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권 ‘부정 평가’, ‘적대’와 ‘퇴진’으로 번져
尹 평가 '매우 부정', 文 지지도 저점이었을 때 능가
이재명 '사법 리스크' 윤석열 쪽 반사이익 될 수 없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조사에서 당분간 긍정/부정 평가 비중은 큰 의미가 없을 것 같다. 이태원 참사와 해외 순방을 거치고도 별다른 변동이 없다.
주의깊게 볼 만한 것은 긍정/부정 평가의 강도다. '매우 잘함/잘하는 편/못하는 편/매우 잘못함' 4점 척도로 묻는 리얼미터의 조사가 참고할 만하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서 11월 4주차 조사가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에, 11월 3주차 조사 결과를 보자.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의 의뢰를 받아 11월 14일부터 18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2,516명에게 물었다(무선 97%, 유선 3% 자동응답 전화조사였고, 응답률은 3.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포인트)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33.4%, 부정 평가는 63.8%였다. '매우 잘함'은 20.5%, '잘하는 편'은 13.0%였고, '잘못하는 편'은 7.1%, '매우 잘못함'은 56.7%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어땠을까. 문재인과 윤석열의 비교는 윤석열이 문재인처럼 정권 연장에 실패한 대통령이 될지 여부를 가늠하는 유력 잣대 가운데 하나가 된다.
임기 후반 저점을 쳤을 때가 윤 대통령의 최근 지지율과 비슷하다. 2021년 서울·부산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한 직후인 그해 4월 2주차 조사 결과를 보자. 긍정 대 부정은 34.7% 대 61.%였다.(이 조사는 2021년 4월 12일부터 16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2,517명을 대상으로 무선 90%, 유선 10% 자동응답 전화조사였고, 응답률은 5.9%, 표본오차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포인트)
'매우 잘함'은 17.2%, '잘하는 편'은 17.5%였고, '잘못하는 편' 16.6%, '매우 잘못함 44.9'%였다.
2021년 4월의 문재인은 2022년 11월의 윤석열보다 ‘매우 잘함’에서 조금 쳐진다. 하지만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 대승 이후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향 조정되었을 때에도 대체로 ‘매우 잘함’이 20~25% 수준은 됐다. 주목할 부부은 ‘매우 잘못함’의 비중이다. 2021년 4월 문재인은 44.9%인데 2022년 11월 윤석열은 56.7%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후반에는 역대급 대통령 지지율을 보여줬지만 정권 연장에 실패했다. 지지층을 사수한 것 이상으로 강력한 반대층을 만들어낸 탓이다. 그나마 ‘잘하는 편’이라고 평가한 사람 대다수와 ‘못하는 편’이라고 평가한 사람 일부가 엮여서 대선에서 민주당이 석패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부정평가층 자체도 넓지만, 그중에서 ‘매우 잘못함’이 압도적이다. 단순하게 견주자면, 다음 대선에서 국민의힘은 2022년 대선에서 민주당이 패배한 수준 이상으로 질 공산이 크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을 ‘매우 부정평가한다’는 여론은 얼마 만큼의 강도로 부정평가를 하고 있을까. 마침 윤 대통령 퇴진 주장에 관련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11월 21일부터 2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물었다(100% 무선 자동응답 전화조사, 응답률 2.8%, 표본오차는 표본오차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포인트)
‘정권퇴진을 외치는 장외집회에 현역 국회의원 신분으로 참여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공감한다’가 무려 53.2%로 과반이 나왔다. ‘공감하지 않는다’는 40.1%였다. ‘매우 공감하지 않는다’로 좁히면 29.0%였다. 여러 여론조사로 나타난 결과를 감안하면, 대통령을 매우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시민은 아예 ‘정권 퇴진’으로까지 나아가 있고, 퇴진 집회 참여에 매우 부정적인 쪽에는 주로 대통령 긍정평가층만 남아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당시 경험했듯 대통령이 퇴진할 정도가 되려면 퇴진 찬성이 70%는 넘어야 한다. 아직까지 윤 대통령의 퇴진이 유력한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국민의 과반이 ‘명실상부한 적대층’으로 돌아선 상태라면, 윤석열 정부가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은 행정부가 직권으로 할 수 있는 것밖에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다음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하려면 투표율이 매우 저조한 상태여야 하고, 이겨도 역풍이 세서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대통령선거에서는 크게 패할 수 있다.
임기 초반에 지지율이 급전직하했다가 나중에 ‘회복탄력성’을 보여준 정부로는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가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부정 평가층 사이에서도 ‘인간 자체가 싫다’는 극도의 거부감은 제한적이었다. ‘기득권에 대항하는 개혁파’ 이미지도 자산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친서민 중도실용’을 내걸어 중도 확장을 꾀했다. 여권 차기 주자로 박근혜 의원이나 소장파 인사들도 있었기 때문에 ‘여당에 대한 기대감’은 이어나갈 수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 지경이 된 원인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그에게는 노무현 정권이나 이명박 정권이 지닌 강점을 하나도 찾을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아직 ‘퇴진해야 할 정권’이라는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이제 윤 정권에게는 조언과 고언이 사치인 것 같다. ‘이렇게 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을 하면 ‘저렇게 가고야 마는 것’이 윤 정권의 행보였기 때문이다.
또다시 말하지만 ‘이재명 사법리스크’조차 윤 정권의 원군이 될 수 없다. 윤 대통령 부정평가층과 이 대표 부정평가층 모두에 해당하는 국민들도 있다. 혹시라도 이 대표가 몰락하는 일이 생긴다고 해도, 다수 대중은 ‘나머지 한쪽’을 마저 응징하는 데 집중할 것이다.
김수민은 풀뿌리운동과 정당활동을 하다 현재는 지상파와 종편, 언론사 유튜브 방송 등에서 정치평론가로 활약 중이다. 팟캐스트 <김수민의 뉴스밑장> 진행도 맡고 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경북 구미시의회 시의원을 지냈다. 시의원 시절엔 친박 세력과 싸웠고, 조국 사태 국면에서는 문재인 정권 핵심 지지층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저서로는 <다당제와 선거제도>(eBook)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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