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사과 대신 경찰청장이 나선 총대 사과
윤희근 사과 3시간 뒤 이상민 행안부 장관 사과
국민 생명·재산 보호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책무
윤희근 경찰청장이 1일 이태원 '핼러윈 인파' 압사 참사와 관련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태원 참사에 대해 윤석열 정부에서 나온 첫 번째 공식 사과다.
윤 청장은 이날 서울 미근동 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 안전에 대한 무한책임을 다시 한번 통감하면서 앞으로 이와 같은 비극적인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치안과 안전을 책임지는 치안 총수로서 윤 청장이 사과는 했지만, 재난이나 그 밖의 사고 등으로부터 국민 보호 책임은 최종적으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나서야 할 자리에 윤 청장이 총대를 멨다는 해석이 나온다.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4조)은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할 책무와 각종 사고 예방 노력 책임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윤 청장은 이어 "이태원 사고가 우리 사회 전반의 안전시스템을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개선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 역시 행안부 장관이나 국무총리, 대통령이 언급해야 할 부분이다.
윤 청장은 기자회견에서 "서울 이태원에서 벌어진 사고에 대해 안타깝고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면서 "이번 사고로 희생되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도 깊은 애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윤 청장의 공식 사과는 윤석열 대통령이나 이상민 행안부장관 등 윗선의 공식적인 사과 전에 나왔다.
오히려 이 장관은 사고 당시 "경찰 배치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고 발언했고, 해당 발언이 논란이 되자 대통령실에서는 이 장관의 발언을 두둔했다.
이 장관은 윤 청장의 사과 3시간 후인 국회 행정안전위에 대한 현안보고 때 "국가는 국민의 안전에 대해 무한책임이 있다"면서 "이번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주무 부처 장관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질타가 쏟아진 뒤에서 '유감 표명'을 했다가, 여론이 악화하고 나서야 사과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이태원 참사는 이날 오후 6시기준 사망 156명, 부상 157명으로, 세월호 이후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초대형 참사다.
유경근 전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전날(10월 31일) 페이스북을 통해 “세월호참사는 구할 수 있었지만 구하지 않은 참사였고 이태원참사는 예방할 수 있었지만 예방하지 않은 참사이다”며 “차이점인 것 같지만, 본질이 같은 참사이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윤희근 경찰청장의 기자회견 전문이다.
경찰청장 윤희근입니다.
먼저, 지난 10월29일 서울 이태원에서 벌어진 사고에 대해 안타깝고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다시 한번 이번 사고로 인해 희생되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도 깊은 애도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부상을 입으신 분들의 빠른 쾌유를 기원합니다.
아울러 이번 사고를 지켜보면서 큰 충격을 받으셨을 국민들께도 관계기관장의 한 사람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이번 사고를 통해 국민안전에 대한 무한책임을 다시 한번 통감하면서 앞으로 이와 같은 비극적인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저희 경찰은 사고가 발생한 직후부터 진상을 명백히 밝히기 위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하기 직전에 현장의 심각성을 알리는 112신고가 다수 있었던 것을 확인했습니다.
신고 내용을 보면 사고 발생 이전부터 많은 군중이 몰려 사고의 워험성을 알리는 급박한 내용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12신고를 처리하는 현장의 대응은 미흡했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관련 내용은 언론을 포함한 국민들께 소상히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의 진상을 명확히 밝히고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모든 부분에 대해 예외 없이 강도높은 감찰과 수사를 신속하고 엄밀하게 진행하겠습니다.
특히 사전에 위험성을 알리는 112신고를 받고 제대로 조치했는지에 대해 사실관계를 철저히 확인하겠습니다.
112신고 처리를 포함해 전반적인 현장 대응의 적정성과 각급 지휘관과 근무자들의 조치가 적절했는지 등도 빠짐없이 조사할 것입니다.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고 경찰에게 맡겨진 책무를 완수하기 위해 제 살을 도려내는 읍참마속의 각오로 임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오늘부터 경찰청에 독립적인 특별기구를 설치해 투명하고 엄정하게 사안의 진상을 밝히겠습니다.
또한 국민안전을 책임지는 관계기관들의 유기적인 대응에 대해서도 부족한 점이 없었는지 원점에서부터 면밀히 살펴보고 구조적인 문제점을 찾아내겠습니다.
나아가 향후 범정부 차원의 재발방지 대책 논의에도 적극 참여해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경찰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이번 이태원 사고가 우리 사회 전반의 안전시스템을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개선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다시 한번 희생되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께도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경찰에서는 살을 도려내는 심정으로.. 감사합니다.
이 기사와 뉴스버스 취재를 자발적 구독료로 후원합니다.
후원금 직접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신한은행 140-013-476780 [예금주: ㈜위더미디어 뉴스버스]
뉴스버스 기사 쉽게 보시려면 회원가입과 즐겨찾기를 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