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시- 수정- 반영- 완성'이라는 루틴의 반복이 중요

AI를 배우는 가장 빠른 방법은 따로 없다. AI를 무조건 써보는 것, 그것이 최고의 수업이다.

AI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의 반응은 대개 두 가지로 갈린다. “와, 정말 대단한데요!”라는 감탄형 반응과 “뻔한 대답만 해서 별로 감흥이 없다”는 냉정한 반응. 흥미롭게도 후자의 반응은 오히려 똑똑하고 경험 많고 지위가 높은 분들일수록 많다.

왜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이미 자기 분야에서 충분한 지식과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분들이 AI에게 본인의 전문 분야를 물어보면, 돌아오는 답은 대개 ‘어디선가 본 듯한’ 평균적인 내용이다. AI는 가장 많이 쓰인 정답, 즉 평균값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러니 질문자가 이미 평균 이상의 지식 수준을 갖고 있다면 성에 찰 리가 없다.

이럴 때 필요한 건 '질문과 지시 방식의 변화'다. 예를 들어 “이건 너무 일반적이야. 이 부분은 내 관점을 반영해줘. 그리고 이런 사례를 추가해봐”라고 피드백을 주면, AI는 곧장 그에 맞춰 결과물을 다듬는다. 이런 식으로 몇 차례 주고받다 보면 점점 결과물은 내 언어, 내 기준, 내 시선으로 뾰족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처음엔 두서없이 던졌던 요청이 깔끔한 목차형 지시문으로 진화한다. 결국 AI는 내가 지시하는 수준에 따라 정직하게 반응하는 동료인 셈이다.

챗GPT가 글 내용에 맞추 그려준 삽화. (자료=뉴스버스)
챗GPT가 글 내용에 맞추 그려준 삽화. (자료=뉴스버스)


그렇다고 이 훈련을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처음에는 가볍고 일상적인 것부터 시켜보는 것이 좋다. 나 역시 그렇게 시작했다. ‘남해 섬 여행 일정’을 짜달라고 시켜본 것이다. “5월에 남해 섬 여행을 계획 중이야. 목포에서 2박, 홍도와 흑산도도 들르고, 마지막엔 자은도 4성급 호텔에서 2박하고 싶어. 예산은 평균적인 수준이고, 가족 2명이 갈 거야. 목포 맛집도 추천해줘.” 그렇게 입력하자 AI는 KTX 시간부터 시작해 섬별 숙박 정보, 관광 포인트, 식당까지 포함된 6일간의 여행 일정을 만들어줬다.

그런데 알고 있는 맛집이 몇 군데 더 있어 그걸 포함시켜달라고 했다. 예를 들어 목포만선식당의 밴댕이회 우럭간국, 독천식당의 뻘낙지 연포탕과 낙지초무침, 항구포차의 회 물회 고등어회가 포함된 세트 메뉴 등. AI는 여기에 맞춰 식사 시간을 다시 조정해 여행 일정을 업데이트해줬다.

“5월에 섬 여행이 괜찮을까?”라는 물음에도 AI는 계절별 장단점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줬다. 가을은 날씨가 쾌적하고 파도도 잔잔해 가장 추천되는 시기이며, 해산물도 제철이다. 봄은 꽃이 피는 아름다운 계절이지만 장마 시작 시기와 겹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고, 여름은 폭염과 태풍, 성수기 물가로 인해 비추천이다. 겨울은 홍어가 맛있지만 날씨가 거칠고 배편이 불안정해 일정이 불확실하다. 이렇게 계속 묻고, 조율하고, 덧붙이고, 수정하다 보면 AI가 제공하는 답변은 점점 ‘내 것’이 되어간다.

몇 번만 써봐도 금세 깨닫게 된다. AI가 처음에 던져주는 정보가 성에 차지 않더라도, 내 의견과 아이디어를 반영해가며 몇 번 다듬다 보면 충분히 괜찮은 결과물이 나온다는 것. '지시- 수정- 반영- 완성'이라는 루틴이 반복되면, 어느새 AI를 다루는 감각과 스타일이 생긴다. 중요한 건 단 하나다. '계속 써보는 것' 그리고 '계속 시켜보는 것'.

그래서 이번 주의 실천 제안은 단순하다. 오늘 하루 단 10분, 당신의 일을 AI에게 시켜보자. 보고서 초안 정리, 회의 요약, 뉴스 큐레이션, 여행 계획, 독서 지도, 유튜브 기획… 무엇이든 괜찮다. 써보면 보이고, 해보면 느껴진다. 그것이 바로 AI 시대의 새로운 감각이다. 그리고 그 감각은 반복적인 시도 속에서 자라난다.

이번 주는 여행 계획으로 AI를 써봤다면, 다음 주엔 조금 색다른 시도를 해보려 한다. 바로 AI에게 시를 써보게 하는 실험이다. 감성의 영역이라 여겨졌던 ‘시 쓰기’가 AI와 만나면 어떤 결과를 낼 수 있을까? 시작은 단순하다. 다음 주엔 <AI 무조건 써보기- 시 쓰기 편>이다.

김희연 컨설턴트가 최근 출간한 책

김희연은 기업전략 컨설턴트다. 씨티은행에서 출발,  현대·굿모닝·신한·노무라 증권의 IT애널리스트를거쳐 2008년 LG디스플레이로 자리를 옮겼다. 금융·증권· IT·제조 분야 폭넓은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LG디스플레이에선 여성 최초로 사업개발·전략·IR·투자 및 신사업을 총괄하는 최고전략책임자(CSO)에 올랐다. 지난해 퇴임뒤엔 AI 콘텐츠 융합과 AI 시대 기업 전략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뉴스버스에 AI관련 글을 연재하고 있다. AI시대 기업과 직장인들의  ‘생존법’을 담은  저서 <공감지능시대: 차가운 AI보다 따뜻한 당신이 이긴다>(오른쪽)가 4월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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