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참사 대신 '이태원 사고' 용어 사용하라" 지시
한덕수 "謹弔(근조)리본 아닌 '검은리본' 패용"지시
박지원 "사망자라고 하면 희생자 모독, 책임회피 처사"
박홍근 "검은리본 패용까지 지시하는 건 행정력 낭비"
윤석열 정부가 이태원 초대형 참사에 대해 책임회피성 용어 사용을 지시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키우고 있다.
정부가 이태원 참사 다음날인 10월 3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뒤 회의결과와 논의 내용을 전파하는 ‘중대본 회의자료’ 공문에서 ‘참사’는 ‘사고’로, ‘희생자 또는 피해자’는 ‘사망자’ 나 ‘사상자’라는 용어를 사용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각 시도에 전파된 회의자료 내용에 따르면 “사고 명칭을 ‘이태원 사고’로 통일하고, 피해자 등의 용어가 아닌 ‘사망자’, ‘사상자’ 등 객관적 용어 사용”을 지시하고 있다. 이 같은 회의자료는 행안부와 인사혁신처를 거쳐 일선 시도에 전파됐다.
정부는 공문에서 ‘객관적 용어 사용’임을 내세우고 있지만, 사전에 사고 예방을 위한 적절한 대응을 못한 국가와 정부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희생자나 피해자 용어 대신 ‘사망자 또는 사상자’ 용어를 쓰도록 지시한 것 역시 같은 차원에서 우발적 사고의 사망자로 비치게 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행안부를 통해 중대본 회의자료를 전달받은 충북의 한 지자체 담당자는 뉴스버스와 통화에서 “지난달 30일 중대본 회의가 있던 당일 국가애도기간 공직기강 강화와 복무지침 등의 사항과 사고명칭을 통일하는 내용이 비공개 자료로 전달됐다”고 말했다.
이후 정부 정보공개포털에 올라온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공문에선 거의 대부분 ‘이태원 사고’로 용어가 통일됐다.
또 같은날인 10월 30일 국무총리 지시 사항으로 ‘국가애도기간 중 애도를 표하는 글자 없는 ‘검은색 리본 패용’ 도 일선 시도에 전달됐다. 이 같은 지시로 일선에서는 '근조 리본'을 준비했다가 다급하게 검은색 리본을 다시 마련하는 일까지 있었다.
이에 대해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일 국회에서 열린 당 회의에서 “정부는 명백한 ‘참사’를 ‘사고’로 표현해서 사건을 축소하거나, ‘희생자’를 ‘사망자’로 표현해서 책임을 회피하려는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박 원내대표는 또 “‘근조(謹弔)’ 글씨가 없는 검정 리본을 패용하라는 지침까지 내려서 행정력을 소모할 때가 아니다”며 “오직 희생자의 장례 절차와 추모, 유가족의 위로, 부상자의 치료 지원에만 집중해주길 거듭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같은 당 위성곤 의원도 “희생자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일이나 사건으로 말미암아 죽거나 다치거나 피해를 입은 사람이다”라며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156분이 그냥 죽은 사람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역시 페이스북에 “단순한 사고로 정리하고, 사고에 의한 사망자로 처리한다면 희생자에 대한 모독이며 정부 당국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처사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 전 원장은“당장 ‘이태원 참사 희생자’로 바로잡기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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