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 해설]

법원 '이재명 재판' 속도전 vs 민주 '대법원장·대법관' 탄핵

대법원 '이재명 번갯불 재판', '출마 자격' 박탈 노림수?

민주, 입법권과 '대법관 탄핵' 등으로 법원 '속도전' 대응

이재명, 당선시 이완규·함상훈 지명철회와 새 헌재재판관 지명부터 할 듯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4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4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버스 이진동 기자] 윤석열 파면 결정에 따른 21대 대선이 ‘지지율 싸움’이 아닌 ‘시간 싸움'의 승패에 따라 승부가 갈리는 긴박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그것도 각 정당의 대선 후보간 경쟁이 아닌 당선 최유력 후보와 그 후보의 ’자격 박탈 의도'를 드러내며 선거전에 뛰어든 법원간에 시간을 다투는 대결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1. 법원의, 이재명 ‘번갯불 재판’...'대선 출마 자격 박탈' 의도?

조희대 대법원과 법원은 21대 대선이 치러지는 6월 3일 이전에 기어이 지지율 1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대선 후보직 박탈(피선거권 박탈)’을 하고야 말겠다는 기세다. 

대법원은 통상적 선거법 재판의 ‘신속’ 정도를 넘어선 이 후보에게만 적용되는 이례적인 ‘번갯불 재판’에서 ‘선거개입’ ‘정치개입’ 논란을 자초했다. 지난달 22일 재판부 배당 당일 전원합의체 회부와 함께 1차 전원합의체 심리를 진행하고 이틀 뒤인 24일 2차 심리, 그리고 7일 만에 유죄취지 파기환송 선고, 선고 다음날 파기환송심 첫 공판일 지정 등 말 그대로 숨돌릴 틈조차 없이 ‘전광석화’로 진행해왔다.

조희대 대법원과 서울고법의 이런 번갯불 속도전 상황은 ‘반신반의’를 넘어 ‘대선 후보직 박탈’의 의도가 있음을 노골화한 것으로 해석되는 상황이다.

당초엔 6.3 대선전에 이재명 선거법 사건의 확정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는 전망이 우세했다. 파기환송심은 서류 접수부터 판결까지 빨라도 1개월 가량 소요되는 것이 통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 15일 지정,  소환장 인편 송달 등 법원의 일사천리 기세로 보면 훨씬 더 빠른 속도전으로 전개되리라는 예측이 힘을 얻고 있다. 

파기환송심은 15일 공판에 이 후보가 참석한다면 당일에, 이 후보의 불출석으로 두 번째 기일이 잡히면 이날 변론 종결과 함께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가 첫 공판 기일에 나올 가능성이 없어 두 번째 공판에 선고가 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지금과 같은 속도전이라면 두번 째 기일은 16~20일쯤 잡힐 가능성이 있다. 형량은 대법원의 유죄 취지 결론을 못벗어나기 때문에 피선거권 박탈 기준이 되는 ‘벌금 100만원'형 이상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형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고, 이 후보측의 재상고가 가능해 공은 다시 대법원으로 넘어가게 된다. 형사소송법은 필요적으로 판결 선고일로부터 7일간 상고장 제출기간을 주고 있다. 이후 통상적으론 상고이유서 제출기한 20일이 주어지지만, 재상고심이라 대법원이 배당하고 상고이유서 제출 여부와 상관없이 곧바로 상고(재상고)기각 판결도 가능하다는 게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판단이다. 서 교수는 4일 뉴스버스와 통화에서 “대법원이 이재명의 '자격 박탈'을 목표로 한다면, 재상고기한 7일만 지나면 얼마든지 하루 이틀만에 상고기각으로 형을 확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법원과의 시간 싸움에서 상고제출기한을 포함 27일의 시간이 있다고 보는 민주당의 생각을 안일하게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렇게 대법원이 이례적으로 ‘번갯불에 콩볶듯’ 재판 진행을 한다면 이 후보에 대한 확정 판결이 5월 30일 이전에 나올 수 있다. 전례와 상식을 벗어난 것으로 보이나, 지금까지 대법원이 보여온 ‘번갯불 속도전’으로 본다면 예상 가능한 범주에 들어있다.

설령 6.3 선거전까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후보가 당선된다고 해도, 그 직후 쯤 대법원의 선고가 난다면 이 후보는 대통령이 되자마자 공무담임권을 잃을 지도 모르는 ‘퇴직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 서 교수는 “(피선거권 박탈형이 선고됐을 때) 국회의원을 포함한 정무직 공무원에 대해 퇴직 조항이 있지만, 대통령은 명시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은데다 대통령은 국회의원보다 더 높은 지위가 보장돼 있어 대통령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나 논란은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발등의 불’처럼 긴박하게 헌법84조에 따른 '대통령에 대한 재판 중지' 조항 입법과 ‘법관 탄핵’ 에 나서려는 것도 이 같은 법원의 속도전에 대한 맞대응 차원이다.

2. 법원, 번갯불 재판 뭐가 문제?

우선 이재명 선거법 사건에 대한 수사기록을 포함한 증거기록과 1,2심 재판기록 등 장장 6만여페이지에 달하는 기록들을 전원합의체 참여 대법관들 각자가 전부 읽고 숙지했느냐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2일 국회 법사위에 출석해 "대법관들이 전자 스캔된 형사 기록을 모두 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대법관들은 수많은 재판연구관과 유기적 일체가 돼서 기록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천 처장은 '재판연구관 보고서만 보고 판결할 수 있느냐'는 민주당 박범계 의원의 질문에 "그래선 안 된다. 그렇지도 않다"고 답했다. 천 처장의 답변대로라면 전원합의체에 참석한 대법관 전원이 6만여페이지에 해당하는 기록을 전부 일고 숙지했어야 맞다. 

대법관들은 재판부 배당이후 기록을 보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대법관들은 4월 22일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당일 1차 심리를 통해 의견을 나눴는데, 이날은 기록을 다 보지 않은 상태에서 심리가 이뤄졌다고 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틀 뒤 24일 2차 전원합의체 심리가 진행되기 이전에  대법관들은 기록을 다 봤어야 했다. 대법관들 각자가 의견을 내려면 기록을 본 다음이어야 하기 때문에 선고일까지가 아닌 2차 전원합의심리 전까지 기록을 다 읽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기록을 다 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의견을 낸 것이 된다.

밤잠 안자고 식음 전폐하고 기록을 봤다고 해도 최대 48시간, 통상적 일과시간(16시간) 뿐만 아니라 집에가서까지 봤다고 해도 잠자는 시간 등을 제외하면 36시간을 넘기 힘들다.

거의 머릿속을 비우고 읽는 무협지나 텍스트가 많지 않는 만화 책이라 하더라도 36시간안에 6만페이지를 본다는 것은 그냥 넘기는 속도가 아니라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다. 난이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300페이지 분량의 쉬운 소설책을 빨리 봐도 서너시간은 잡아야 한다. 

이흥구 오경미 대법관 조차 판결문에서 반대의견을 통해 “유례없이 짧은 기간 내에 이 사건의 심리를 마무리하고 결론을 내놓게 됐다”거나 “대법관들 상호간의 설득과 숙고의 성숙기간을 거치지지 않은 결론” 등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판결문 행간을 통해 “기록을 다 봤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을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골목골목 경청투어: 단양8경편'에 나선 4일 강원 영월군 영월서부시장에서 엄나무 순을 팔고 있는 상인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골목골목 경청투어: 단양8경편'에 나선 4일 강원 영월군 영월서부시장에서 엄나무 순을 팔고 있는 상인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 대법관 탄핵 현실화할까? …"졸속 심리, 탄핵사유 된다"

대선 전 ‘이재명 사건 확정’을 목표로 한 듯한 법원의 속도전 기세에 맞선 이 후보와 더불어민주당의 대응은 재판 지연을 통한 ‘시간 확보’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는 파기환송심 첫 번째 공판과 선고 날짜를 최대한 늦추기 위해 이 후보의 파기환송심 재판부에 대선 이후로 기일 변경을 요구하는 기일변경 신청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재판부가 기일변경 신청을 불허하고, 불출석시 다음날로 기일을 잡아버리면 재판을 늦추는 데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대법관 탄핵’ 대응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 탄핵 의결을 통해 재상고심 재판을 지연하는 방안도 민주당 내에선 논의될 전망이다. 대법관들이 6만여페이지 기록을 다 봤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이들 대법관들의 서버 로그기록 공개를 촉구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대법관들이 전자 스캔 파일로 사건기록을 봤다는 것이므로 로그기록을 보면 어느 문서를 읽고 어느 문서를 안봤는지 여부가 확인가능해 기록 열람 열부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대법관들이 기록을 다 봤느냐의 여부는 매우 중요하다. 대법관들이 기록을 다 보지 않은 상태에서 전원합의체 판결을 했다면, 충분히 탄핵 사유가 된다는 게 법조인들의 시각이다. 전날(3일) 민생경제연구소 등 시민단체가 조희대 대법원장을 직권남용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공수처에 고발하면서 ‘로그기록’을 압수수색해달라고 촉구한 것이나 민주당이 4일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를 재촉한 것도 탄핵의 밑작업 측면이 있다.

검찰 고위 간부 출신 변호사는 “소송기록은 증거로 채택된 기록만 있기 때문에 증거에 부합되는지 아닌지 보려면 어느 부분만 봐선 안되고 기록 전체를 빠짐없이 봐야 한다"면서 “그래서 (대법원이) 필요한 부분만 봤다고 말 할 수 없는 것인데, 이틀 만에 6만페이지를 봤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기록을 다 안본 상태에서 대법관들이 졸속 심리를 했다면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서보학 교수도 “국민이 대통령을 뽑는 국민들의 시간인데, 사법부가 정치에 개입해 국민의 선택권을 뺏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에 위반된다”면서 “이 부분도 충분히 탄핵 사유가 된다”고 지적했다.

파기환송심 재판을 맡고 있는 서울고법 재판장에 대한 탄핵도 거론된다. 재판장이 탄핵되면 다른 부에 배당돼 재판 절차는 진행될 수 있지만 ‘재판 갱신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다만 며칠의 시간을 벌 수 있어서다. 

민주당은 법적 대응과 함께 대선에서 당선된 대통령에 대해 형사 재판을 정지하도록 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허위사실공표죄 조항을 삭제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도 발의해놓고 있다. 이 후보가 당선되면 재판 진행이 멈추게 되고, 또 허위사실공표 조항 폐지로 면소판결을 받을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이 경우 이주호 대통령 권한 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지도 주목되는 지점이다. 또 만약 이 후보가 당선된 직후라면 국무회의 심의에서 통과될지 여부가 관건이다. 시간 싸움 속도전에서 청문회 절차 등이 필요한 이재명 정부의 국무위원 구성까지 기다릴 시간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 국무위원들'에게 법률안 심의를 받아야 하는데, 과연 순탄하게 통과될 수 있을지 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또 이재명 재판 속도전으로 인한 사법권력과 정치권력의 충돌은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아야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향후 헌재가 정국의 핵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이 후보 당선시 최우선적 업무 가운데 하나가 현재 효력정지 상태에 있는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헌재 재판관 후보자 지명 철회와 새 재판관 후보자 지명이 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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