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합격 통보 이틀전 희생 26세 이상은씨 아버지

"너를 보낸 이튿날 가고 싶어했던 회사서 좋은 소식 날라왔는데…"

"25년 4개월 우리 딸이어서 너무 고마웠다. 사랑하고 사랑한다"

이태원 10.29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22일 처음으로 한데 모여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유가족들은 그동안 정부로부터 참사와 관련한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했고, 억울함을 풀어놓을 길도 없었습니다. 뉴스버스는 이태원 10.29 참사를 기록하는 차원에서 유가족이 기자회견을 통해 직접 밝힌 희생자들의 사연과 유가족의 입장을 그대로 전달합니다. / 편집인 주

① [오열속 유가족 기자회견] 진정한 사과·책임규명 요구
② "국가는 어디 있었는지, 무엇을 했는지 이젠 답해달라“
③ "눈물만 흘리는 무능하고 무지한 엄마 되지 않겠다“
④ "10월 29일 밤 10시 15분 이태원에 국가는 없었다“
⑤ "유가족이 무슨 반 정부세력이냐, 모이면 왜 안되나“
⑥ "자리지키려고 숨만 쉬는 식물인간들 응징해달라“
⑦ "정부 사과 받아야 하는데, 떠나지만 억울함 풀어달라“

'이태원 10.29참사' 희생자 유가족 입장 기자회견에서 바라던 회사 취직 통보 이틀 전 희생당한 26세 이상은씨의 아버지가 떠나 보낸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고 있다. (사진=오마이TV 캡처)
'이태원 10.29참사' 희생자 유가족 입장 기자회견에서 바라던 회사 취직 통보 이틀 전 희생당한 26세 이상은씨의 아버지가 떠나 보낸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고 있다. (사진=오마이TV 캡처)

1997년 6월 29일 10시 30분 이 세상에 태어나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에서 10시 30분 26세의 꽃다운 나이로, 피어보지도 못하고 이 세상을 떠난 것으로 추정되는 하나 뿐인 우리 딸 이상은의 아빠입니다.

상은이를 보낸 후 엄마 아빠를 부르며 살려달라고 마지막까지 애원했을 이태원 참사 현장을 찾아가 우리 딸에게 썼던 편지입니다. 태워서 딸에게 부치려고 했는데, 태우지를 못하게 해서 오늘 이렇게 여기서 편지를 부쳐 봅니다.

"상은아 잘 가라...

이 세상에 네가 없다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구나. 이제 별이 된 사랑하는 우리 딸 먼저 보낸 미안함에,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에, 억장이 무너지는 원통함에, 가슴을 치며 통곡해보지만 눈물로 채운 가슴에, 갈수록 그리움과 아련함이 가득하구나.

꽃다운 청춘 펼쳐보지도 못하고, 꽂이 져서 별이 되었네. 너의 방 사진 속에 친구들과 환하게 웃고 있는데, 네 방엔 꽃내음과 향내음만 가득하구나. 보고 싶구나 매일 아침 '밥 먹자'하면 맞벌이 하는 엄마 아빠 걱정할까 봐 투정 한 번 없이 함께 해 준 우리 딸, 부르면 금방이라도 보러 나올 것만 같은데 아무리 불러봐도 대답이 없구나.

대학 졸업과 함께 열심히 준비해서 미국 공인회계사 합격하고 '아빠 나 합격했어' 하고 울먹이던 핸드폰에 녹음된 너의 쌩쌩한 목소리를 들으며 얼마나 통곡했는지 모른다. 너를 보내고 이튿날 너의 휴대폰으로 그렇게 가고 싶어 했던 회사에서 좋은 소식의 문자가 날라왔는데, 너는 갈 수가 없구나.

너무 원통하고 안타까워 또 통곡을 하였구나. 네가 태어나서 아빠 가슴에 처음 안겼을 때 따스함처럼 재가 되어 아직도 식지 않은 따뜻한 너를 가슴에 안고 너를 보내려 내려가는 버스 안에서 살아있을 때 사랑한다고 자주 안아주지 못한 것이 얼마나 후회가 되었는지... 

이제는 '보내줘야 한다'고 한다. 엄마 아빠가 너를 보내줘야만 네가 마음 편히 좋은 곳에 갈 수 있다고 하니, 보내주려고 한다. 딸아 잘 가라. 이모부 꿈에 나타나 엄마 아빠가 다시 태어난 너를 알아보지 못하더라도 네가 '엄마 아빠 알아보고 찾아온다'고 했다고 하니 다시 태어나서 우리 다시 꼭 만나자.

엄마 아빠 너무 걱정하지 말고, 뒤돌아보지 말고 이승에서의 모든 고통 아픔 슬픔 모두 버리고 힘내서 잘 가거라.

엄마 아빠도 힘낼게. 우리 딸이어서 너무 고마웠다.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한다. 25년 4개월을 함께 해 준 사랑하는 딸 상은이를 보내며 엄마 아빠가.

이태원역에서 2022년 11월 7일."

마지막으로 우리 딸 상은이를 대신해 절규를 해봅니다. 국민 한 사람의 인권과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고 전 국방부 장관을 구속하고, 심지어 전 대통령까지 수사하려고 하고 있는 이 정부에 묻습니다.

우리 딸과 같은 26세 나이였던 아들을 먼저 보낸 고 박완서 님의 ‘한 말씀만 하소서’에서 물었듯이 저는 국가에 묻고 싶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국가는 어디 있었는지 국가는 무엇을 하였는지 이제는 국가가 답하여야 합니다. ‘한 말씀만 하소서 제발 한 말씀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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