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오수 전 회장과 주가조작 공범들에 대해 대부분 유죄가 선고됐다.

2009년 12월 부터 2012년 12월까지 주가조작 혐의 중에 2010년 9월 20일 1단계 주가조작은 공소시효가 지났으나, 그 이후 부터 주가조작 종료시점인 2012년 12월 7일까지 범죄에 대해선 공소시효가 남았다.

따라서 김건희 여사의 경우 2단계 주가조작 시점인 2010년 10월 21일 이후 주가조작 연루 여부가 향후 쟁점과 논란이 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10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권 전 회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원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주가조작 공범들은 대부분 유죄(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공범 가운데 2010년 9월까지 1단계 주가조작에서 소위 선수(주포)역할을 했던 이모씨는 도이치모터스주가조작과 관련해선 공소시효가 지나 면소됐으나, 본인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횡령·배임을 저질러 약 57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로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또 돈을 댄 전주로 분류된 손모씨는 "작전 사실을 인지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다른 공범들과 공모하에 매매를 했다는 증명이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씨는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김 여사가) 2010년 5월 이전에 주식계좌를 일임했으나 손실만 보고 그 이후에는 관계를 끊었다"고 해명할 때 등장했던 인물이다. 

재판부는 집행유예 이유에 대해 "피고인들의 행위는 시세조종의 동기와 목적이 있었지만, 시세 차익 추구라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해 성공하지 못한 시세조종으로 평가되고, 시장질서에 중대한 교란이 발생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들이 시세조종을 통해 107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얻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는 부당이득의 구체적 액수를 평가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3년이란 시간 동안 정상적인 이유로 주가가 오르거나 다른 사람이 주가를 띄운 일도 섞여있어 이 기간 주가 상승을 전부 주가조작에 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2010년 10월 이후 주가조작 포괄일죄 인정한 법원

재판부는 검찰이 구성한 주가조작 단계별 범죄를 연속된 하나의 범죄가 아니라, 1단계와 2단계 이후가 구별되는 별도의 범죄로 판단했다. 주가조작의 선수(주포)가 바뀌면서 구체적인 범행의 수단이나 시간적 간격도 달라져 하나의 사건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2단계 이후는 주가조작 선수 김모씨 등이 컨트롤타워로 기능하고 있어 연속되는 범죄(포괄일죄)라고 봤다.

재판부는 선수 이씨가 주도했던 1단계(2009.12~2010.10.20)를 뺀 나머지 2010년 10월 21일부터 2012년 12월 7일까지 이뤄진 제2단계~5단계 시세조종에 대한 공소시효는 지나지 않았다고 봤다. 권 전 회장 등 주가조작 공범들은 2021년 12월 3일 기소됐는데, 마지막 범죄일(2012년 12월 7일)로부터 10년이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공소시효 내에 있다고 밝혔다.

재판 과정에서 권 전 회장 2단계~5단계의 주가조작도 하나의 범죄(포괄일죄)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판결로 2010년 10월 21일 이후부터의 범죄가 포괄일죄로 묶이면서, 이 기간 주식 매매 정황이 드러난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에 대한 주가조작 연루 여부 수사 문제가 향후 논란이 될 가능성이 높다.  

2010년 10월 이후 통정매매 정황 공개된 김건희 여사는?

전주인 손모씨가 무죄를 선고받았다고 해서, 전주 역할을 한 김건희 여사에게 똑같은 논리가 적용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손씨에 대한 무죄 사유는 "다른 주가조작 공범들과 의사연락 하에 매매를 하였다는 증명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손씨가 이른바 주가조작 작전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이와 관련된 연락 등이 증거로 증명되지 않았다는 취지다. 

그러나 김 여사의 경우 '연락하에 통정매매를 한 정황'이 공판과정에서 드러난 바 있어, 아무런 조사 없이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기엔 무리다. 검찰은 아직까지 김 여사에 대한 소환 조사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2월 공판에선 김 여사의 증권계좌를 관리해온 주가조작 공범이 다른 공범에게 보낸 '12시에 3,300원에 8만주 때려달라' '매도하라 하셈' 이라는 문자메시지가 공개됐다. 검사는 공판에서 문자 수신 7초 만에 김 여사 계좌에서 정확히 3,300원에 8만주 매도가 된 사실과 함께 김 여사가 직접 영업점 직원에게 거래했다는 것도 공개한 바 있다.  

또 윤 대통령의 장모 최씨도 2단계 주가조작 기간에 등장한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검찰의 공소장 범죄일람표에는 최씨의 증권 계좌 2개가 나오는데, 이 두 개의 계좌로 사들인 도이치모터스 주식은 합계 6억 4,000만원 가량이다.

2010년 11월 3일 최씨 계좌에서(13시 14분 25초) 호가상으로 6단계나 비싸게 나온 매도 물량을 32초 뒤 정확히 같은 가격에 매수 주문을 내놓은 김건희 여사 계좌(13시 14분 57초)가 매입했다. 검찰은 이 모녀지간의 거래를 통정 매매로 봤다. 시기적으로 2단계 주가조작과 관련된 부분이다.

또 지난해 10월 28일 공판에서 최씨와 신한증권 직원의 대화 녹취록이 공개되기도 했는데, 이 통화는 2011년 6월 10일에 이뤄졌다. 이 통화에서 최씨는 '도이치모터스 사장님과 아침에 통화했다'라고 언급했다.

검사는 증인으로 출석한 권 전 회장에게 "증인은 최씨나 김건희씨에게 회사 사정들을 자주 얘기해주고, 그 사정들이 녹취록에 남아있는게 많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