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2015년 "재벌 가석방 특혜, 경제정의에 반하는 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광복절 가석방' 대상에 포함돼 13일 풀려난다.
기업인 총수에 대한 사면이나 가석방은 늘 논란속에 <경제활성화 등을 명분으로 한 여권 인사들의 군불 때기 → 언론을 통한 여론조성 → 특별사면 또는 가석방>의 공식을 밟아왔다.
이번 ‘이재용 가석방’도 예외가 아니었다. <재계의 사면 건의 → 문재인 대통령의 긍정 → 법무부의 가석방 형기기준 완화→ 반도체 전쟁과 경제활성화를 내건 ‘가석방 찬성’ 여론 몰이→ 가석방> 수순을 밟았다. 지난달 20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삼성전자 화성캠퍼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형기의 60%를 마쳐 (이재용 부회장이) 가석방 대상이 될수 있다”는 언급은 이 부회장 가석방 허가의 신호탄격이었다.
“‘기업인 가석방’, 청와대 권한 아니라고요?”...“누굴 바보로 아나?”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두고 논란이 됐던 것처럼 2014년말~2015년 초에도 최태원 SK회장의 가석방 여부를 두고 요즘 같은 공방이 오갔다. 최 회장은 SK그룹 계열사 출자금 465억원을 빼내 국외에서 불법적으로 쓴 혐의(횡령)로 2014년 2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이 확정돼 당시 수감생활을 하고 있었다.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김무성 대표가 최 회장의 가석방을 주장한 데 이어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가 청와대에 최 회장의 가석방을 건의했다는 소식이 언론에 알려지자, 박근혜 청와대는 “가석방은 법무부 장관의 고유권한으로 논의한 바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자 당시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페이스북에 “청와대 ‘법무장관 권한’이라고. 하하, 청와대 권한 아니라고요? 법적으론 법무장관 권한일지 몰라도 실제로 청와대와 법무부의 협의를 거쳐 대통령의 의중대로 결정된다고 보면 틀림없어요. 괜히 발뺌하지 말아요. 어느 코미디 대사를 빌자면 ‘누굴 바보로 아나?’”라는 글을 올렸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도 가까운 한 교수는 문재인 정부 들어 법무부 장관 하마평에도 올랐고, 지난달까지 3년 임기의 형사법무정책연구원 원장을 지냈다.
그런데 이재용 가석방 여부가 논란이 되자 문재인 청와대는 “논의한 바 없고, 법무부에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법무부 장관 권한’이라는 6년 전 박근혜 청와대의 입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했다.
사회적 주목도가 높은 재벌 총수의 가석방 사안을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의 뜻과 상관없이 결정한다고 보는 건 상식과 맞지 않다. 위에서 언급한 현 정권의 핵심 인사도 그렇고 과거 정권 핵심 인사들도 다 아는 일이다. 박 장관이 “법무부 장관 고유 권한으로 이재용을 가석방했다”고 해도 곧이 곧대로 믿을 사람은 많지 않다.
‘기업인 가석방이 청와대 권한이 아니라고 발뺌하지 말라’는 한 교수의 페이스북 글에 문재인 정부에서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을 지낸 조국 전 장관은 “실세 진돗개 권한이 아니라고 한 것이 다행”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실세 진돗개’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키우던 개를 지칭한 것이다.
그땐 '가석방 특혜' 이고, 지금은 아니다?
최태원 SK회장에 대한 가석방 논란이 불거진 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2015년 1월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업인 가석방’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기업인이라고 특혜를 받는 것도 안되고, 역차별도 안된다”며 “국민의 법 감정, 형평성 이런 것을 종합적으로 감안해서 법무부가 판단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소속 의원이던 문재인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다음날인 1월 13일 안철수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전 대표가 개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면서 박 전 대통령의 ‘기업인 가석방’언급을 정면 반박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재벌 대기업 총수의 범죄는) 법원에서 형량을 정할 때부터 일정 특혜를 받는데, 가석방에서 또 특혜를 받는다면 경제 정의에 반하는 일이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1심에선 89억여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징역 5년이 선고됐으나, 2심에선 뇌물공여·횡령금액이 36억원으로 줄면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50억원을 뇌물공여 및 횡령금액으로 다시 인정해 항소심 재판부로 돌려보냈고, 올해 1월 파기환송심에서 86억원의 뇌물을 준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이 확정됐다.
지난 6월 2일 문재인 대통령은 4대그룹 대표단 초청 간담회에서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겸하고 있는 최태원 SK회장이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을 건의하자 “고충을 이해한다. 국민들도 공감하는 분이 많다”며 긍정하는 뉘앙스로 말했다. 이후 특별사면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고려해 가석방으로 선회했고, 법무부는 가석방 형기 집행률 기준을 60%로 완화했다.
6년 전 박근혜 대통령은 결국 최태원 회장을 ‘8·15 특별사면’으로 내보냈고, 6년 뒤 문재인 정권은 ‘법무부 장관 고유권한’으로 포장해 이 부회장을 ‘8.15 광복절 가석방’으로 풀어줬다. 이 부회장은 유죄선고가 될 경우 실형이 예상되는 삼성물산 불법합병(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문재인 정부는 권위주의 정권 심판과 정경유착 근절을 요구했던 촛불에 힘입어 들어선 '촛불 정권'을 자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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