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모집책들 사기 혐의 무죄 선고
검찰, 수십억원대 모집책들 약식기소
약식기소 모집책들은 정식재판 청구해 '무죄' 끌어내
MBI 피해자들, “법원·검찰이 MBI 사기 피해 키운 셈”
본거지 해외라 수사제약과 범죄 입증 한계…통합수사 절실
MBI 피해자들이 11월 30일부터 12월 3일까지 4일간 서울서부지검 앞에서 집단 농성을 벌였다. MBI 피해자들이 서부지검을 집회 장소로 정한 이유는 서부지검장으로 재직 중인 이종근 검사장이 지난 2016년 수원지검의 MBI 통합수사를 지휘했던 책임자이기 때문이다.
당시 전국에서 MBI로 인한 사기 피해가 발생하자, 수원지검은 지난 2016년 5월 당시 형사4부 부장검사였던 이 검사장의 지휘 하에 수원서부경찰서를 중심으로 전국 통합수사를 벌였다. 과거 제이유 사건 등을 수사한 이 검사장은 유사수신·다단계 분야 '블랙벨트(공인전문검사 1급)'로 불법 다단계 사기 수사에 있어서 국내 최고의 실력자로 통한다. 마침 이 검사장이 2014~2015년 울산지검 부장검사 시절 MBI 사기 사건 모집책을 수사한 적도 있었다.
MBI 사건 통합수사로 MBI 모집책 13명이 구속되고, 모집책 59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이때 처음 MBI 사기 피해가 전국적으로 피해자 1만1000여명, 피해액 4000억원에 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나 MBI 사건 통합수사에도 MBI 사기 피해는 지속됐다. 피해금액이 계속 불어 지금은 수조원에 달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피해자들은 법원의 안일한 판단과 검찰의 솜방망이 수사가 MBI 사기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하고 있다.
MBI 모집책 사기 혐의 무죄 판결 잇따라…피해자 “법원이 면죄부”
법원은 지난 2013년부터 검찰이 수차례 MBI 모집책들을 사기 혐의로 재판에 부쳤지만, 잇따라 모집책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MBI 모집책들은 법원의 무죄 판결을 '면죄부' 삼아 MBI는 사기가 아니라며 영업을 계속했다. 뉴스버스 기자와 만난 MBI 피해자들은 “법원이 MBI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고 해서 안심하고 투자했다”고 말했다.
MBI 사기 사건의 첫 재판은 지난 2013년에 열렸다. 2013년 6월 서울중앙지검은 MBI 국내 1호 모집책이었던 김모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김씨와 함께 투자금을 모집한 정모씨, 유모씨, 원모씨, 이모씨를 사기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당시 이들이 2012년 11월 2일부터 2013년 4월 1일까지 6개월간 끌어모은 투자금은 62억여원이었다.
그러나 법원은 ▲추천수당, 후원수당, 매칭수당이 신규 구매자를 모집하지 않으면 수익을 얻을 수 없다는 점 ▲모집책들도 광고권을 구매한 투자자라는 점 ▲수사기관에서 ‘원금이 보장된다’는 진술을 했던 사람들이 말을 바꾼 점 ▲피해자로 특정된 사람 중 상당수가 스스로를 피해자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진술서를 제출한 점 등을 들어 MBI 모집책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항소·상고했지만 모두 패소했다.
지난 2015년 대구 경찰은 20억원대 사기 혐의로 MBI 모집책을 검거했다. 검찰은 이 모집책을 사기·방문판매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지만, 울산지방법원은 2015년 12월 해당 모집책에게 방문판매법 위반 혐의로 징역 10개월을 선고하면서도 사기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 2016년 MBI 전국 통합수사가 진행됐을 당시에도 검찰은 600억원의 투자금을 받아챙긴 MBI 최상위 모집책 김모씨와 유모씨를 사기·방문판매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이들은 국내 MBI 다단계 영업조직의 최상위 핵심 모집책이었다. 1심에서 수원지방법원은 사기·방문판매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김씨와 유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에선 두 사람의 사기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1심에서 “신규 모집자가 없으면 유지가 되지 않는다는 설명을 들은 적이 없다”고 진술했던 진술인들이 돌연 “설명을 들었다”고 말을 바꾸면서 '사기' 여부 판단이 불확실해진 것이다. 법원은 “합리적 의심이 들지 않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김씨와 유씨에게 방문판매법 위반 혐의만을 적용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이후 지난해 1월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에서 MBI 강릉센터 모집책의 200억원대 사기 혐의가 유죄로 판단되기 전까지 MBI 모집책이 사기죄로 처벌 받은 경우는 없었다.
약식기소된 MBI 모집책들 정식 재판 청구해 줄줄이 무죄
MBI 피해자들은 검찰이 최상위 모집책 소수를 제외한 다른 모집책들을 무더기 벌금형 약식기소하는 '솜방망이 수사'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전국 각지에서 MBI 중간 모집책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벌어졌다. 이때 각 지역의 검찰은 다수의 MBI 모집책들에게 잇따라 방문판매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약식기소했다. 약식기소는 검사가 피의자에 대해 징역·금고형보다 벌금형이 마땅하다고 판단해 기소와 동시에 공판 절차 없이 벌금형을 내려달라고 법원에 약식명령을 청구하는 것이다.
대전지검은 MBI 대전센터에서 18억여원의 투자금을 모은 A씨를 벌금 1000만원에 약식기소했고, 서울중앙지검은 센터장급 모집책으로 활동하며 21억7000만원의 불법 투자금을 받은 B씨를 벌금 20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인천지검은 경기 부평 MBI센터장으로 47억2600만원을 불법 모집한 C씨를 벌금 4000만원에 약식기소했고, 서울북부지검은 24억원 가량의 불법 투자금을 모은 센터장급 모집책 D씨를 벌금 20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부산지검은 부산에서 센터장으로 활동하며 23억원을 끌어모은 E씨를 벌금 2000만원에 약식기소했고, 창원지검 진주지청은 경남 진주에서 25억원을 불법모집한 F씨를 벌금 20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전남 광양 센터장으로 5억5000여만원의 불법투자금을 모집한 G씨를 벌금 10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그런데, 검찰이 약식기소한 이들 MBI 모집책들은 오히려 약식 명령에 불복, 정식 재판을 청구해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 2018년 12월 B씨가 무죄 선고를 받은 것을 시작으로, MBI 모집책 A~G씨 모두 2019년 1월부터 5월 사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각 지역 법원들은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불법 다단계 조직을 인지하고 투자금을 모집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통합 수사해야 일망타진 가능
MBI 사기 사건과 관련해 모집책들이 잇따라 무죄를 선고받거나 가벼운 처벌에 그친 이유가 MBI 본사가 해외에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MBI 본사가 말레이시아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본거지를 직접 수사하는데 제약이 있고, 국내 모집책들이 해외 본사를 믿었다는 주장을 하면 빠져나갈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과거 MBI 사기 사건 수사에 참여했던 한 검사는 “MBI가 사기 아이템으로 내세운 엠페이스 서버가 국내에 없기 때문에 범죄 입증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최상위 모집책들은 수사·재판 과정에서 말레이시아 MBI의 말을 믿거나, 자신들도 말레이시아에 투자한 투자자일뿐이라는 취지의 변론을 했다.
이 때문에 MBI 사기 사건을 다시 통합수사해 다단계 조직의 실체를 명확히 파악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금융피해자연대 고문을 맡고 있는 이민석 변호사는 “지금이라도 MBI 사기를 통합수사해 정확한 국내 다단계 조직도를 파악해야 한다”며 “그래야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MBI 모집책들을 일망타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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