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공소시효내) 2단계 주가조작 김건희 계좌 이용"

김건희 여사 조사 없이 무죄 전주와 단순 비교 어렵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불기 2567년 대한민국 불교도 신년대법회에서 떡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사진=뉴스1)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불기 2567년 대한민국 불교도 신년대법회에서 떡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사진=뉴스1)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를 받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에 대한 '집행유예' 판결이 나오자 대통령실은 곧바로 입장문을 통해 "김건희 주가조작 연루 의혹 주장이 허위로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의 근거는 두 가지다.

첫번째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련 2010년 10월 이전에 벌어진 범죄는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공소시효가 남았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주가조작에 돈을 댄 혐의로 함께 기소된 '전주(錢主)'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기 때문에 김건희 여사는 투자자일 뿐 '죄가 안된다'는 논리다.

그러나 대통령실의 해명에는 사실관계가 일부 빠져있거나 왜곡돼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에서 법원은 2010년 10월 이전 주가조작은 공소시효(10년)가 만료됐다고 봤다. 이 부분은 대통령실 주장이 맞지만 김건희 여사는 2010년 10월 이후 2단계 주가조작 과정에서도 거래 내역이 남아있고, 계좌도 주가조작에 이용됐다.

심지어 공판과정에서 주가조작 공범들과의 연락하에 '통정매매' 정황이 드러났고, 이 시기 또한 공소시효가 만료되지 않은 2010년 10월 21일 이후 2단계 주가조작범죄가 진행되던 시기다. 또 공범 혐의로 기소된 전주가 무죄가 된 것도 맞지만, 김건희 여사와 상황을 단순 비교하기도 어렵다.

① "공소시효 남아있다는 민주당 주장은 사실 아니다" - 거짓

지난 10일 법원이 권 전 회장에게 유죄를 선고한 이후 민주당은 "2010년 10월 이후 김 여사가 2차 주가조작 내 주가조작 세력들과 거래를 한 내역이 있다"며 공소시효가 남아있다고 했다.

이같은 민주당의 입장에 대해 대통령실은 "대통령 배우자가 맡긴 계좌로 일임 매매를 했던 A(주가조작 선수 이모)씨에 대해 '공소시효가 이미 도과됐다'며 면소판결을 했다"며 "공소시효가 남아있다는 민주당의 주장은 사실이 아님이 명백히 드러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이 '면소판결'이 됐다고 말한 시기는 2010년 10월 20일까지 A씨와 관련된 주가조작 범죄다. 법원은 주가조작 범죄를 두 단계로 나눴는데, 제1단계(2009.12~2010.10)와 제2단계(2010.10~) 이후의 범죄는 선수의 변경으로 인해 이용할 계좌와 자금의 모집 방법, 이용된 계좌주, 범행의 구체적 방식 등이 달라졌다고 판단했다. 1단계 범죄와 2단계 범죄가 연속성이 있는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공소시효는 마지막 범죄가 끝난 시점부터 판단하는데, 검찰이 2021년 12월 관련자들을 기소했기 때문에 공소시효 만료(10년)로 1단계 범죄는 죄를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2단계 이후의 범죄는 2012년 12월 끝났기 때문에 공소시효가 남아있다.

권 전 회장의 판결문에도 김 여사가 여러차례 거론된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1단계에 이어 제2단계에서도 연속적으로 위탁된 계좌는 김건희, 최은순 명의 계좌 정도이다"고 밝혔다. 주가조작 선수의 변경과 관계없이 1·2차 작전 시기 시세조종에 김 여사의 계좌가 모두 쓰였다는 얘기다.

또 법원은 (공소시효가 남아있는) 2단계 작전 시기에 김 여사의 계좌가 다수 쓰였다고도 밝혔는데, 법원은 "(김 여사 계좌는) 권 전 회장 등 피고인들이 의사에 따라 시세조종에 이용한 계좌로 인정된다"고도 했다. 김 여사 계좌가 이용된 거래 중 다수는 통정·가장매매로 분류됐다.

앞서 재판 과정에서도 1단계 주가조작이 끝난 뒤인 2010년 10월 21일 이후 김건희 여사의 거래 관련 내용들이 공개된 바 있다. 

2010년 11월 1일 주가조작 선수의 '8만주 매도' 요청 뒤 김 여사가 직접 증권사 직원에게 전화해 8만주를 매도했다는 통화 녹취록도 제시됐고, 2011년 1월 13일 주가조작 공범 사무실 압수수색에서는 '김건희 파일' 등도 나왔다.

특히 '김건희 파일'에는 김 여사 명의 증권계좌의 인출액, 잔액 등도 자세히 기록돼 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2010년 1월 (첫 번째 선수) A씨에게 계좌를 맡겼지만, 2010년 5월 이후 관계를 끊었고 주식도 거래하지 않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의 후보 시절 해명이나 대통령실의 주장은 면소 판단 범위(1단계)에 속하는 계좌 1개를 통한 거래에 국한될 뿐이다.

나머지 4개 계좌에서 일어난 거래에 대해선 아직까지 해명도 없었고,  이번 선고 과정에서 면소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김건희 특검을 촉구하는 농성을 할 당시,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그 옆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김건희 특검을 촉구하는 농성을 할 당시,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그 옆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스1)

② "대통령 배우자가 전주로 주가조작 관여했다는 민주당 주장 깨졌다"- 거짓

대통령실은 "큰 규모로 거래한 B씨에 대해서도 주가조작을 알았는지 여부를 떠나 큰손 투자자일 뿐 공범이 아니라며 무죄를 선고했다"며 "대통령 배우자가 전주로서 주가 조작에 관여했다는 민주당 주장은 깨졌다"고 주장했다.

앞서 법원은 "B(전주)씨는 큰 자금을 동원했지만 그 중 일부 매수주문이 고가매수가 되거나 우연히 통정매매로 분류됐을 뿐, B씨가 다른 주가조작 공범들과 연락하에 매매를 했다는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B씨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범들과 문자, 전화 등을 하며 의사 교환하에 주가조작에 참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를 근거로 B씨가 무죄이기 때문에 투자자인 김 여사도 '죄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김 여사의 경우 B씨와 달리 '연락하에 통정매매를 한 정황'이 공판 과정에서 드러난 바 있다. 지난해 12월 2월 공판에선 김 여사의 증권계좌를 관리해온 주가조작 공범이 다른 공범에게 보낸 '12시에 3,300원에 8만주 때려달라' '매도하라 하셈' 이라는 문자메시지가 공개됐다. 그리고 7초 뒤 김 여사가 증권사 직원에게 연락해 매도가 이뤄진 사실이 검사를 통해 공개됐다.

2011년 제7기 서울대 인문대학 최고지도자 인문학과정(AFP) 원우 수첩에서 김 여사는 자신을 '현직 도이치모터스 제품 및 디자인전략팀 이사'라고 기재했다. AFP 과정은 2010년 8월~2011년 1월 진행됐다. 해당 시기는 김 여사가 2단계 주가조작 선수인 김씨에게 본인 명의 증권계좌를 맡긴 시기다.

또 지난해 10월 28일 공판에선 윤 대통령의 장모 최모씨와 신한증권 직원의 대화 녹취록이 공개되기도 했는데, 이 통화는 2011년 6월 10일에 이뤄졌다. 이 통화에서 최씨는 '도이치모터스 사장님과 아침에 통화했다'라고 언급했다.

검사는 증인으로 출석한 권 전 회장에게 "증인은 최씨(윤 대통령의 장모)나 김건희씨에게 회사 사정들을 자주 얘기해줬고, 그 사정들이 녹취록에 남아있는게 많이 있다"고 공개한 바도 있다.

2010년 11월 3일 최씨 계좌에서(13시 14분 25초) 호가상으로 6단계나 비싸게 나온 매도 물량을 32초 뒤 정확히 같은 가격에 매수 주문을 내놓은 김건희 여사 계좌(13시 14분 57초)가 매입했다. 검찰은 이 모녀지간의 거래를 '통정 매매'로 봤다. 시기적으로 공소시효가 남아있는 2단계 주가조작과 관련된 부분이다.

이런 정황들로 미뤄본다면 김 여사는 미공개정보를 이용해서 거래를 한 '내부자'로 볼 수도 있다. 검찰은 김 여사에 대한 소환 조사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대통령실은 주가조작 공범들과 연락을 주고 받으면서 주식거래를 한 사실이 없어 무죄가 난 B씨와 김 여사를 단순 비교하며 선제적으로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차단했다.

민주당에서 '셀프 면죄부'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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