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은 ‘비추’, 단 싸우게 되면 의견유보층 의식해야 

‘경제 악화’ 강조하고 ’윤석열이 공산전체주의‘ 역공 

‘이재명 핑계’엔 “재판 지켜보면 된다. 尹은 현행범”

명절에 친지들과 정치 논쟁을 하는 사례는 크게 줄었을 것이다. 감정만 상하고 의견 접근은 어려우니 싸우지 않는 게 낫다. 윤석열 지지 친지가 언성을 높이고 눈을 부라리면 이러면 된다. “반박 안 할랍니다. 국회 유리창도 깨지고 법원도 다 깨졌는데, 여기 유리창이라도 지켜야지.”

다만 피할 수 없다면, 여러 사람들이 있는 자리에서 일방적으로 떠드는 것을 묵과할 수 없다면, 이미 논쟁이 붙어버렸다면, 그때는 효과적으로 싸워야 한다. 절대 말을 먼저 꺼내지 말라. 가급적 짧고 굵게 받아쳐라. 그래야 다른 친지들의 원성을 사지 않는다. 

상대가 계엄의 동기와 계기를 합리화하면 분명히 못박아야 한다. “명태균이한테 쫄아서 한 걸 무슨.” 설명할 기회가 있다면 “윤석열과 명태균이 당원명부 입수해서 타후보 지지층이 누군지 파악했다. 경선 여론조사 당일 그 사람들한테 전화 걸어서 훼방하려고 했다. 이 보도가 나간 게 12월 2일, 3일이다(참조 기사). 그 즈음 명태균이 증거를 민주당에게 넘길 수 있다는 말도 했다.” 

명태균 여론조사 조작 의혹의 최종 단계를 설명한 뉴스타파 기사(12.3.)의 그래프. 윤석열 턱밑까지 차오른 명태균 문제가 내란의 주요 동기였다.
명태균 여론조사 조작 의혹의 최종 단계를 설명한 뉴스타파 기사(12.3.)의 그래프. 윤석열 턱밑까지 차오른 명태균 문제가 내란의 주요 동기였다.


윤석열 지지자가 형사사법절차에 시비를 걸면 상대의 페이스에 휘말리지 않고 큰 맥락을 환기시켜라. “혐의를 반박 못하는 범죄자들이 꼭 절차 핑계를 댄다.” “윤석열이 법원과 헌법재판소에 제기한 게 11건인데 다 실패했다. 9수도 아니고 12수다.”

진술거부권 행사를 포함한 윤석열의 수사 방해에 대해서는 국민의힘 김석기 의원이  2023년 1월 31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향해 했던 말을 그대로 읊어도 된다. “본인이 정말 결백하고 범죄 혐의가 없다면 오히려 검사의 질문에 조목조목 설명하면서 혐의를 벗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상식인데, 진술 거부로 일관하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윤석열측 연전연패 상황을 정리한 JTBC 그래프. 이런 이미지를 소장하고 있는 것도 논쟁에 도움이 된다.
윤석열측 연전연패 상황을 정리한 JTBC 그래프. 이런 이미지를 소장하고 있는 것도 논쟁에 도움이 된다.


설득 가능성이 희박한 논적보다 의견유보층을 의식해야 한다. “안 그래도 경제가 나쁜데 계엄으로 더 말아먹었다”는 일갈이 가장 무난하다. 한국은행이 한 달동안 RP를 48조원이나 사들인 것도 소재다. RP(환매조건부 채권)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소정의 이자를 붙여 다시 사는 조건으로 파는 채권으로, 유동성을 조절할 때 사들인다. “코로나 때 1년동안 매입한 것이 42조다. 윤석열의 실패한 내란 한 방이 팬데믹 1년치다.”

윤석열측 내분도 부각시키기 좋은 소재다. “윤석열은 김용현이 써준 대로 포고령 선포했다 하고, 김용현은 윤석열이 다 결정했다 하고, 윤석열 대 김용현 지들끼리 내전인데, 우리 국민들이 왜 끌려 들어갑니까?”

“계엄이 평화적이었다”는 주장을 듣는다면, 계엄 세력 사이에 오간 정치인 체포 메시지, 당국의 단전 단수 검토 등을 시간되는 대로 쭉 나열하면 된다. “실탄 18만발에 크레모아까지 실어놓고 평화? 정보사가 선관위 가는데 케이블 타이는 왜? 공사하러 갔나? 노상원이는 작두는 왜 샀나? 무당이 타는 그 작두가 아니던데.”

상대가 부정선거론을 꺼내면 자폭이라 보면 된다.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거의 영남을 싹쓸이했다. 영남에선 국민의힘이 부정선거 했나?” “그럼 이제 부정선거 들러리 따위 거부하시는 거죠?” “윤석열, 감방에서 부재자 투표하기만 해봐라.” 

상대의 레퍼토리를 되돌려주는 공격도 있다. “경호원들이 윤석열 찬가 부른 거 들어봤나? 이게 바로 ‘공산전체주의’다.”(TV 뉴스로 보도된 노래의 일부를 외워서 불러보는 것도 좋다.) “군인들이 계엄에 반대할 거라는 사령관들한테 윤석열은 강하 수당을 더 준다고 했다. ‘소득주도성장’ 욕하더니, 이건 ‘소득주도내란’인가?”

SBS가 보도한 대통령 경호처의 ‘윤석열 생일 축하 찬가’. “이런 게 바로 공산전체주의다.” 노래 일부를 외워서 불러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SBS가 보도한 대통령 경호처의 ‘윤석열 생일 축하 찬가’. “이런 게 바로 공산전체주의다.” 노래 일부를 외워서 불러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보수층 맞춤용 논리도 있다. “박정희 대통령이야 그때 경제가 발전했으니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건 이해한다 쳐도, 윤석열이 한 게 뭐 있습니까?” “<서울의 봄> 전두광이도 ‘실패하면 반역’이라며 죽을 각오를 하더만, 윤석열이는 실패한 쿠데타는 쿠데타가 아니라카네. 성공하면 무죄, 실패하면 무죄?” “신한국당 대표하던 김윤환 씨는 5.18 특별법 찬성했습니데이. 국민의힘은 우예 30년전보다 더 나빠졌노.” 

논쟁이 무르익으면, 혹은 어쩌면 초장부터, 윤석열 지지층은 전가의 보도를 꺼낼 것이다. ‘민주당 탓’, ‘이재명 탓’이다. 아무래도 무당층과 민주당 지지층의 대응 양상은 다르겠지만, 민주당 지지자들도 사법리스크 논란을 길게 끌수록 윤석열 지지자들이 놀 멍석이 커진다는 점은 알아야 한다. 

간단히 대응하면 된다. “윤석열-김건희가 수사를 막아온 반면 이재명은 기소되었다. 재판 결과를 보면 된다.” “이재명은 피고인이고 윤석열은 현행범. 이재명 재판만 기다리지 말고 현행범부터 잡으세요.” “이재명이는 기소된 거 다 유죄라 치면 최대가 무기징역입니다. 윤석열이는 내란 우두머리 하나만으로 ‘최소’ 무기징역입니다.” 

무당층한테는 매우 홀가분한 시간이다. 민주당 지지층은 시험대에 선다. 현명하다면 대선에서 ‘2찍 했다’는 이유 하나로 친지를 나무라지 않고, 윤석열에 투표했었지만 탄핵에 찬성하는 친지는 적극 응원하고, 탄핵과 처벌을 강력하게 찬성하는 지인이 민주당은 그리 지지하고 싶지 않다고 하면 “어쨌든 국민의힘은 안 찍을 테니 나쁘지 않다”고 존중할 것이다. 이 반대로 하면 국민의힘 지지율을 높여줄 위험만 커진다. 

김수민은 풀뿌리운동과 정당활동을 하다 현재는 지상파와 종편, 언론사 유튜브 방송 등에서 정치평론가로 활약 중이다. 팟캐스트 <김수민의 뉴스밑장> 진행도 맡고 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경북 구미시의회 시의원을 지냈다. 시의원 시절엔 친박 세력과 싸웠고, 조국 사태 국면에서는 문재인 정권 핵심 지지층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저서로는 <다당제와 선거제도>(eBook) >가 있다.             

 ※ 뉴스버스 외부 필자와 <오피니언> 기고글은 뉴스버스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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