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 전망]

윤 대통령과 조국, 악연의 순환고리

(고경일/ 풍자만화가)
(고경일/ 풍자만화가)

1. 조국 전 장관 감찰 중단 지시와 윤 대통령의 한동훈 감찰 방해 ‘닮은 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1심 법원에서 12개혐의 가운데 5개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유죄 혐의 가운데는 조 전 장관이 2017년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특감반의 감찰 중단을 지시한 부분인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이하 직권남용) 혐의도 포함됐다. 조 전 장관은 1심 판결 뒤 “직권남용 혐의 유죄 인정에 대해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자녀 입시비리 및 사모펀드 관련 비리 혐의 인정 여부 판단에 비해 주목도가 떨어졌지만, 조 전 장관에게 적용된 직권남용 혐의는 상당한 시사점을 갖고 있다.

법원이 인정한 조 전 장관의 감찰 중단 지시 행태와 윤석열 검찰총장의 한동훈 검사장(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감찰 중단 지시 및 수사 방해 행태가 판박이 처럼 빼닮았고 적용 법리 구조도 흡사하기 때문이다.

법원의 조 전 장관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 인정은, 윤 대통령의 과거 검찰총장 시절 재판부 분석 문건 작성과 감찰‧수사 방해 또한 직권남용죄에 해당할 수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하는 것이다. 검찰총장 시절 윤 대통령과 당시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조 전 장관에게 채웠던 ‘직권남용’족쇄가 부메랑이 돼 윤 대통령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직권남용은 공무원이 일반적 권한에 속하는 사항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권한을 위법‧부당하게 행사하여 다른 사람에게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시키거나 다른 사람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방해한 경우에 해당한다. (형법 123조)

직권남용이 성립되려면 몇 가지 요건이 있다. 첫 번째 공무원이고, 직권(직무상 권한이나 의무)에 해당하는 일이어야 한다. 직무상 권한에 해당하지 않는 일을 불법적으로 처리한 경우엔 ‘지위를 이용한 불법 행위’일 뿐 직권남용은 아니다. 

두 번째는 직무수행에 상당하거나 필요한 일이 아닌 위법·부당한 행위여야 한다. 직무 수행에 필요한(필요성 또는 상당성) 행위였는지, 남용이었는지 여부 판단은 대체로 본인 또는 제3자의 이익 추구나 청탁의 실현 등 부정한 동기가 개입돼 있는지에 따라 좌우된다. 

세 번째는 인과관계로 다른 사람에게 법률적 의무가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가 방해되는 결과가 발생해야 한다. 

조 전 장관 판결에 나타난 이 같은 직권남용 성립 요건들이 윤 대통령의 감찰 중단 및 수사 방해 등 징계 사유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자녀 입시비리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3일 서울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2. 조국 전 장관의 직권남용 

조 전 장관은 2018년 8월 금융위원회 금융정책실장이던 유 전 부시장의 뇌물수수 등 비위 사실을 파악하고도,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중단시킨 뒤 금융위에 '통보와 조치(사표 처리) 요구'로 감찰 사안을 종료(무마)시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 전 장관은 재판에서 “감찰 중단이 아니라, 금융위에 통지와 조치요구 처분을 통해 감찰을 종료시킨 것일 뿐”이라면서 “민정수석의 재량권 범위에서 직무권한을 행사한 것이다“는 주장을 폈다. “감찰 관련 전반적인 권한이 민정수석에게 있고, 특감반은 독자적인 권한 없이 단지 민정수석의 권한을 보조하는 행위를 하기 때문에 특감반원들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게 아니다”는 주장이었다. 

또 조 전 장관은 직권남용 성립 요건인 ‘직무상 필요성이 없는 위법한 행위’라는 점을 부인하기 위해 ‘정무적 판단’을 근거로 내세웠다. “국정운영에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한 ‘정무적 판단’에 따라 금융위에 통보 및 조치 요구 방법으로 사안을 처리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법원은 “감찰 중단의 주된 동기가 정치권의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구명 청탁을 들어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필요성과 상당성이 없는 위법한 직무집행이었다는 뜻이다. ‘정무적 판단’이라는 조 전 장관의 주장에 대해서도 “(유 전 부시장의) 개인 비리일 뿐 정치적 사안이거나 국익 또는 공익과 충돌이 발생한 사항도 아니었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민정수석에겐 고위공직자의 비위가 발견될 경우 감찰을 통해 그 진상을 파악한 뒤 대통령에게 보고하거나 수사를 의뢰하는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직무상 의무가 있다”면서 “조 전 장관의 주장대로라면 실체 없는 ‘정무적 판단’을 내세워 감찰대상자의 비위를 은폐하는 결과를 초래해 민정수석에게 고위공직자 사정업무 권한을 부여한 취지에 반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감찰 중단 당시) 확인된 유 전 부시장의 비위 행위 만으로도 형사고발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어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거나 이첩하는 것이 합당한 처리 절차였다”고 덧붙였다. 

“감찰반이 독자적 권한이 없어 방해 받을 권리가 없다”는 조 전 장관측 주장에 대해선 “독립하여 행사되는 권리일 필요까지는 없고 법률상 인정되는 권리이면 충분하다”면서 “감찰 중단 결정으로 감찰반 관계자들의 사실관계 확인 및 후속조치에 관한 권한 행사가 방해된 것은 명백하다”고 결론냈다.

조 전 장관은 당시 금융위에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 자료 전달을 지시하지 않았다. 법원은 이에 대해서도 “감찰 자료가 금융위에 전달될 경우 형사고발 조치가 불가피해진다는 점을 조 전 장관이 알고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청와대 감찰반이 감찰에 따른 관계기관 인사조치 요구 통보를 하면서 감찰 자료를 보내지 않은 것은 ‘유재수 감찰’  사건이 유일했다. 

금융위에 감찰 자료가 전달되지 않은 탓에 유 전 부시장은 금융위에서 사직한 이후 오히려 국회 수석전문위원과 부산시 경제부시장으로 영전을 거듭할 수 있었다.

당시 특감반원이었던 김태우 전 검찰수사관이 감찰 중단을 폭로한 이후 유 전 부시장은 결국 뇌물 수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3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가 확정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창업원에서 열린 '과학기술·디지털 혁신기업인과의 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창업원에서 열린 '과학기술·디지털 혁신기업인과의 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대통령실)

3. 한동훈 장관 감찰 중단시킨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권남용’ 소지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의 ‘정직 2개월’ 징계 처분 취소 소송에서 패소했는데, 이 판결문에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당시 한동훈 장관(당시 검사장)에 대한 감찰 중단과 수사 방해 행위가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음을 내비치고 있다.

2020년 3월 31일 MBC의 ‘검언유착’ 보도로 불거진 소위 채널A사건 당시 대검 감찰부가 한 장관에 대한 감찰 착수를 보고하자, 검찰총장인 윤 대통령은 감찰을 중단시키고 사건을 대검 인권부에서 조사하도록 지시했다. 조 전 장관이 특감반의 감찰 중단을 지시하고, 금융위에 ‘통보 및 조치요구’를 한 것과 판박이처럼 빼닮은 구조다. 

윤 대통령 측은 "감찰 중단 시점에서 감찰 개시를 위한 진상 확인 조사도 진행되지 않았으므로 방해할 감찰이 없었고, 실제로 감찰 방해의 결과가 초래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직권남용 소지를 없애기 위해 방해받을 만한 감찰본부장의 권한 행사가 없었고, 방해 결과도 없었다는 취지로 징계 혐의를 부인한 것이다. 조 전 장관이 특감반에 방해할 권한이 없었다고 주장한 것과 판박이다.

또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거치지 않고 직접 대검 감찰부에 '한동훈 감찰'을 지시한 것이므로 대검 감찰부의 감찰 개시 보고가 부당하다는 주장도 폈다. 

하지만 행정법원 1심 재판부는 “(감찰개시 보고) 당시 감찰 대상자가 한동훈으로 특정되어 있었다”면서 “감찰본부 규정은 감찰개시 사실과, 그 결과 만을 검찰총장에게 보고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검찰총장의 승인을 받을 필요 없이 감찰 개시 보고만으로 적법하게 감찰이 착수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방해의 대상이 되는 감찰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윤 대통령 측 주장을 배척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당시 적법하게 개시된 감찰 중단을 지시하고, 수사권 없는 대검 인권부에 감찰 대상 사건을 조사하도록 한 것은 규정을 위반한 부당한 조치였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었다.

검찰총장의 승인 없이 이뤄진 감찰 개시 보고가 ‘복종의무 위반’이라는 주장 역시  “감찰본부장은 규정에 의해 독립적으로 감찰을 개시할 수 있기 때문에 한동수 감찰본부장의 감찰 개시 보고가 부당한 조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윤석열 검찰총장은) 한동훈 또는 한동훈과 관련된 사안의 감찰에 불개입 또는 개입 자제의 직무상 의무를 부담하고 있는데도, 직무권한을 행사하여 한동수 감찰본부장에게 부당한 지시로 감찰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게 했다”고 결론냈다. 검찰총장은 학연 지연 직연 등 지속적인 친분관계에 있는 사람이 수사 또는 감찰의 대상이 됐을 때는 불개입하거나 개입을 최대한 자제해야하는 직무상 의무가 있기 때문에 직연으로 얽힌 한 장관에 대한 감찰과 수사에 윤 대통령이 개입해선 안됐다는 것이다.

직권남용 혐의의 유무죄를 가르는 재판은 아니었지만, 행정법원의 1심 판결에 근거해서 보면 윤 대통령의 행위는 직무권한의 범주에 있는 사안을 처리하면서 부당한 지시로 감찰본부장의 감찰권 행사를 방해했다는 점에서 직권남용죄 성립 요소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8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대정부질문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스1)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8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대정부질문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스1)

4. 윤 대통령, 한동훈 수사 방해 및 재판부 동향 문건 배포도 직권남용 소지  

윤 대통령은 ‘한동훈 감찰 중단’뿐만 아니라, 채널A사건 수사 당시인 2020년 6월 한 장관의 휴대폰이 압수됐다는 보고를 받은 뒤 사건에 개입하여 전문수사자문단을 소집한 일이 있다. 

행정법원은 이에 대해서도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은 한동훈에 대한 수사를 한동훈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일찍 종결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고 의심을 살 수 있는 매우 부당한 조치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한 장관에 대한 수사 초기 대검 부장회의에 수사지휘권을 위임해놓고,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지시하고 절차 진행을 강행한 자체가 수사지휘권 위임 취지에 반하는 부당한 지시였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검찰총장으로서 지속적인 친분 관계에 있는 한 장관에 대한 수사나 감찰 절차 개입을 최대한 자제해 검찰 사무의 공정성을 보장할 직무상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행정법원 판결대로라면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라는 직무권한을 행사하면서 친분있는 한 장관을 감싸기 위한 동기로 당시 대검 형사부장에게 요건을 갖추지 못한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이라는 부당한 지시를 한 것이 된다. 이 또한 직권남용 혐의 성립 요건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인 2020년 2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은 당시 공판이 진행 중인 주요사건 재판부에 대해 동향 분석 문건을 만들어 대검 반부패‧강력부 및 공공수사부에 전달했다. 

이에 대해 행정법원은 “이미 공개된 개인 정보를 수집, 작성했더라도 위법성을 부정할 수 없다”면서 “윤 대통령이 위법하게 수집된 개인정보들을 삭제하지 않고 반부패‧강력부 및 공공수사부에 전달하도록 지시한 것은 법령준수 의무 위반이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검찰 사무를 총괄하고 검찰청 공무원을 지휘‧감독하는 검찰총장으로서의 직무권한을 행사하여, 직무관련 공무원인 수사정보정책관 등에게 직무 범위를 벗어난 부당한 지시를 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직권을 부당하게 행사해 수사정보정책관에게 의무없는 일을 시켰다는 점에서 이 또한 직권남용 소지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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