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 증인 출석, 고발사주 재판 하이라이트이자 정점
재판부, '기억 안나' 김웅에 변화구 돌직구 바꿔가며 질문
김웅은 안절부절 못했고, 앞과 뒤의 답변이 서로 엇갈렸다
손준성 측은 당황해했고, "유죄의 심증 질문" 항의했다
재판부 "제일 많이 알아야 할 것 같은 핵심 증인이라 질문"
[뉴스버스] 10일 진행된 고발사주 사건 재판에서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증인 신문은 고발사주 사건 재판의 하이라이트이자 정점이었다.
고발사주는 2020년 4.15 총선을 앞두고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비판적인 정치인과 언론인 등을 고발해달라는 고발장을 검찰이 야당에게 보낸 사건으로 2021년 9월 2일 뉴스버스의 첫 보도로 드러났다. 이후 공수처가 수사에 나서 고발장 작성자는 특정하지 못했으나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핵심 측근인 손준성 대검수사정보정책관(현 서울고검 송무부장)을 고발장 전달자로 지목해 공직선거법 위반(공무원 선거관여 금지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이 사건에서 기소된 손준성 서울고검 부장검사의 유‧무죄를 가르는 핵심 쟁점은 손 검사가 김 의원에게 고발장을 직접 전달했는지 여부다.
손 부장검사의 유·무죄 여부는 과거 '윤석열 검찰'의 검찰권을 이용한 정치공작과 '검찰권 사유화' 등 고발사주 사건의 실체를 법적으로 확정하는 의미와 직결된다. 그래서 한때 피의자로 공모혐의 수사를 받았던 김 의원은 고발사주 사건의 당사자이기도 하지만 이 재판에서 '찐찐 핵심 증인'이다.
고발장은 당시 야당인 미래통합당 선대위 부위원장인 조성은씨에게 전달됐는데, 중간 경유자가 김웅 의원이다. 고발사주의 실체가 재판에서 인정되려면 손 부장검사가 직접 김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1단계와 김 의원이 조씨에게 전달했다는 2단계 경로가 모두 입증되어야 한다.
2단계 경로중 중간 경유지인 김 의원이 조씨에게 고발장을 전달한 사실은 뉴스버스 보도의 취재원이자 공익제보자인 조씨의 진술 및 조씨와 김 의원간 통화 대화 녹취록 등 객관적인 물증을 통해 어느 정도 입증이 된 상황이다.
문제는 1단계 경로인데, 손 부장검사는 고발장 작성 사실은 물론이고 ‘손준성 보냄’이라는 텔레그램 메시지의 발신자 표시에도 불구하고 고발장을 보낸 사실 자체를 부인해왔다. 중간 경유지인 김 의원은 “고발장을 제보받았으나, 제보자가 기억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건 실체 규명을 위한 핵심 인물이자 중간 경유지인 김 의원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자 재판부가 이례적으로 1시간여 동안 직접 신문을 진행했다.
같은 내용 돌직구와 변화구로 바꿔가며 질문…질문 내용 사전 준비한 듯
재판장인 김옥곤 부장판사와 배석 주심판사는 김 의원에게 모두 70개 가까운 질문을 던졌다. 어투나 질문의 표현 방식 등은 부드러웠지만 파고드는 내용은 날카롭고도 집요했다. “잘 기억나지 않는다”는 김 의원을 향해 같은 내용을 때로는 돌직구로, 때로는 에두르는 방식으로 바꿔가며 물었다.
70여개 질문이 묻는 방식과 내용을 달리했지만 결국엔 “고발장 전달자가 손준성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이었다. 김 의원이 기억을 하고도 ‘고발장 전달자’를 감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기억을 회피’하는 것은 아닌지를 떠보는 질문도 포함됐다.
김 의원이 손 부장검사에게서 고발장과 관련 자료를 직접 전달받았는지는 고발사주 실체 여부를 좌우하는 핵심이다. 질문 내용을 보면 재판부가 실체 파악을 위해 신문 내용을 사전에 꼼꼼히 준비한 듯 했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공수처 검사측 신문과정에서 “(고발장을) 제보자에게 받았으나 제보자가 누구인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상태였다.
공수처 검사측과 변호인 반대 신문이 다 끝난 뒤 재판 말미 저녁 6시쯤 재판부가 직접 나섰다.
재판부는 먼저 김 의원의 “기억 안난다”는 답변에 대해 “(제보 받은 고발장) 내용을 확인했다면 자료(고발장) 준 사람을 기억 못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그렇게 큰 사건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고발장 내용을) 전혀 인식 자체를 못했다”며 기억나지 않은 이유를 댔다.
이에 재판부는 “(고발장) 일부 내용은 (윤석열) 검찰총장 가족 관련된 부분도 있는데, 그래도 증인이 관심 가질만한 내용 아니냐”고 또 물었다. 김 의원은 “검찰총장이나 그 주변 사람이 (고발장을) 보낸 것이라면 모를까, 여러번 나왔던 내용이라 관심이 없었다”고 방어했다. 고발사주 고발장에는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 한동훈 검사장, 김건희 여사에 대한 명예훼손 주장이 구체적으로 기술돼 있다.
재판부가 이번엔 정색하고 돌직구성 질문을 했다. “증인(김 의원)은 고발장과 자료들을 누가 보냈는지 기억할 수 없다고 했는데, 보낸 사람이 피고인(손준성)이 100% 아니다고 말할 수 있느냐”
재판부의 신문은 ‘그렇다’거나 ‘아니다’는 답변을 요구하는 것이지만 김 의원은 엉뚱하게 “피고인(손준성)이 보낸 것이라면 좀더 신경썼을 것이고 조성은씨에게도 ‘신경써달라’고 얘기했을텐데, 기계적으로 보낸 것으로 봐 그럴(손준성이 보냈을)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번엔 “당일 (고발장과 자료가) 3회에 걸쳐서 왔기 때문에 다른 제보보다 기억에 남아야 정상 아니냐”고 다시 파고들었다. 김 의원은 “이례적인 것을 기억 못하냐고 하면 사실 할 말 없지만 실제로 기억 안난다”고 답변했다.
김 의원은 이어지는 재판부의 질문에 안절부절못한 듯 답변할 때마다 증인석 책상 아래에서 양손을 허벅지 위에서 연신 들었다 놨다를 거듭했다고 한다.
김웅의 엇갈린 답변
앞에선 "전달자 손준성이면 조성은에 '신경써달라' 했을 것"
뒤에선 "전달자 손준성이면 조성은에게 안보냈을 것"
재판부는 “고발장 초안은 저희가 만들어서 보내드릴게요”라는 김 의원과 조성은씨의 대화 녹취록 내용과 관련 “그 워딩을 보면 증인(김 의원)이 제보자 측과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읽히는데 어떠냐”고 물었다. 이래도 제보자가 기억나지 않느냐는 뉘앙스의 질문이었지만 김 의원은 “당연히 소통이 되는 거다”고 하면서도 제보자에 대한 언급은 피해 나갔다.
그러자 재판부는 같은 질문인데 바꿔 물었다. “(고발장) 내용이 별 의미 없으면 기억 못할 것 같지만, 당시 고발장 초안(내용)의 피고발인들이 언론사 기자 정치인들로 상당히 비중있고, 정치인도 당시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분들인데...”
김 의원은 이에 대해 “제보 받을 때 예를 들면 ‘대장동 건’ 이렇게 오지, 일일이 이름까지 얘기해서 오진 않는다”고 말했다. 고발장 내용을 알지 못했다는 취지였다.
재판부는 ‘어떻게 기억 못할 수 있느냐’는 뉘앙스의 에두른 질문을 하다, 다시 돌직구성 질문으로 돌아왔다. “(텔레그램으로 받은 자료에) ‘손준성 보냄’ 표시를 다른 사람은 스쳐갈 수 있지만, 손준성은 증인 지인인데 ‘손준성 보냄’이라는 내용 전혀 기억이 없다는 것이냐”고 물었다. 김 의원은 “‘손준성 보냄’을 조작됐다고 보지는 않지만, 만약에 ‘손준성 보냄’을 봤다면 조성은씨한테 안보냈을 것이다”고 답변했다.
변화구성과 돌직구성으로 바꿔가며 질문이 연이은 탓인지 김 의원의 답변도 모순이 생기고 말았다. 앞서서는 “손준성이 보냈다면 조성은씨에게 ‘더 신경써달라’고 얘기했을텐데, 그렇게 하지 않은 것으로 봐 손준성이 보냈을 가능성은 낮다”고 답변했으나 이번엔 ‘손준성 보냄’을 봤다면 조성은씨한테 안보냈을 것이다“고 엇갈린 얘기를 한 것이다.
김웅, (고발장 전달자) 기자로 추측한다고 했다가 '기억 안나'
재판부는 또 물었다. “피고인(손준성)이 직접 전달하지 않았다고 가정하면, 중간에 제3자 누군지 추측해 볼만한 인물은 있느냐.” 김 의원은 “뭐, 기자가 보냈을 수 있겠다고 생각은 하는데, 확인은 안해봤다”고 말했다.
고발장 제보자가 기자라면 확인이 어렵지 않고, 또 ‘중간에 제3자가 있다’는 사실만 확인되면 손 부장검사에 대한 혐의가 벗겨지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김 의원은 “확인하지 않았다”고 했다. 스스로도 머쓱했던지 “통신 내역이 남게 되면 문제될 것 같아서”라고 굳이 이유를 댔다.
재판부 역시 이 부분에 대한 의심이 들었던지 더 캐물었다. “증인도 (공범으로) 의심받아 피의자로 수사받았는데, 연루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고 싶은 생각이 들 것 같다. 어떻게 전달받았는지 확인하는 게 좀더 자연스럽지 않은가”라고 하자 김 의원은 “기억이 없는 거라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답변했다.
앞에선 추측되는 기자가 있다면서 뒤에선 다시 기억이 없다로 돌아온 것이다.
재판부는 또 “(고발장을 보낸 날 오전에) 조성은씨와 통화할 때는 고발장을 ‘남부지검에 내랍니다’고 했다가 6시간 사이에 (오후에는) 대검 공공수사부로 바꾸는데, 고발장 작성 주체나 제보자가 누구든 증인이 소통한 것으로 받아들여도 되느냐”고 다시 돌직구 질문을 던졌다. 김 의원은 “추측인 것 같다면서도 기억이 없고, 고발장에 그렇게 적혀 있는 것도 조사받으면서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고발장 내용을 정확히 몰랐다면 실제 고발할 만한 것인지, 아닌지 판단이 안서는게 정상이고, 낼지 안낼지도 모르는 고발장을 어디로 낼 것인지에 대해 제보자나 조성은씨와 그런 이야기를 한다는 게 이례적이지 않느냐”고 물었다. 앞서 고발장 내용을 몰랐다는 답변의 허점을 파고든 질문이었다.
이후에도 재판부는 김 의원이 고발장을 조씨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손 부장검사와 김 의원간 소통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질문을 몇 차례 이어 나갔다.
김웅, "나중에 정치인 아니게 되면 (제보자) 이야기 하겠지만..."
이날 김 의원과 손 부장검사 측은 재판부의 작심한 듯한 직접 신문을 예상하지 못한 듯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고 한다.
손 부장검사측은 재판부 신문이 끝나자 “재판부가 가정적인 질문을 너무 많이 한 것 같다. 듣기에 따라서는 혹시 유죄의 심증을 갖고 질문하는 것 아닌지 우려되는 점이 있다”고 항의했다.
재판장은 이에 대해 "(김웅 증인은) 조성은씨를 제외하면 이 사건에 대해 제일 많이 알아야 될 것 같은 핵심 관계인이라서 질문했다"며 "검사도 됐다가 변호인도 됐다가 그런 게 재판장"이라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서 김 의원은 증언 말미에 의미 심장한 발언을 했다. “나중에 정치인이 아니게 되면 생각하고 있는 내용들에 대해 이야기 하겠다. 그 제보자가 (손준성이) 맞을 수도 있고, (손준성이) 아닐 수도 있지만 정치인이기 때문에 그 제보자를 보호해야 한다. 그 부분도 재판부가 이해해달라”
듣기에 따라선 고발장 전달자를 알고 있으나 정치적 이유로 지금으로선 말하기 곤란하니 이해해달라는 뉘앙스로 들리는 대목이다.
/뉴스버스 이진동 기자 cardo@newsvers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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