자금 담당 모집책에게 "오늘 시간 되실 때 은행에서 1억5천만원 찾아주실 수 있을까요? 천만원짜리로 가능"이라고 했다.

2017년 10월 13일에도 B씨는 자금 담당 모집책에게 "오후에 통장 1억만 찾아주세요"라고 말했다가 "출금액 정정요. 1억5천요. 천만원 15장요"라고 말했다. 2017년 9월 9일에는 B씨의 남편도 "1억2천을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입금된 투자금을 즉석에서 모집책들의 수당으로 뿌리기도 했다. B씨는 모집수당을 받게 된 모집책 3명의 계좌번호를 적은 후 자금을 담당하는 모집책에게 "OOO사장님 (입금한) 4550만원(투자금) 위 세분께 송금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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