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는 선거공보물에 ‘국민의힘’ 안철수 적어도 될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부인 김건희씨의 '허위 이력' 논란에 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부인 김건희씨의 '허위 이력' 논란에 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1)

"윤석열 후보 가족 의혹은 조국 시즌 2가 될 가능성 있죠." 
내가 11월 초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조민 씨의 단국대 논문처럼 'yuji(유지)'로 알려진 국민대 논문이 도마에 올라와 있고, 윤 후보 장모 문제는 윤석열판 웅동학원이라 할 만하며, 김건희씨 허위이력 문제는 조 전 장관과 부부가 합작해 위조한 ‘조민 7대 허위스펙’과 닮아 있다. 

배우자의 문제가 곧 후보자의 결격 사유는 아니다. 다만 유권자는 이런 상황에서 후보자가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참고하며, 대통령으로서 어떻게 일처리를 할 것인지 시험해본다. 내내 침묵하던 윤 후보는 12월 17일 사과를 한다면서도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경력 기재가 정확하지 않고 논란을 야기한 것 그 자체만으로도”라고 말했다. 거짓으로 기재한 것이 아니라 단지 정확하지 않았을 뿐이었는지, 사실과 맞지 않는 이력 기재가 왜 발생한 것인지는 모두 건너뛰었다. 심지어 그 이튿날 '허위 경력 의혹을 인정한 것이냐'는 질문엔 ‘노코멘트(No comment)’라며 뿌리쳤다. 

‘월간조선 인터넷판’은 17일 세간의 김건희씨 허위이력 의혹들에 대해 ‘단순 실수’또는 ‘가짜’ 라는 취지로 보도했다. 월간조선 보도는 국민의힘 조해진 의원에게 받은 자료를 취재 근거로 삼았다.

하지만 ‘월간조선’의 김건희씨 허위이력 반박 이후 상황은 더욱 고약하게 흘러가고 있다. 윤 후보가 직접 나서 설명하지 않는 것이 의아하지만, 일단 월간조선 보도 내용부터 따져보자.

‘월간조선’과 조 의원은 1998년 서울 광남중학교에서 교생실습을 한 것은 사실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김씨는 2004년 서일대에 낸 이력서에 ‘지난 강의경력’ 내역에 ‘1998 서울광남중학교 근무’라고 적었다. 교생실습은 근무가 아니다. 교생은 선생이 아니라 학생이고, 교육과정 중 2학점짜리 교육실습 강의를 수강한 것이다. 참고로 나는 교생실습 이력과 2급 정교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17일자 월간조선 보도. (사진=월간조선 홈페이지 캡처)
국민의힘 조해진 의원에게서 받은 자료를 토대로 김건희씨의 허위이력 의혹을 반박하는 12월 17일 월간조선 인터넷판 보도. (사진=월간조선 홈페이지 캡처)

‘월간조선’은 ‘김씨가 6개월 코스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경영전문석사를 한 것이 전부’라는 민주당의 주장이 '가짜'라고 보도했다.

월간조선 제시자료 및 보도 따르면, 김씨가 기재한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경영전문석사(EMBA)학위는 금요일과 토요일 집중 교육을 받는 2년짜리 과정이다. 6개월이냐 2년이냐의 기간이 다르다고 해서 김씨의 처사가 합리화될 수는 없다. 김씨는 국민대학교(2014) 이력서에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전공) 석사’라고 썼고 안양대학교(2013)에서는 ‘서울대학교 경영대학교 경영대학원’이라고 썼다. 실제로는 ‘서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경영전문석사’다. 직업인을 상대로한 경영자 과정이 아닌, 일반 정규 석사 학위처럼 돋보이려 했음을 추정할 수 있다. 

여러 이력서에 ‘영락여고’, ‘영락고’ ‘미술 교사’를 지냈다고 쓴 김씨는 실제로 영락여상 미술 강사를 지냈다. 「월간조선」에 따르면 윤후보측 관계자는 이들 학교가 같은 재단이라며 “두 학교 이름을 착각한 것”이라고 억지를 부렸다. 일각에선 단순 오기라는 주장도 있다. 그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선거 공보물에 ‘국민의힘 안철수 후보’라고 적어놓고 '단순 오기'라고 주장해도 될까. ‘1999년 김씨가 정교사 자격을 취득했다’는 것도 해명이 될 수 없다. 정교사 자격증을 지니고 학교에 근무한다고 정교사인 것은 아니다. 기간제 교사들도 정교사 자격증은 갖고 있다. 

김씨의 이력 표기 변천(?)을 들여다보면 변호할 마음이 싹 가실 것이다.

1) <서일대(2004) : 서울 영락고등학교 근무>, 2) <수원여대(2007) : 영락여자고등학교 미술교사 정교사>,  3) <안양대(2013) : 영락고등학교 미술교사(2급정교사)>.

1)의 ‘근무’는 사실 이내 표현이지만 교명이 틀렸다. 2)는 교명도 틀렸고 정교사로 근무한 것처럼 써놓았고, 3)에서는 ‘미술교사’라며 ‘강사’ 명칭을 거부(?)한 다음 ‘2급정교사’라는 자격증 소지 사실을 괄호안에 설명함으로써 강사가 아닌 '정교사 근무'처럼 포장했다. 

김씨가 2급정교사 자격을 취득한 것은 숙명여대 교육대학원에서 미술교육을 전공하면서였다. 김씨는 서일대(2004) 이력서에 '숙명여대 미술대학원 졸업'이라고 적었다. ‘교육대학원 미술 전공’이라고 적기가 그렇게 힘든가? 그는 한림성심대에 출강한 것을 '한림대 출강'이라고 표기하기도했다. '월간조선'은 김씨가 숙명여대 교육대학원 졸업 및 한림성심대 경력 증명서를 첨부했다며 “만일 속일 의도가 있었다면 졸업 증명서를 제출하지 않았거나 위조했을 것”이라고 두둔했다. 거꾸로 묻는다. 속일 수도 없는데 이력서에는 왜 그렇게 적었는가? 

조국사태 당시 나는 몇몇 ‘진보’ 매체의 조국수호에 치를 떠는 동시에, ’나중에 보수 진영은 이와 같은 일을 겪을 경우 진실의 편에 설 수 있는가‘라는 의문을 가졌다. 공교롭게도 조국 수사의 최고 책임자 집안에서 비슷한 일이 생겼다. 아직 ‘건희 수호’를 외치는 군중은 없다. 하지만 '월간조선' 보도는 교묘하게 사건을 축소하고 넘어가려는 신호탄이다. 윤석열도 조국처럼 타인에게 떠맡기고 계속 침묵할 것인가? 조국사태 시즌2가 임박했다.

김수민은 풀뿌리운동과 정당활동을 하다 현재는 지상파와 종편, 언론사 유튜브 방송 등에서 정치평론가로 활약 중이다. 팟캐스트 <김수민의 뉴스밑장> 진행도 맡고 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경북 구미시의회 시의원을 지냈다. 시의원 시절엔 친박 세력과 싸웠고, 조국 사태 국면에서는 여권 핵심 지지층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저서로는 <다당제와 선거제도>(eBook)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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