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완주)는 승패 영향 없다’는 필자 예측 확인
국힘·민주, 50%씩 양분한 양 오만한 정치행태
저질 정치세력 지배 막으려면 '죽을 각오'로 싸워야
2022년이 다 가기 전에 정리해야 할 게 있다. 올해 3월 9일 치른 대선이다. 한국 정치권은 대선 결과 분석과 과정 복기에 게으르거나 부정직하다. 진 쪽은 남 탓을 하기 바쁘고 이긴 쪽은 자신이 잘해서라고 도취된다. 그들의 수준과 실력은 이미 대선 기간에 소수 정당을 겁박하는 것에서 극명히 드러난다. “윤석열이 지면 안철수 정치인생은 끝장!”, “이재명이 낙선하면 심상정은 무사하지 못할 줄 알라!”.
안철수가 사퇴해봤자 윤석열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재명도 심상정 때문에 진 것이 아니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직전에 발표된 여론조사, 그리고 대선 결과를 놓고 보면 분명히 보인다. 머니투데이 의뢰로 한국갤럽이 지난 3월 1일과 2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5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를 보자(무선 89.4%, 유선 10.6% 전화면접조사. 응답률 22.4%에,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
이는 여론조사 공표금지 직전이자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후보가 사퇴하던 3월 3일에 발표되었다. 그뒤로 국민들은 안철수 사퇴 이후 구도가 어떻게 재편성되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 조사는 윤석열-이재명-심상정 3자 구도를 가늠할 수있는 마지막 조사로서 가치가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40.6%,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39.2%로 오차범위내 초접전이었고, 국민의당 안철수 9.0%, 정의당 심상정 2.1%였다. 그리고 안철수 후보가 사퇴한 경우를 가정한 3자구도에서는, 윤석열 42.5%, 이재명 42.2%로 역시나 오차범위내 접전이며, 4자구도에서 1.4%포인트이던 단순 격차는 0.3%포인트로 오히려 더 줄어들었다. 심상정 후보는3자구도에서 7.3%가 나와 4자구도에서의 지지율의 3.48배나 나왔다.
위의 두 그래프와 대선 결과를 견주어보면, ‘안철수는 윤석열 표를 깨먹고, 심상정은 이재명 표를 깨먹는다’고 철석같이 믿어온 이들의 꼴이 우습게 된다. 안철수가 빠져도 윤석열은 이재명과의 차이를 벌리지 못한다. 최종 선거 결과로도 윤석열은 겨우 이겼다. 나는 누누이 말해왔다. 안철수가 완주하면 이재명에게 유리할 게 없고, 사퇴해도 윤석열에게 유리할 것이 없다고. (참조: '안철수 약진, 이재명과 윤석열 누구에게 유리할까?' 2022.1.17. / '안철수 완주’ 이재명에게 더 불리할 가능성…왜?' 2022.2.22.).
안철수 지지자의 적잖은 수가 일단 심상정에게로 향한 여론조사도 확인되었다. ‘거대정당 거부’라는 코드를 두 후보가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심상정은 최종적으로 2.3%의 지지에 그쳤다. 선거 마지막 5일동안 지지세 다수가 빠져나갔다. 그런데도, 이재명은 이기지 못한 것이다.
왜 안철수의 마지막 지지층은 윤석열과 이재명에게 비슷하게 흩어졌을까? 왜 심상정의 지지층이 막판에 쪼그라들었는데도 이재명은 표차를 좁히지 못했을까? 한국 대선은 결선 투표가 없고 한 번만에 1위를 당선시키므로 ‘사표 방지 심리’를 자극한다. ‘심상정(안철수)을 1순위로 선호하지만 윤석열(이재명) 당선을 막아야 하니까 이재명(윤석열)을 찍기로 결심했다’는 사람은 이미 심상정과 안철수에서 빠져나간 상태였다. 그걸로도 모자라 거대 정당들은 게걸스럽게 소수파를 압박한 것이다.
그렇다면 남아 있던 표심의 성격은? 그 심상정(안철수) 후보가 사퇴한다 해도 가볍게 이재명(윤석열)을 찍을 사람들이 아닌 것이다. 끝내 지지를 포기한다고 해도 심상정 지지자가 ‘민주당 심판’을 위해 윤석열을 찍을 수도 있고 안철수 지지자가 ‘무식하고 보수적인 윤석열’을 막으려 이재명을 찍을 수도 있다. 기권을 할 수도 있다. 실제 무효표는 30만표나 발생했는데, 그중 다수가 안철수쪽에 기표되어 있었다. 심상정 최종 지지자의 경우 출구 조사 결과에서 중도 성향이 진보 성향보다 더 많이 나왔다. 심상정이 사퇴했으면 상당수가 기권했을 것이다.
가감산을 아무리 해봐도, 2022년 대선의 승패와 거대 양당 후보의 득표율 격차에 대해 심상정과 안철수의 완주/사퇴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았다. 심상정과 안철수 둘 다 완주 또는 사퇴했더라도 마찬가지다. 이재명에게 0.73%나 따라잡힌 것은 오롯이 윤석열과 국민의힘의 실력 부족에 있고, 윤석열에게 진 것은 오롯이 이재명과 민주당의 책임이다.
대선에서 국민의힘은 이겼지만 그리 자랑스럽지 못하게 이겼다. 정권교체론의 대세가 적잖이 유실되었다. 민주당은 근소하게 졌지만 수치스럽게 졌다. 박근혜 파면으로 얻은 반사 이득을 상당히 털어냈다. 대선 끝나기 전 소수파를 겁박하고, 대선이 끝나고도 반성이 없는 그들은 자신들이 50대50으로 한국 정치를 지배하는 줄 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보수 패널인 시사평론가 장성철 씨조차 가짜 취급하며 배척하는 것이나, 민주당 강성 지지층이 떼로 몰려다니며 자신들 서사에 안 맞으면 ‘친윤’이라고 악플을 다는 꼴이나 다를 바 없다.
올해 대선에서 정의당과 국민의당은 왜 무참히 짓밟혔는가. 진작부터 각각 민주당과 국민의힘에게 숙이고 쩔쩔 맸기 때문이다. 죽을 각오로 싸우지 않으면 저질 정치세력의 지배는 끝나지 않는다.
김수민은 풀뿌리운동과 정당활동을 하다 현재는 지상파와 종편, 언론사 유튜브 방송 등에서 정치평론가로 활약 중이다. 팟캐스트 <김수민의 뉴스밑장> 진행도 맡고 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경북 구미시의회 시의원을 지냈다. 시의원 시절엔 친박 세력과 싸웠고, 조국 사태 국면에서는 문재인 정권 핵심 지지층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저서로는 <다당제와 선거제도>(eBook)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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