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비호감 대선 연장전 개막 

지난 대선은 역대 대선 중에서 가장 심한 비호감선거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평가는 대선 직후 실시한 사후 조사에서 확인되었다. 한국갤럽이 투표일 다음날인 3월 10일 실시한 조사에서 윤석열 후보에게 투표한 이유를 물은 결과 ‘정권교체’(39%)가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상대 후보가 싫어서/그보다 나아서’(17%)였다. ‘정권교체’에는 상대후보/당의 집권을 막아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이재명 후보에게 투표한 이유도 ‘상대 후보가 싫어서/그보다 나아서’(26%)가 가장 많았다. 

혐오선거가 된 원인은 양 정당에게도 일부 있겠지만 두 후보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두 후보 모두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했다. 그래도 한 사람은 대통령이 되었고, 다른 한 사람은 전당대회를 거쳐 민주당의 대표가 되었다. 윤석열 대 이재명의 2라운드가 시작되었다. 누가 더 미운가를 가리는 혐오정치의 연장전이 벌어진 것이다. 비극적인 현실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문답회견(도어스테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문답회견(도어스테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2. 윤 대통령 권위주의, 독단적·무능…다른 쪽엔 추진력
   이재명의 표퓰리즘, 위험한 정치인…다른 쪽엔 '소구력'

 혐오정치의 주역이자 대상이라는 점에서 두 사람은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부정적 특성은 다르다. 먼저 윤 대통령의 리더십 특성을 살펴보면 취임 후에 도어스테핑(약식 문답 기자회견)을 하고 소통을 강조하지만 실제 인사방식, 화법, 태도 등에서 권위주의적 면모가 드러났다. 국민들의 시각도 다르지 않다.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유권자들은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부정적 평가 이유로 ‘경험과 능력이 부족해서’(30%)에 이어 ‘독단적이고 일방적이어서’(29%)를 꼽고 있다. 정권출범 초기에는 후자가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국정운영의 미숙함이 드러나면서 전자가 많아졌다. 반대로 ‘독단적이고 일방적’ 국정운영은 일부 열성지지자들에게 ‘강한 추진력’이라는 미덕으로 간주된다. 

이재명 대표는 포퓰리스트다. 일견 막말 시비, 대장동을 비롯한 개발비리, 법인카드 횡령, 변호사비 대납의혹 등 도덕성 시비가 더 돋보인다. 그러나 이재명 정치의 더 근본적 문제는 포퓰리즘이다. 포퓰리즘의 세 가지 특징으로는 국민이 최고의 주권을 가지며 모든 국가의 주요 정책결정은 '국민의 뜻'에 따라야 한다는 '국민 중심주의', 기성정치와 정치 엘리트를 부패한 것으로 보는 '반(反)엘리트주의' 그리고 국민과 엘리트를 이분법적 선악 구도로 몰고 가는 ‘이분법'을 들 수 있다. 미국 트럼프의 정치 행태에 그대로 드러나는 특징이다. 

이재명 정치에도 세 가지 특징이 모두 담겨있다. 그는 변방장수를 표방하면서 여의도 정치를 공격했다(반엘리트주의). 그는 대선 기간 중에 국민의 뜻이라는 이름으로 주요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바꿨다.(국민중심주의) 그의 대표 정책이었던 기본소득도 공약에서 사라졌다. 민주당 대표가 되기도 전에 전당원투표를 민주당의 최고의사결정 단위로 만드는 당헌개정을 시도했다. 당의 대의기구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다. 당 대표가 된 이후 취한 첫 조치도 당원의 목소리를 강조하고 당원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그의 포퓰리즘은 그에게는 양날의 칼이었다. 반대자에게는 그를 위험한 정치인으로 보게 만드는 특성이었고, 반대로 지지자들에게 강력한 소구력을 발휘해 오늘의 이재명을 만들어준 강점이 되기도 했다. 

제20대 대통령선거(3월 9일)를 코 앞에 둔 지난 3월 1일 이재명(민주당) 윤석열(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각각  서울 명동거리와 신촌 거리에서 집중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제20대 대통령선거(3월 9일)를 코 앞에 둔 지난 3월 1일 이재명(민주당) 윤석열(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각각  서울 명동거리와 신촌 거리에서 집중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3. 권위주의·포퓰리스트 정치인 동시 등장은 시민에게도 책임 

윤석열이라는 권위주의적 정치인과 이재명이라는 포퓰리스트 정치인의 한국정치에 동시에 등장하게 된 것은 어쨌든 유권자의 선택을 받았기 때문이다. 권위주의와 포퓰리즘이 유럽, 미국, 남미 등 전 세계적인 현상이 된 것도 해당 지역 국민의 지지를 얻었기 때문이다. 인하대 정동준 교수는 동아시아연구원(EAI)의 <2022 한국 유권자의 표심 읽기 시리즈>의 하나로 ‘권위주의와 포퓰리즘: '차악의 선택' 대선은 권위주의적이고 포퓰리스트적인 유권자를 집결시켰나?’라는 글을 기고했다. 정교수는 이 글에서 공급자 즉 정치 엘리트와 정당에 대한 분석이 아닌 수요자 즉 우리 국민의 권위주의적인 성향과 포퓰리즘적 성향에 대한 분석을 통해 지난 대선에서 나타난 현상을 설명하고자 했다.   

먼저 권위주의 성향은 정치체제에 대한 선호조사를 통해 간접 측정했는데, 절대다수(62.0%)가 '항상 민주주의 정부가 더 낫다'라 응답했지만 '어떤 상황에서는 권위주의가 더 낫다(21.9%)'는 응답도 무시못할 수준이었고, '상관없다‘는 14.5%였다. 응답자의 21.9%는 권위주의적 성향을 갖고 있다 할 수 있다. 권위주의 성향은 남성(25.1%)이 여성(19.5%)보다 높고, 18~29세가 29.2%로 60세 이상(20.4%)보다 높다. 이념적으로는 보수 27.6%, 중도 23.9%, 진보 13.0%의 순이다. 지지정당별로 국민의힘은 30.7%, 민주당은 17.6%, 무당파는 20.7%이다. 가계경제와 국가경제가 나빠졌다고 보는 사람일수록 권위주의 성향이 높았다.  

권위주의 성향과 투표 선택의 상관관계를 보면 ‘항상 민주주의’ 응답집단에서는 이재명 51.9%, 윤석열 42.1%로 차이가 크지 않지만, 권위주의 성향집단에서는 이재명 33.6%, 윤석열 60.4% 큰 차이를 보인다.(단 전체응답자 분포에서  이재명 45.1%, 윤석열 48.1%로 나타나 실제투표에 비해 투표참가자와 윤석열 투표자가 과대 표집됨) 이념 성향과의 연계를 보면 좌파 권위주의 집단에서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은 좌파집단 전체 지지율보다 낮으며, 우파 권위주의 집단에서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은 우파집단 전체 지지율보다 높다. 결론적으로 권위주의 성향은 좌우를 막론하고 보수 후보로 간주된 윤석열 후보에 대한 투표선택을 강화하는 쪽으로 작용했다. 

포퓰리즘 성향은 포퓰리즘의 대표적 특성 가운데 하나인 '우리 사회의 주요 정책결정 방식'에 대한 문항으로 측정하였다. 구체적으로, '귀하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정책은 국회나 정치인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일반 국민들에 의해 직접 결정되어야 한다는 견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5점척도 답변이다. 

응답율은 매우 찬성 31.6%, 찬성 41.0%, 중간 16.8%, 반대 7.6%, 매우 반대 1.9% 등이다. 찬성과 매우 찬성을 합하면 72.6%이다. 국회 및 정치인에 대한 높은 불신과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환상이 뒤섞일 우려가 있지만 어쨌든 매우 높은 수치다. 정 교수는 매우 찬성 응답자인 31.6%를 포퓰리즘 성향 집단으로 간주하고 분석을 시도한다. 성별에 따른 차이는 거의 없다. 세대별로는 권위주의 성향과 달리 40대(36.9%)와 50대(38.2%)에서 가장 높다. 포퓰리즘은 좌우를 가리지 않지만 진보 41.1%, 중도 29.6%, 보수 27.4%로 진보가 높게 나왔다. 

민주주의에 대한 만족도에 따라서는 불만족 집단이 33.4%, 만족 집단이 29.6%이었는데, 차이가 크지는 않지만 포퓰리즘이 기성정치에 대한 반감 그리고 엘리트주의에 대한 반감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주장과 일치하는 결과다. 지지정당별로도 민주당 지지자(40.9%)가 국민의힘 지지자(24.8%)보다 높고, 투표선택은 이재명 54.2%, 윤석열 40.1%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권위주의 성향과 포퓰리즘 성향을 분석해 본 결과 우리 국민들의 권위주의와 포퓰리즘 성향이 적지 않다는 점이 드러났다. 특히 아울러 정 교수의 지적처럼 오늘날 권위주의와 포퓰리즘의 부상에 대한 책임이 비단 정치 엘리트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지지하는 시민들에게도 있다는 점도 확인되었다. 특히 당내 경선에서는 합리적이고 다원주의를 옹호하며, 정제된 언어를 구사하는 후보들보다 극단적 입장을 취하는 후보들이 더 많이 승리하고 있다. 윤석열과 이재명은 이러한 현상의 산물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후 광주 서구 양동시장에서 한과를 들고 가격을 묻고 있다. (사진=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후 광주 서구 양동시장에서 한과를 들고 가격을 묻고 있다. (사진=뉴스1)

4.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등장은 양당정치의 취약성  

권위주의와 포퓰리즘 현상이 벌어지는 더 근본원인은 세계화 과정에 심화된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기성정당과 정치인의 무능, 이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 이를 정치적 계기로 이용하려는 포퓰리스트 정치인이 어우러진 결과다. 이번 대선을 계기로 한국정치에서도 뚜렷한 현상으로 부각되었다. 

비례성이 높은 선거제도로 다당제가 실시되는 나라에서는 포퓰리스트 정치세력이 새로운 정당을 만든다. 독일을 위한 대안, 이탈리아의 오성운동과 이탈리아의 형제들, 스페인의 포데모스, 오스트리아 자유당 등이 그 같은 사례다. 프랑스의 선거제도는 비례성이 낮은 대신 결선투표제도가 있어서 국민전선도 원내에 진출한다. 선거제도 덕에 포퓰리즘 정당이 쉽게 원내에 진입할 수 있고, 연정을 통해 집권하기도 한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성숙도가 높은 나라들은 포퓰리스트 정당을 견제하기 위해 나머지 정당이 이념을 초월해 힘을 합친다. 프랑스 국민전선의 마리 르펜이 매번 대선 결선투표에서 패배하는 배경이다. 포퓰리즘 정치와 극단정치로부터 그렇게 민주주의를 지키고 있다. 

단순다수제로 양당제가 정착되고, 특히 대통령제를 채택한 나라가 포퓰리즘에 더 취약하다. 그런 나라는 기성정당 안에서 포퓰리스트 정치인이 출현한다. 양당을 통하지 않고서는 본선에서 승리하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무소속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민주당 경선에 참여한 것도 같은 이유다. 과거에는 정당의 전통적 지도부가 극단적 정치인을 걸러내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등장에서 보듯 당내 합의를 통해 극단적 정치인을 걸러내던 기능은 무력화됐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후에는 전통적 공화당원들마저 트럼프에게 굴복했다. 트럼프는 미 공화당을 완전히 장악했고, 리즈 체니 하원의원처럼 트럼프에 반대하는 정치인은 하나둘 퇴출되고 있다. 

한국도 미국처럼 단순다수제, 양당제, 대통령제를 실시하는 나라다. 선거제도를 바꾸지 않는 한 새로운 포퓰리즘 정당이 자리잡기 어렵다. 그러나 양당 안에서 포퓰리스트가 등장할 가능성은 있다. 그리고 기성 정당 안에 일단 포플리스트가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 한순간에 당이 넘어갈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영입된 지 불과 4개월 만에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된 것과 완전한 아웃사이더이자 비주류였던 이재명 후보가 민주당 대선후보가 되고, 그 후 당을 장악하는 과정은 양대 정당이 얼마나 취약하고, 기성정치인들이 얼마나 무력한지 잘 보여준다.

윤석규는 서울대 인문대를 졸업하고 YMCA 경실련 등에 몸담아오다 DJ정부에서 청와대 시민사회국장을 지냈다. 2002년 노무현 캠프의 상황실장을 맡아 노무현 대선 전략의 밑그림을 그린 ‘정치전략통’이다. SNS 등에서 합리적 진보 논객으로 활동 중인 그는 날카로운 정치 분석으로 정평이 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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