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영장으로 이뤄진 현장검증 증거를 2년 뒤 뒤집으려는 합수단

백해룡 경정이 지난 10월 16일 서울 송파구 동부지검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 합동수사팀 파견 명을 받고 첫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백해룡 경정이 지난 10월 16일 서울 송파구 동부지검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 합동수사팀 파견 명을 받고 첫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동부지검에 설치된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 검경 합수단’의 수사가 규명해야 할 핵심 의혹을 거슬러 수사를 거꾸로 하고 있다.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 합수단 구성은 2023년 1~2월 말레이시아 마약 운반책들이 인천공항과 김해공항을 제집 드나들 듯 2~6명이 떼로 마약을 몸에 두르고 10여 차례 이상 들어오는데도 거르지 못한 과정에 세관 내부 도움이 있었는지와 이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는지를 규명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마약합수단은 ‘세관 개입’이나 ‘수사 외압’ 의혹 보다는 2년전 서울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으로 이 사건을 수사했던 백해룡 경정의 수사를 흔들고 흠집을 내는 데 집중하는 모양새다. 합수단은 최근 조선일보에 “말레이시아 마약운반책들이 '세관원의 도움이 없었다'고 종전 진술을 바꿨다"거나 “마약운반책이 (세관원 안내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고 흘렸다.

 2년 전 백 경정의 마약 수사를 흔들어, 애초 '세관 마약밀반입'에서 시작된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이 마치 마약 운반책들의 허위 진술 내지 근거없는 의혹에서 비롯된 것 처럼 몰아가는 듯하다.

2023년 11월 10일 서울영등포경찰서 백해룡 경정팀이 현장검증을 하고 있는 실제 모습. 왼쪽이 C씨. 
2023년 11월 10일 서울영등포경찰서 백해룡 경정팀이 현장검증을 하고 있는 실제 모습. 왼쪽이 C씨. 

범행직후 현장검증과 2년 뒤 일방적 진술, 어느쪽이 신빙성 있을까? 

범행 직후 현장검증을 통해 확인한 사실과 2년이 지난 뒤 일방적 진술에 의존한 진술 가운데 어느 쪽이 신빙성이 있을까.   

세관 먀약 수사 외압 의혹을 주장하고 있는 백 경정은 2년 전인 2023년 11월 10일과 13일 현장검증용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말레이시아 마약 운반책 A,B,C 3명이 2023년 1월 27일 인천공항을 통과하는 과정을 재연하고 현장검증 조서로 남겼다. 

뉴스버스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을 통해 확보한 당시 현장검증 조서에 따르면 현장검증에 나온 A,B,C 3명은 이날 다른 마약 운반책 3명과 함께 몸에 필로폰 3.5~4.5kg씩을 두르고 인천공항 출입국심사대를 나온 뒤 세관원의 안내로 무사히 인천공항을 통과했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A는 마약을 몸에 감은 테이프가 살갖을 파고들어 피를 흘리는 바람에 늦게 나왔지만 B와 C는 출입국 심사대를 나온 뒤 세관원의 안내를 받아 1층 세관 4,5번 검색대를 통과했다고 진술했다. 이들이 타고왔던 KE672 비행편은 '일제 검역' 대상으로 지정돼 있어 농수산물 검역본부의 일제 검역을 거쳐야 했으나, 이들만 세관 검색대로 별도로 빠져나왔다. 이 과정을 세관원이 도와줬다는 것이다.

이들 운반책 3명은 이후에도 같은 수법으로 인천공항과 김해공항을 통해 마약을 운반하다, A와 B 2명은 2023년 9월 5일 백 경정팀에 검거됐고, C는 2023년 2월 27일 서울중앙지검 마약수사팀에 붙잡혔다. 

이후 A와 B는 서울남부구치소에 있었고, C는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상태였기 때문에 현장검증 전에 B와 C는 서로 만나거나 입을 맞출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B와 C는 현장검증 과정에서 2023년 1월 27일 마약 밀반입 당시 “세관원이 안내해줬다”고 진술하면서 인천공항 세관원 최모씨를 지목했다. 최씨는 당일 ‘연가’ 였다는 주장을 했으나, 마약운반책들이 들어오던 시점에 휴대폰은 'OFF' 상태여서 '알리바이' 가 증명되지 않았다. 최씨는 유심칩 3개를 사용한 사실도 드러난 상태다. 백 경정은 마약운반책들이 통관하던 시각, "최씨가 공항에 있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고 주장하고 있다.

관세청은 당일 최씨의 ‘연가’를 이유로 백 경정이 현장검증에서 확보한 진술 내용을 부인하고 있으나, 마약운반책의 인천공항 통과 시간은 오전 7시30분~8시30분으로 추정되고 최씨의 집은 인천공항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있다.

또 조선일보는 당시 마약 운반책 3명 가운데 1명이 현장 검증 도중 조현병(정신분열증)을 호소한 사실이 확인돼 합수단이 현장검증에서 마약 운반책들의 진술 신빙성을 따지고 있다는 취지로 보도(2025년 10월 25일자 10면)했는데, 그 당사자가 C씨다. 하지만 C씨가 세관원 협조자로 최씨를 지목한 것은 조현병 증상 호소 전이었다.

또 공항 보안구역에 들어가려면 출입증을 찍어야 하기 때문에 기록이 남는데 "출입 기록이 없지 않느냐"는 주장에 대해서도 백 경정은 수사 과정에서 “세관원들이 상주직원 통로가 아닌 여행객들 통로로 출입을 밥먹듯한 사실이 확인됐다” 반박하고 있다. 원래 세관원은 공항 상주 직원 통로를 통해 출입을 해야 하지만, 여행객들 통로로 출입할 경우 출입기록이 남지 않는다.

2013년 11월 13일 현장검증에서 말레이시아 마약조직 운반책들이 입국장 환영홀로 빠져나가는 모습을 재연하고 있다. 
2013년 11월 13일 현장검증에서 말레이시아 마약조직 운반책들이 입국장 환영홀로 빠져나가는 모습을 재연하고 있다. 

마약합수단이 2년 전 백 경정의 수사를 흔들고 있지만, 2023년 말레이시아 마약 운반책들이 떼지어 몸에 마약을 두르고 10여 차례 이상 드나든 2023년 1~2월의 상황은 실재하기 때문에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부터 규명하는 게 먼저다.

서로 각기 다른 곳에 수감돼 있다 현장검증에 나온  B와 C의 공통된 진술은 "세관 직원이 앞장서서 안내했고, 짐을 세관 검색대에 올렸을 때도 세관원이 필요 없다는 손짓을 해 세관 검색대를 무사통관했다"는 것이다.

말레이시아 마약조직원들이 2023년 1~2월 집중적으로 드나든 상황은 2023년 2월 27일 서울중앙지검이 김해공항에서 붙잡은 3명 가운데 한 명인 부두목급 조직원의 수첩에 기재돼 있었다.

현장검증 때 '세관원의 협조가 있었다'는 부분과 관련 A, B, C 세 사람의 진술을 요약한다.

▲  A의 진술
"마약은 배와 허벅지에만 부착했다. 비행기에서 내릴 때 피가 흘러내리고 있어 천천히 뒤처져 따라갔다. 세관원에 안내된 일행을 놓쳤으나 세관 구역에 들어서자 단발머리의 여직원이 다가와 세관 신고할 것이 있냐고 물었고, '없다'고 하자 녹색 라인(마샬 구역)을 따라 빠져나가라고 했다."

▲ B의 진술
"마약은 4kg을 휴대했고, 말레이시아에서 비행기 탑승 후 출발 전에 제복을 입은 세관 직원 2명의 사진을 조직원들 단체 채팅방에서 받았다. 말레이시아에서 마약을 두를 당시 사진을 찍었는데, 보스가 '사진을 찍어 한국 세관 사람들에게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출입국 심사대 통과 후 에스컬레이터 방향 기둥에서 세관 직원 2명이 서 있었고, 그중 한 명(젊은 직원)이 손을 흔들었다. 세관 직원이 앞장서서 인솔했고, 5번 세관 검색대를 통과했다." B는 당시 인솔 직원으로 최모씨를 지목했고, 5번 검색대 앉아 있던 직원으로 K씨를 지목했다. 

▲ C의 진술
"비행기 탑승 전에 세관 직원 2명의 사진을 (운반책 단체 채팅방에서) 받았다. 입국 심사대 통과 후 세관 직원 2명이 손을 들고 맞이했다. 세관 직원이 "말레이시아에서 왔냐"고 물어, "네"라고 답한 뒤 그들을 따라갔다. 세관 직원은 유니폼을 입고 있었고, 4번 세관 검색대를 통과했다. 4번 세관검색대 직원은 안경 낀 남자였다. 4번 검색대 통과 시 짐을 올리자 직원이 '필요없다'는 손짓을 하고 출입구 쪽을 가리켜 바로 빠져나왔다." C는 4번 검색대 직원으로 J씨를 지목했다.

[서울동부지검 마약합수단 관계자의 반론]

서울동부지검 합수단 관계자는 "합수단은 보안을 철저하게 유지하며 조용히 수사를 진행하고 있어 아무것도 안 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사실관계를 쫓아 아주 단단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사 내용은 공무상 비밀누설에 해당하기 때문에 밝힐 수 없다"고 했다.

/ 이진동 기자 jebobox@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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