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교훈-김태우 격차, 대통령 긍·부정 평가 격차에 가까워
유권자 심판 부채질한 윤 대통령, 김태우 공천은 자책골
재보선 승리하고도 총선 진 전례 많아… 쇄신하는 쪽 승리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는 전복위화(轉福爲禍)의 주인공이 됐다. 대법원에서 유죄 선고를 받은지 얼마 안 돼 사면받은 그는, 이번 선거에 나섰다가 광장에서 시민의 심판을 받고 무릎 꿇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김 후보를 일부러 제거하려는 것 아니냐"는 농담을 방송 출연 전 대기실에서 한 일이 있다. 사면과 공천은 모두 윤 대통령의 작품이다. 작정하고 사람을 몰아도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싶다.
김 후보의 득표율은 윤석열 정권의 압축판이다. 윤 정권은 "40% 지지율만 얻으면 총선에서 이긴다"는 티가 너무 났다. 그 결과가, 굳건한 양당 구도에서도 39.37%에 그친 김태우 후보의 득표율이다. 김 후보의 득표율은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받는 긍정 평가율보다 살짝 높을 뿐이다. 원래 대통령 부정평가층보다 긍정평가층이 투표율이 높은 편임을 감안하면, 긍정평가자 사이에서의 투표율도 저하되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
그간 윤석열 정부의 정책 가운데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은 정책은 드물다.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업무복귀명령이나 양대노총 회계장부 조사 등으로 지지율 붕괴를 막아내기는 했지만, 그 효과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화물연대 파업에 반대했던 국민 상당수도 윤 정부의 안전운임제 폐지에는 거부감을 가졌다. 양대노총 회계장부 조사는 '주80시간 노동제' 논란을 넘어설 수 없었다. 그 밖에도 상당수가 작심한 듯 국민들에게 도전하는 듯한 정책들이었다.
정책뿐 아니라 태도에서도 윤 대통령은 여러 국민들이 '두고 보자'는 심정을 갖도록 만들었다. 내가 지난해 8월 뉴스버스에 쓴 글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신경질적으로 비치기는 했지만 그 기저에는 부끄러움이나 절치부심 또는 솔직한 실망이 깔려 있었다." "(반면 윤 대통령은) 한나라당-새누리당이 여대야소이던 시절 못지 않게 기세등등하다." (<尹 지지율급락, 기세등등 尹 정권에 대한 여론의 반격>)
저 문장을 조금 고쳐야겠다. 윤 대통령은 한나라당-새누리당이 여소야대이던 시절보다도 더 기세등등하다. 그가 낙심하는 모습을 본 적 있는가. 대통령도 인간이라 공개석상에서 몇 번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자연스럽다. 특히 여소야대 대통령이라면 말이다. 그는 그러나 '내가 마음을 먹으면 안 되는 일이 없다'는 식이었다. 그는 이태원 참사 직후에서조차, 사과는 없이 엉뚱하게 연일 분향하는 오기를 부렸다. 미국에 나가 카메라 앞에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인지 한국의 민주당인지를 욕하고 '바이든/날리면' 사태를 일으킨 그가, 바이든 대통령과의 만찬에서 "롱~ 롱~ 타임 어고" 노래 부르는 것이 곱게 보일 수 있을까.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사그라들지 않았지만, 윤 대통령이 있는 이상 그것은 이번 보선을(어쩌면 내년 총선도) 크게 좌우하기 어렵다. 만약 이 대표에게 죄가 있다면 그는 어차피 법정에서 심판받는다. 대중의 정치적 결정도 그에게 유죄 선고가 나오든지, 아니면 재판 도중에 결정적 증거가 나오든지 해야 본격적으로 이뤄진다. 더구나 이 대표는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이 대표에 대한 처분은 불투명하거니와 나중의 일이다.
2023년 10월 11일이라는 시점과 서울 강서구라는 공간에서 많은 유권자들이 도출한 결론은 이것이다. '지금 누군가를 선거로 심판한다면, 그것은 윤석열'이라는 것이다. 이번 보선에서 '진교훈의 승리'는 '윤 대통령이 한방 먹는 꼴을 보고 싶다' 는 의미를 지닌다.
윤 대통령은 강서구 국민의힘 지지자도 투표장에 나오기 어렵도록 만들었다. '김태우 공천'이 그 쐐기 자책골이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그를 '공익신고자'로 꾸며내고자 했다. 폭로 내용은 일부 사실임이 확인됐다 해도 그가 했던 것은 '양심선언'이 아니라 '앙심선언'이었다.
김 후보의 지난날은 둘째치자. '보궐 선거 원인 제공자가 또다시 선거에 나왔다'는 것은 대다수 주민의 직관에 쏙 꽂히는 사실이다. 지역구 구전 싸움에서 "저 사람 또 나왔어요. 저 사람 때문에 보궐선거가 치러지는데도요"를 이길 수 있는 논리가 있나? 안 그래도 윤 대통령 때문에 '이번엔 투표를 쉴까?' 했던 국민의힘 일부 지지자들은 김태우 후보를 보고 기권 결심을 굳혔을 터이다.
끝으로 민주당도 알아둬야 할 대목이 있다. 2021년 서울시장 보선에서 국민의힘 후보는 민주당 후보보다 18%p가량 더 득표했다. 이번 보선에서는 마치 미러링처럼 그 비슷한 만큼을 민주당 후보가 더 득표했다. 하지만 이런 큰 격차의 게임이 종종 일어날지언정 운동장이 어느 쪽으로 기울어진 시대는 아니다. 2022년 대선이 박빙이 됐듯 2024년 총선도 그럴 수 있다.
총선 직전 재보선에서 진 정당이 총선에서 이긴 전례가 많다. 쇄신하는 시늉이라도 잘하는 당이 총선에서 이긴다.
김수민은 풀뿌리운동과 정당활동을 하다 현재는 지상파와 종편, 언론사 유튜브 방송 등에서 정치평론가로 활약 중이다. 팟캐스트 <김수민의 뉴스밑장> 진행도 맡고 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경북 구미시의회 시의원을 지냈다. 시의원 시절엔 친박 세력과 싸웠고, 조국 사태 국면에서는 문재인 정권 핵심 지지층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저서로는 <다당제와 선거제도>(eBook) >가 있다.
※ 뉴스버스 외부 필자와 <오피니언> 기고글은 뉴스버스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 기사와 뉴스버스 취재를 자발적 구독료로 후원합니다.
후원금 직접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신한은행 140-013-476780 [예금주: ㈜위더미디어 뉴스버스]
뉴스버스 기사 쉽게 보시려면 회원가입과 즐겨찾기를 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