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6월 경남 창원시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 공장을 방문해 원자로 제작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6월 경남 창원시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 공장을 방문해 원자로 제작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스1) 

RE100 무지, 산업‧통상 재앙 부를 수도

지난 대통령 선거 중 토론에서 후보간에 RE100에 대한 설전이 있었다. 한 후보가 RE100에 대해 질문했고, 한 후보는 모른다고 답했다. 결국 그 모르는 후보가 당선됐다.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살피겠다는 대통령의 RE100에 대한 무지가 재앙을 부르고 있다. RE100은 최근 경제·외교·통상의 축이다.

RE100(Renewable Energy 100%)은 탄소 배출 감소 추진을 위해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사용하겠다는 자발적 국제 프로젝트다. 연간 100GWh 이상 사용하는 전력 다소비 기업이 대상이다.

국내에서는 SK그룹을 시작으로 미래에셋증권, KB금융그룹, LG에너지솔루션 ,아모레 퍼시픽 등이 먼저 대열에 동참했고, 2022년 들어서는 현대자동차, 기아, 현대모비스, KT, LG이노텍, 삼성전자 등이 합류했다. 다른 국내기업들의 참여도 가속화하고 있다.

RE100의 중요성을 간과한 현 정권은 전 정권의 탈원전 정책에 반기를 들고 친원전, 원전 르네상스를 외치며 에너지 정책의 중심에  원전을 두고 있다. 서울대 부설 전기연구원의 한 책임 연구원은 “새 정부들어 모든 에너지 관련 연구개발 과제에서 원전 대 신재생에너지 비율이 지난 정권의 2:8 에서 7:3으로 역전됐다” 고 말했다. 

윤석열 정권은 더 나아가 얼마전 EU에서 그린텍소노미에 원전이 포함된다는 것을 빌미로 마치 원전에너지가 유일한 대안인 듯 몰고가고 있다. 하지만 원전에너지는 명백하게 재생에너지가 아니고, 당연히 RE100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RE100 미 충족으로 납품계약 취소사태까지

현재 유럽의 완성차 업계는 모두 부품납품업체에 RE100을 요구하고 있고, 애플 등 대형 IT 업체들도 점점 RE100 을 요구하고 있다. 이 냉혹한 현실을 외면한 결과, 유럽에 납품하는 한국부품사 납품계약 취소가 현실화 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경제  5월 15일자 'RE100이 뭐길래..한국 기업 잇단 계약취소 속 앓이’)

이 정권은 문재인 정권의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면서 집권해서인지, 유독 원전에 집착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국가 에너지 관련 연구개발 예산 배분이 재생에너지 분야를 배제하다시피 하고 원전에 집중되고 있다. 심지어 태양광 에너지 분야는 범죄시하는 경향까지 있다고 한다. 

의미있는 경고, 지금 정책으로는 수출 40% 감소 우려 

2022년 11월 2일 산업통상자원부 주최, 한국에너지공단 주관 ‘2022 산업계 탄소중립 컨퍼런스’에 참여한 클라이밋 그룹의 매들린 픽업 매니저는” RE100에 합류한 많은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확대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에 재생에너지 목표 하향과 같은 한국 정부의 정책 결정은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RE100은 한국 정부를 대상으로 재생에너지 목표 상향뿐 아니라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접근성을 강화하라는 정책 제언을 할 예정이다.

이런 제언은 RE100에 참여한 380개 이상의 RE100 글로벌 회원들이 지지하고 있다. “한국이 이런 기조에 따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지 않으면 2040년까지 한국의 주요 수출 사업이 40%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픽업 매니저는 경고했다.

컨퍼런스에 참여한 삼성전자의 한 임원은 “삼성전자가 국내에서 RE100을 달성하기 위해선 약 20TWh에 달하는 삼성전자의 전력 소비량을 충족할 만한 재생에너지 공급원이 필요하다”면서 “그러려면 한국에 큰 규모의 재생에너지 프로젝트가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한 정부의 제도적, 정책적 지원은 찾아볼 수 없다”고 토로했다.

원전 마피아라고 부르는 기득권 세력의 독주가 가져오는 현상이다. 문제는 이 독주가 그들만의 잔치로 끝나는게 아니라 우리나라 수출 산업 전반에 재앙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너도 나도 ESG 경영을 외치고 있다. ESG 관련 컨설팅이나 보고서, 책도 만발한다. RE100 없는 ESG경영은 ‘구호’에 지나지 않는데도 정부는 RE 100을 앞장서 외면하고 있다. 오히려 RE100을 방해하고 있는 상황이다.

RE100은 국가가 일정 부문 에너지 정책으로 뒷받침해야 가능한 부분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연구개발 분야에서 이미 재생에너지 분야를 제약하고 있고, RE100을 추동하는 정책은 찾아 볼 수 없다

IEA(국제에너지기구)는 재생에너지 2022 보고서를 통해 2022년부터 2027년까지 재생에너지 전망을 발표했는데, 2022~2027년 재생에너지 설비가 약 2,400GW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20년간(2001~2021) 증가한 총 재생에너지 설비 규모에 해당하는 수치이며, 같은 기간(2022~2027)동안 전력 설비용량 증가분의 90% 이상을 재생에너지가 차지할 것이란 얘기다. 

세계 RE100선언 기업들. 
세계 RE100선언 기업들. 

RE100은 선택이 아닌 필수- 재생에너지 시대적 흐름

독일은 2030년 재생에너지 전력 비중 목표를 65%에서 80%로 상향하고, 포르투갈은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달성 시한을 2030년에서 2026년으로 단축했다.

각국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기 위해 지원과 허가 조건 완화를 에너지 정책의 근간으로 삼고 있다. 

독일은 재생에너지 지원액을 상향 조정하고 육상 풍력의 입지 및 환경 관련 규제를 완화했다. 네덜란드는 가정 태양광 설비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면제하고, 스페인은 재생에너지 관련 허가 절차를 간소화했다. 이탈리아는 허가가 면제되는 프로젝트 면적 기준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의 재생에너지 정책 역시 파격적이고 목표도 분명하다. 중국 정부는 2022년 6월 제14차 재생에너지 5개년 계획을 발표, 처음으로 정책 목표를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에서 재생에너지 발전량으로 변경하고, 2025년까지 재생에너지를 통한 발전량 비중 목표를 33%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발표(태양광 및 풍력 발전량 비중 목표는 18%)했다. 핵심 정책 방향은 대규모 재생에너지 보급사업, 전기화(electrification)를 통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확대, 재생에너지 보급사업을 보조금 중심에서 시장 중심으로 전환, 전력설비의 안정성 확대 등이다. 이미 중국은 메가와트급(500~2,000MW)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발전 비용이 석탄 발전비용을 밑돌고 있다.

세계 각국이 재생에너지 시대로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흐름들이다.

역행하는 한국의 재생에너지 정책 

반면 우리나라는 에너지 정책의 중심이 재생에너지에서 원전으로 역행하면서 재생에너지 위기 국면을 맞고 있다. 글로벌 탄소 규제 강화로 기업들이 RE100을 선언하고, ESG 경영을 위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지만 정부는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30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이하 NDC) 상향안 대비 신재생은  30.2%에서 21.5로 8.7%나 줄였다. 원전 비중을 늘린 만큼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줄인 것이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설비 누적 용량은 30GW를 넘어섰으나 전력 중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7%로 OECD 최하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게다가 신규 설비용량은 줄고 있다. 2020년 5,603MW에서 2021년 19.07% 감소한 4,454MW 보급에 그쳤다. 에너지원별로는 풍력 60.2%, 바이오 58.8%, 태양광 16.1%가 각각 줄어들었다. 이러한 설비 용량의 감소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가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 목표달성을 위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는 가운데 한국만 역주행하고 있는 것이다. 역주행의 중심엔 ‘원전 올인’이 있다.

이인형은 가치공학(Value Engineering)분야 국제공인 CVS자격증을 보유한 프로젝트 컨설턴트다. 서울대 농학과를 거쳐 연세대 대학원 경제학과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한국신용정보에서 기업 평가·금융VAN업무를 맡았고, 서울대 농생대에서 창업보육 업무를 했다. 지금은 소비자 환경활동 보상 플랫폼을 구축 중이며, 개인신용정보 분산화 플랫폼도 준비중이다. 금융‧산업‧환경‧농업 등이 관심사다. 기후위기 대응 세계적 NGO인 푸른아시아 전문위원이면서, ESG코리아 경기네트워크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뉴스버스
포털 '다음'에선 기본값으로 뉴스버스 기사가 검색되지 않습니다.
정권 비판 뉴스를 통제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뉴스버스 기사를 보시려면 회원가입과 즐겨찾기를 해주세요.
저작권자 © 뉴스버스(Newsvers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