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회사 SNS 광고권 투자라더니 말레이 간 돈 없어

MBI 실체는 불법 다단계…투자금 30% 모집책이 ‘꿀꺽’

‘말레이시아 관광’ ‘호화파티’ ‘현금 살포’ 등 피해자 현혹

2016년 검찰 수사 이후에도 사기 계속되고 피해자 늘어

피해자들 “피해자 8만명에 피해 규모 5조원” 주장

지난 2012년 11월 한국에 상륙한 말레이시아 불법 다단계 업체 ‘MBI인터내셔널(MBI)’로 인한 사기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 한국, 말레이시아, 중국, 홍콩, 대만,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 등 다수의 동아시아 국가에서 MBI 사기 피해가 확인되고 있다.

MBI 모집책들은 주로 50대 이상 서민들의 주머니를 노렸다. 은퇴자금 수억원을 날린 피해자도 많았다. 지난 2016년 5월 수원지검이 수원서부경찰서를 중심으로 MBI 사기 사건 전국 통합수사를 벌였을 당시 확인된 사기 규모만 피해자 1만1000명, 피해액 4000억원이다.

수사기관의 통합수사 이후에도 MBI의 사기 행각은 계속됐다. 피해자들은 MBI 상위모집책들의 발언 등을 근거로 "피해자 8만명에 피해액 규모는 5조원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지난 11월 19일 경찰청 앞에서 금융피해자연대가 MBI 사기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금융피해자연대 제공)
지난 11월 19일 경찰청 앞에서 금융피해자연대가 MBI 사기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금융피해자연대 제공)

SNS 광고권 투자? 말레이시아로 간 돈 없어…홈페이지도 가상화폐도 ‘가짜’

MBI 모집책들은 지난 2012년 11월부터 말레이시아 기업 MBI가 개발한 엠페이스라는 SNS의 광고권에 투자하라고 권유했다. 이들은 엠페이스가 중화권 8억명이 사용하는 SNS이며, MBI가 미국 나스닥에 상장할 것이기 때문에 상장 후 광고권으로 큰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650만원을 투자하면 실버, 1950만원을 투자하면 골드, 4550만원을 투자하면 플래티넘 등 투자액수에 따라 등급을 부여하고 혜택에 차등을 두겠다고 말했다.

엠페이스 홈페이지에서 거래할 수 있는 가상화폐 GRC(Good Redemption Coin)와 말레이시아 백화점 M몰에서 사용할 수 있는 M포인트도 지급했다. 모집책들은 MBI가 나스닥에 상장하기 전까지 수익이 나지 않을 것이므로 가상화폐 GRC를 활용해 수익을 내라고 설명했다. GRC는 팔지 않고 두면 6개월에 2배씩 가치가 오르기 때문에 연금처럼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모집책들의 설명은 사실이 아니었다. 엠페이스 광고권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고, 말레이시아로 넘어간 돈도 없었다.

MBI 모 지점 장부에서 확인된 GRC 계산 방법. (사진=뉴스버스)
MBI 모 지점 장부에서 확인된 GRC 계산 방법. (사진=뉴스버스)

뉴스버스가 확보한 MBI 모 지점 장부에 따르면, MBI는 입금된 투자금의 70%를 가상화폐인 GRC를 개당 200~220원으로 계산해 환전한 후 피해자들에게 지급했다. 실제 피해자들은 광고권이 아닌 GRC를 구매했던 것이다.

그런데 피해자들에게 지급된 GRC마저도 실체가 없었다. 엠페이스 홈페이지가 '가짜'였기 때문이다. 뉴스버스 취재 결과, MBI 모집책들이 피해자들에게 보여줬던 엠페이스 홈페이지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위치한 홈페이지 제작 대행업체에 2년간 4만4000원을 지급해 급조한 가짜사이트로 드러났다. 실제 엠페이스 홈페이지는 지난 2015년 3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불법 다단계 사이트로 판단하고 국내 접속을 차단한 상태였다.

모집책들은 피해자들이 투자한 돈 30%를 수당 등의 명목으로 챙겨갔다. 투자자를 데려온 1단계 모집책은 투자금의 10%를 ‘추천수당’으로 챙겼고, 2단계 모집책은 투자금의 6~10%를 ‘후원수당’으로 가져갔다. 3단계부터 6단계 상위 모집책들은 투자금액의 4%를 나눠 가졌다. 나머지 6~10%는 MBI 각 지점의 운영비로 사용됐다. 전형적인 다단계 영업 방식이다.

MBI 모집책들의 직책 구조는 최상위 모집책인 GEC위원을 필두로 그룹장-센터장-클럽장-하위모집책 순의 피라미드 구조로 형성돼 있었다. 한국에서 확인된 GEC위원만 69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말레이시아 관광’ ‘호화파티’…현금 뿌리며 피해자 현혹

MBI 모집책들은 피해자들과 MBI 본사가 있는 말레이시아 관광을 가고, 호화파티를 열거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현금성 이벤트를 벌이는 등의 방식으로 피해자들을 현혹했다.

MBI 피해자들에 따르면, MBI 모집책들은 처음 투자 설명을 들으러 온 사람들에게 현금 5만원을 주거나 수표 10만원을 주며 다음 투자설명회에도 꼭 참석하라고 당부했다. 이후 2, 3회차 투자설명회부터 본격적인 투자를 요구했다는 게 피해자들의 공통적인 주장이다.

MBI 모집책들이 사인을 해 MBI 피해자에게 건넨 5만원권 지폐. (사진=MBI 피해자 제공)
MBI 모집책들이 사인을 해 MBI 피해자에게 건넨 5만원권 지폐. (사진=MBI 피해자 제공)

MBI 모집책들은 피해자들에게 현금을 나눠주며 현금에 자신의 친필 사인을 써넣기도 했다. 한 MBI 모집책은 지난 2018년 4월 29일 MBI 피해자에게 그냥 5만원이 아닌 부의 상징인 매우 의미있는 돈이라고 말한 후 5만원권 지폐에 사인을 한 후 건넸다.

또 다른 모집책은 지난 2018년 5월 19일 투자설명회 중 자신에게 돈을 받은 적이 없는 사람에게 손을 들라고 한 후 "1년 후 이 돈을 가져오면 200만원으로 바꿔주겠다"며 '꿈은 이루어졌다'는 글씨를 5만원권에 적은 후 한 피해자에게 건넸다.

지난 2018년 1월 MBI 모 지점 모집책들이 MBI 피해자들과 함께 MBI 본사가 있는 말레이시아와 태국을 방문했다. (사진=MBI 피해자연합회 제공)
지난 2018년 1월 MBI 모 지점 모집책들이 MBI 피해자들과 함께 MBI 본사가 있는 말레이시아와 태국을 방문했다. (사진=MBI 피해자연합회 제공)

MBI 모집책들은 1년에 7~8회씩 피해자들을 대동하고 말레이시아, 태국 등지를 방문했다. 이들은 말레이시아를 방문할 때마다 각지를 관광시키고 MBI 간판이 보이는 곳을 찾아가 사진을 찍었다. MBI 간판이 붙어 있는 곳은 모두 MBI의 소유이거나 MBI가 투자한 곳이라고 주장했다. 관광 중 MBI 간판을 발견하고 먼저 사진을 찍는 피해자에게는 즉석에서 100만원 현금을 지급하는 등 현금도 살포했다.

MBI 모 지점의 투자설명회에서 추가 투자를 한 피해자가 받은 100만원권 수표. (사진=MBI 피해자 제공)
MBI 모 지점의 투자설명회에서 추가 투자를 한 피해자가 받은 100만원권 수표. (사진=MBI 피해자 제공)

MBI 모집책들은 피해자들을 현혹하기 위해 말레이시아 MBI 설립자인 테디 토우(본명 장예발)가 두바이 호텔 숙박 비용을 댄다며 피해자들에게서는 160만원씩을 걷어 함께 두바이를 방문하는 수법도 썼다. 이 자리에서 모집책들은 투자금 입금 프로모션을 진행했고, 추가 투자를 한 피해자에게 100만원권 수표를 건네기도 했다. 뉴스버스가 확보한 MBI 내부 자료에 따르면, MBI 모집책들은 이런 식으로 최소 7회 이상 두바이를 오가며 '사기'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모집책들은 고급호텔, 한강유람선 등에서 호화 행사를 열어가며 피해자들을 현혹했다. MBI의 경기도 수원 소재 OOO지점의 경우 2018년 7월 호텔에서 클럽장 배출식을 진행한 데 이어 2018년 10월에는 한강유람선을 통째로 빌려 ‘OOO호 승선식’이란 이름의 선상파티를 열었다. MBI 모집책들은 행사에 참석한 피해자들에게 남성은 턱시도, 여성은 드레스를 맞춰 입히는 등 재력을 과시했다.

지난 2018년 10월 MBI 모 지점이 한강유람선을 빌려 선상파티를 열었다. (사진=MBI 피해자연합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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