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김건희는 수사 대상...통신자료 조회 대상

조선일보, 2017년 “통신조회는 사찰 단정 어려워”

→ 조선일보, 2021년 “통신조회는 전화 뒷조사, 사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30일 대구시 수성구 대구시당에서 열린 대구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 후보는 이날 발언중 공수처가 자신과 부인 김건희씨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을 거론하며 "공수처장을 당장 구속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30일 대구시 수성구 대구시당에서 열린 대구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 후보는 이날 발언중 공수처가 자신과 부인 김건희씨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을 거론하며 "공수처장을 당장 구속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뉴스1)

1. 통신자료 조회, 불법 사찰로 보기 어려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야당은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조회를 ‘불법 사찰’이라고 주장하며 선거 쟁점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통신자료조회가 ‘불법 사찰’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통신자료조회는 통신 수사를 위한 가입자 확인일 뿐이며, 과거 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사찰’ 등과 같은 ‘불법 사찰’로 보긴 어렵다. 수사기관이 수사 편의적으로 전화번호 가입자의 이름과 주소 주민번호를 확인하는 수단으로 통신자료 조회를 남발하고 있다면, 남용을 막기 위한 제도 개선의 문제일 뿐 사찰로 연결 짓는 건 억지에 가깝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는 법원, 검사, 수사기관 등이 ①재판 ②수사 ③형의집행 ④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 방지를 목적으로 할 경우, ‘공문’을 통해 통신자료(가입자 성명‧주소‧주민등록번호)를 제공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 수사 대상이 누구와 통화했는지 통화 상대방을 알려면, 전화번호를 통신사에 건네 가입자 이름과 주소 주민번호 등을 확인하는 절차에서 통신자료 조회가 이뤄지는 것이다. 민사 소송에서도 소송 당사자들이 상대방의 주소를 특정하기 위해 법원에 통신자료조회를 요청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통신자료 조회 문제를 ‘사찰 프레임’으로 점화시켜, 윤 후보와 야당의 ‘불법사찰 프레임’을 적극 거들고 있는 일부 언론조차도 과거 수사 기관의 ‘통신자료 조회’에 대해 “사찰로 단정 짓기 어렵다”고 해왔다. 윤 후보가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시기(2019년 7월~2021년 3월) 통신자료 조회는 무려 282만건에 이른다. 282만건이 사찰이 아니라면, 이런 수치 자체가 ‘통신자료조회=사찰’ 규정이 억지 논리라는 반증이다. 

2. 통신자료조회는 가입자 확인…통화내역 보는 통신사실확인과 달라
통신자료조회는 법원 허가 불필요…통신사실확인은 법원 허가 사항

조선일보는 12월 27일자 사설에서 “공수처가 영장도 없이 범죄와 직접 관련 없는 사람들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까지 몰래 뒤지는 ‘전화 뒷조사’로 무차별 사찰을 해왔다는 의혹이 연일 새로 터져나오고 있다”면서 공수처의 통신자료 조회를 ‘사찰’로 몰았다. (조선일보 12월 27일자 사설 '전방위로 번지는 공수처 사찰 의혹, 어물쩍 넘길 단계 지났다')

하지만 통신자료조회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 해당 전화번호 가입자의 통화내역을 파악하는 ‘통신사실조회’와는 엄연히 다르다. 통신자료조회는 해당 휴대전화번호의 가입자 이름과 주소 등 인적사항을 확인하는 행위에 불과하고, 전기통신사업법에 근거해 수사기관이 공문으로 요청하면 가능한 일이다. 현재 통신조회는 통신영장 등 법원의 허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검찰의 통신조회가 무려 연간 200만건 안팎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통신사실(통화내역)확인은 상대방의 전화번호, 통화 일시와 시간, 착발신 위치,  인터넷 로그기록, 접속지(IP)자료 등을 넘겨 받는 것으로 통신비밀보호법(13조)에 따라 통신 영장을 필요로 한다. 수사기관 등이 통신사실(통화내역)확인자료를 요청할 경우 수사기관 등은 요청사유, 해당가입자와의 연관성 및 필요한 자료의 범위 등을 기록한 서면으로 관할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법원이 얼마나 통화내역 영장을 엄격하게 따지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법적 요건으로 보면 무차별 통신사실(통화내역)확인이 이뤄지지 않도록 법원의 통제를 받고 있는 것이다. 

전화 번호 가입자의 통화 내역과 착발신 위치, 로그 기록 등이 전부 드러난다는 점에서 수사 대상이 아니거나 수사 대상과 연관성이 떨어지는 사람에 대한 통신사실확인이 이뤄졌다면, 이야말로 ‘사찰’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점에서 단순 가입자 조회인 '통신조회'와 통신사실확인을 명확히 구분해 '사찰'여부를 따질 필요가 있다. 

공수처는 출범 이후 올해 6월까지 상반기 동안 135건의 통신자료조회와 21건의 통신사실(통화내역)조회를 했다. 이에 비해 검찰은 같은 기간 59만7,454건의 통신조회와 3만8,524건의 통신사실(통화내역)조회를 했다. 윤 후보가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시기(2019년 하반기~2020년)에도 검찰의 통신자료조회는 184만건을 넘었고, 통신사실(통화내역)조회는 20만건 가까웠다. 

2017년 10월 11일자 조선일보 기사.
2017년 10월 11일자 조선일보 기사.

2017년 홍준표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수행비서가 통신자료조회를 당했다"며 "정치 사찰"을 주장해 논란이 불거진 적이 있었다. 당시 조선일보는 "통신조회는 사찰로 보기 어렵다"고 썼다. 조선일보가 당시 ‘통신조회’에 대해 팩트체크한 기사에 따르면 ”예를 들어 보이스피싱 범죄 피의자를 수사할 때 그의 통화 내역을 조사하는 게 통신사실 확인이고, 피의자의 통화 상대방 인적 사항을 알아보는게 통신자료 조회다. 통신자료 조회는 법원의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다. 이 때문에 연간 천만 건을 넘을 정도로 많이 이뤄지고 있다. (중략) 결론적으로 통신자료 조회는 통신수사의 한 수단일 뿐, 특정인을 겨냥한 사찰로 단정 짓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고 밝히고 있다. (조선일보 2017년 10월 11일 A08면 <홍준표가 말한 ‘통신조회’는 번호 주인 확인>)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는 최근엔 입장을 바꿔 번호 주인 확인과 번호 주인을 특정하는 것에 불과한 공수처의 통신자료조회에 대해 '무차별 사찰'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2017년 당시 홍준표 의원이 “정치 사찰”이라고 주장한데 대해 중앙일보가 쓴 기사 역시 조선일보의 시각과 별반 다르지 않다. “홍 대표가 당한 ‘통신조회’는 홍 대표의 통화 내역을 들여다본 게 아니라, 다른 수사를 진행하던 사정당국이 혐의자가 통화한 상대방이 누구인지 조사하는 과정에서 소유주를 확인하는 일반적인 ‘통신자료조회’인 것으로 확인돼 ‘사찰’ 주장은 무리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앙일보 2017년 10월 11일 <홍준표가 주장한 ‘정부의 통신사찰’ 알고보니...>)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통신자료를 확인했다는 것은 전화번호가 누구 것인지 모른다는 것”이라며 “전화번호 주인의 신원을 확인해서 뭔가를 하려고 할 수는 있겠으나, 전화번호가 누구 것인지 모르는데 사찰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얘기”라고 설명했다. 수사 과정에서 전화번호의 가입자가 누군인지 몰라, 그 가입자의 인적사항을 확인하기 위한 게 통신자료 조회인데, 누구인지 알고 특정인을 사찰한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는 뜻이다.  

3. 윤석열 김건희 통신자료조회 불법사찰?
"윤 후보는 고발사주 피의자, 핵심피의자 통화 상대방"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공수처에서 3차례, 중앙지검 4차례 등 모두 10번의 통신자료가 조회됐다. 김건희씨도 공수처와 중앙지검 등에서 7차례 조회된 것으로 드러났다. 야당 의원 70여명도 통신조회 대상이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윤 후보와 야당은 “불법사찰”이라며 “공수처장을 구속시켜야 한다”고까지 주장한다.  

하지만 윤 후보는 소위 ‘고발 사주’ 사건의 피의자이고, 29일 무혐의 처분을 받긴 했지만 그동안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경찰 수사 무마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 대상이었다. 김건희씨 역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등의 수사 대상 가운데 한명이었다. 수사 과정에서 공수처가 정확히 뭘 확인하기 위해 이들 전화번호의 가입자 정보를 확인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들이 통신자료조회의 대상이 됐다고 해서 사찰로 몰아가는 것은 정치적 공세다. 핵심 피의자인 손준성 전 수사정보정책관 김웅 국민의힘 의원 등의 통화 상대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윤 후보나 야당 의원들의 전화번호가 나왔다면, 전화번호 주인을 확인하기 위한 가입자 정보 확인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김진욱 공수처장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의 통신자료 조회와 관련 불법사찰 주장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스1)
김진욱 공수처장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의 통신자료 조회와 관련 불법사찰 주장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스1)

김진욱 공수처장은 30일 국회 현안질의에서 검찰 출신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나는 무슨 사건 때문에 털었느냐”고 따지자, “현재 수사 중인 고발 사주 의혹 사건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권 의원이 ‘제보 사주’ 의혹과 관련, 박지원 국정원장과 박 원장의 지인 통신 기록도 조회했느냐는 질문엔 “그 부분도 했다”고 답변했다. 수사 대상자와 통화한 전화번호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예외없이 통신조회됐다는 것이다. 

윤 후보의 통신자료조회와 관련해서도 “핵심 피의자의 통화 상대방으로 나와 가입자를 조회했는데, 그 번호가 윤 후보자의 번호였을 뿐이고, 입건 단계에서 가입자를 조회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4. 통신자료조회 남용은 제도 개선의 문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자료에 따르면 수사기관이 통신사에 통신자료조회를 할 경우 검찰은 문서 1건에 10개 안팎의 전화번호, 경찰은 5개 안팎의 전화번호 가입자 정보를 조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서 1건에 여러 건의 전화번호가 포함될 경우, 수사와 무관한 소위 ‘끼워넣기’식 조회가 이뤄지더라도 필요성 확인이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전체 정보 수사기관의 통신자료조회가 연간 1000만건 이상 이뤄지고 있는데, 이 때문에 시민단체 등에서는 통신자료조회 남용을 제한할 수 있는 법 개정을 촉구해왔다. 현재 헌법 소원도 진행 중인 상황이다. 

2017년 홍준표 의원이 ‘정치 사찰’ 주장을 했을 때 조선일보 기사는 “법조계에선 ‘정치권이 사찰 공방으로 몰고 가기보다 남용가능성을 막는 방안을 논의하는게 바람직하다’고 했다”고 썼다. (조선일보 2017년 10월 11일 A08면 <홍준표가 말한 ‘통신조회’는 번호 주인 확인>)

5. 윤 후보 불법사찰 주장 왜?...고발 사주 수사 무력화 노림수?

윤석열 후보는 뉴스버스의 고발사주 보도 이후 사실관계를 다투기 보다는 정치적 프레임을 씌워 공수처 수사를 흔들거나 무력화시키는 방식의 대응을 해왔다.

최근 공수처의 통신자료 조회를 '사찰'로 몰아가는 것도 공수처 수사를 무력화하는 한 방안인 것으로 보인다.

손준성 검사가 지난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손준성 검사가 지난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실제로 윤 후보 측의 '사찰' 주장이 언론보도를 통해 확산되면서 수사에도 영향을 미쳤다. 공수처의 수사력 부족으로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손준성 검사의 신병 확보에 실패하고, 윤 후보는 소환조차 하지 못한 상황에서 사찰 논란까지 벌어지면서 공수처는 더 이상 수사 진전이 어려울 정도로 수사 동력을 상실했다. 공수처가 손 검사를 불구속 기소하고, 선거법 위반 혐의 부분 등 나머지 수사를 검찰에 이첩할 것이란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윤 후보는 고발사주 사건 초기 대응 때도 '정치공작' 프레임 씌우기로 국면전환을 시도했다. 첫 보도 다음날인 9월 3일 장제원 의원, 김경진 언론특보 등이 '김웅-조성은 텔레그램 대화방' 조작설을 주장했고, 9월 8일에는 "저 하나 그런 공작으로 제거하면 정권 창출이 그냥 됩니까"라며 정치공작을 주장했다.

윤 후보는 고발사주 사건의 정보 제공자인 조성은씨에 대해서는 "제보자가 과거 여의도 바닥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다 알 것"이라며 메신저 공격을 했고, 조씨와 박지원 국정원장이 지난 8월 식사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제보 사주', '박지원 게이트' 라고 몰았다. 윤 후보 캠프 측에서 박 원장과 조씨가 만나는 자리에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경쟁자였던 홍준표 의원 캠프 측 이필형 조직본부장이 동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윤 후보 측이 제기한 정치공작 주장은 대부분 사실이 아니었다. '손준성 보냄' 메시지가 담긴 '김웅-조성은 텔레그램 대화방'에 조작은 없었고, 홍준표 캠프 관계자는 박 원장, 조씨와 함께 식사를 한 적도 없었다. 또 뉴스버스가 조씨에게서 고발사주 고발장 내용 등이 담긴 텔레그램 캡처 화면을 받은 시점은 조씨와 박 원장이 만나기 전인 지난 7월 21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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