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구호는 ESG 경영, 실종된 사회적 책임(S)과 거버넌스(G)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전 총괄 프로듀서가 지난 14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한·몽 경제인 만찬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전 총괄 프로듀서가 지난 14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한·몽 경제인 만찬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금은 ESG 시대다. 기업 경영의 화두는 환경, 사회적 책임, 그리고 지배구조를 축으로 한 전환이다. ESG는 환경문제(E)만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S)과  거버넌스(G·지배구조)의 문제도 엄중한 기준이다.

그런데 국내 기업들은 ESG경영 구호는 넘쳐나지만 실제 행동은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 단적인 예로 국내 주요 은행들은 작년 총체적 경제 위기로 서민 경제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고금리 '이자 장사'로 역대급 이익을 낸 뒤 '성과급 잔치'를 했다. 사회적 책임은 커녕 오히려 자본의 약탈적 본질만 드러낸 것이다.

게다가 현 정부는 친 원전 정책으로 기후위기 시대의 국제 질서인 RE100에 역행하고, 또 반(反)노동 정책으로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s)을 오히려 방해하고 있다.

최근 화두인 국내 최대 엔터테인먼트 그룹 SM을 둘러싼 국내 최고 신흥 부자 기업들간 경영권 전쟁 역시 반(反)ESG 행태가 묻어난다.

SM 설립자이자 최대주주인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와 SM 경영진간의 갈등은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 그룹과 국내 최대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 카카오까지 가세 하면서 재벌기업들과 유사한 전근대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SM 경영권 전쟁은 이 기업에 재무적으로 투자한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 파트너스가 설립자이자 대표였고 현재는 최대주주인 이수만씨의 행태를 문제 삼으면서 시작됐다. 이씨가 개인소유의 비상장 기업과의 수상한 거래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유출함으로써 불공정하게 주주이익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전 총괄이 대표이사 직을 물러나고 최대주주로만 남아 있는 형태로 수습되는 듯했으나, 최근 현 경영진과 이 전 총괄의 불화설이 돌더니 카카오 대상 신주배정 및 전환사채 발행으로 사건은 경영권 분쟁 소송으로 재점화했다. 

이 전 총괄은 카카오의 신주 참여로 경영권 지분이 위협을 받는데 대한 대응으로 BTS가 소속된 경쟁사 하이브( 대표 방시혁)와 손을 잡았다.  경영권 지분을 하이브에 매각하는 계약을 한 것이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하이브 사옥. (사진=뉴스1)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하이브 사옥. (사진=뉴스1)

하지만 이 계약에는 중요한 하자와 함정이 있다.  

첫째 완성 가능성이 매우 낮은 계약이라는 점이다. SM은 카카오를 대상으로 전체 지분의 9.1%에 해당하는 신주 및 전환사채를 다음달 6일 발행할 예정인데, 이 전 총괄은 이에 대해 발행 금지 가처분소송을 냈다. 계약이 이 가처분 소송의 불확실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계약은 사실상 무효다. 시장 불확실성을 확대하는 행위는 선의의 일반투자자들에겐 '위험' 자체로 봐야 한다. 급등의 수혜자 보다는 피해자 양산이 더 우려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장매수 청구권 행사는 더 실현성이 없어 보인다.

이미 경영권 매매 공시로 주가는 매수청구권 가격보다 상승해 버렸기 때문에 사실상 매수권자에게 매수권 청구를 할 이유가 없어져 버렸다.  따라서 이대로라면  인수자인 하이브는 시장에서 경영권 지분을 위한 추가 매수가 불가능하거나 더 고가로 매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둘째,  첫번째 이유로 인해  불확실성은 크게 확대되어 시장은 요동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전 총괄이 이기는 경우와 지는 경우에 이 사건은 크게 달라진다.  이 전총괄이 질 경우엔 카카오와 현 경영진이 경영권을 완전히 가져올 가능성이 커지지만, 그 사이 이미 폭등한 주가는 탄력을 잃을 수 밖에 없다. 시장에서는 카카오와 하이브 어느 쪽이 인수하는 게 SM에 득이 될지 아무도 모르는 가운데 카카오 인수로 결정될 경우 즉 물타기 증자 효과로 주가는 떨어진다. 하이브 인수 기대로 상승한 주가가 폭락함으로써 많은 투자자들의 손실이 불가피하다. 반면에 하이브는 손해 볼 일이 없다.  물론 이 전 대표도 손해 볼 가능성은 없다.  어차피 소송전이나 하이브 계약과 무관하게 이 전 총괄의 지분 가치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 전 총괄이 승소하면, 하이브는 안전하게 경영권 매매를 성공시킬 수 있어 보이나 이 또한 시장 반응에 따라 불확실성은 존재한다.

결국 시장은 위험과 변수를 크게 키운 상태라 일반 투자자들은 극심한 위험에 빠져 있게 된다. 이 전 총괄과 하이브는 이번 계약을 통해 '밑져야 본전'인 셈이지만, 일반 투자자들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셋째, 과연 국내 초대형 신흥 부자 기업들이 참여한 이런 고래 싸움이 사회적 책임이나 지배구조 측면에서 어떤 메시지를 주는가의 문제이다. 이들의 이런 전쟁은 바로 무한 탐욕을 향한 시장지배력의 확대이며, 그 결과는 기업의 다수 참여자가 아닌 소수 지배자들의 이익으로 돌아간다는 점이다.

기업들에게 공익적 가치만 강조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제적인 명성에 걸 맞는 대접을 받으려면, 국제적인 사회적 규범과 상식은 좀 갖춰야 하지 않을까?' 하는 질문은 당연하다.

SM, 하이브 ,카카오 이름만 들어도 부러워 하고 존경받아야 할 이 기업군들이 참여한 탐욕스러워 보이는 '전(錢)의 전쟁'을 경제 위기에 찌든 국민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전 세계인들이 이 내용을 자세히 알면 과연 K-POP 스타들과 이들을 키운 주역들의 이런 행태를 과연 어떻게 바라볼까?  되짚어 생각해 볼 일이다.

이인형은 가치공학(Value Engineering)분야 국제공인 CVS자격증을 보유한 프로젝트 컨설턴트다. 서울대 농학과를 거쳐 연세대 대학원 경제학과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한국신용정보에서 기업 평가·금융VAN업무를 맡았고, 서울대 농생대에서 창업보육 업무를 했다. 지금은 소비자 환경활동 보상 플랫폼을 구축 중이며, 개인신용정보 분산화 플랫폼도 준비중이다. 금융‧산업‧환경‧농업 등이 관심사다. 기후위기 대응 세계적 NGO인 푸른아시아 전문위원이면서, ESG코리아 경기네트워크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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