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만 빽빽이 심는 산림 녹화, 경제성 없고 기후재난에 취약

탄소 저장력 강화 ‘평지 조림’에 성공한 핀란드∙중국에서 배워야

산림청 소속 대형 헬기가 최근 공주 합동 산불진화 훈련에서 물대포를 투하하고 있다. (사진=산림청 제공)
산림청 소속 대형 헬기가 최근 공주 합동 산불진화 훈련에서 물대포를 투하하고 있다. (사진=산림청 제공)


기후위기의 가속화로 대형산불과 산사태가 연례 행사처럼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산불이 ‘계절성 재난’에서 예측 불가능한 ‘연중∙대형 재난’으로 진화했다고 분석한다. 건조한 기후와 강풍이 맞물리면서 한번 발생하면 진화가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확산하고 피해 규모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빈번해진 대형산불과 산사태 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사후 복구’ 중심에서 ‘사전 예방과 회복력(Resilience) 강화’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아울러 산림 정책에도 일대 전환이 요구된다. ‘나무가 무성한 산’을 최고로 여기는 정책을 수십 년 써왔지만 기후재난에는 속수무책인 까닭이다. 핀란드와 중국 등 탄소 저장 능력을 키우는 평지 조림에 성공한 나라들의 산림정책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배경이다.  

모순 덩어리 한국의 산림 정책 

우리나라는 100년 넘게 조림 실패를 경험해왔다. 1945년부터 2023년까지 현 산림면적의 95%를 조림했지만, 무려 68%가 고사돼 사라지고 남아 있는 인공림은 27%(16%라는 주장도 있음)에 불과하다. 과거보다 활엽수림이 더 성숙해진 지금은 인공림 고사가 더 빨라졌다. 조림목보다 활엽수 맹아림의 성장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최근 10~20년 사이 조림지의 대부분은 벌목된 활엽수 맹아림이 되었다. 

국가별 산림면적 대비 인공 조림지 면적 비율을 보면, 한국(27%)은 영국(72%)·독일(48%)·일본(42%)보다 낮아 목재를 지속적으로 생산하기 위한 기반이 부실하다. 다른 나라는 인공조림에 성공하고 있는데 왜 유독 우리나라만 실패를 지속하는 걸까?

산에 나무를 심으면 산사태가 발생해 나무도 죽고, 사람도 죽는다. 결국 세금 낭비하고 산림만 파괴하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62.6%가 경사가 심한 ‘산’인데 주로 한 여름에 집중호우가 쏟아진다. 이에 따라 벌목지, 조림지, 임도(林道) 등에서 산사태가 집중 발생한다. 

우리나라 산림 경영은 적자 수렁이다. 1ha 조림하고 30년~40년 뒤 벌목해 나무를 팔면 1ha에 3,000만~4,000만원 적자라고 한다. 여기에 임도와 사방댐까지 건설했다면 적자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임도 비율도 매우 낮다.  독일(54m/㏊)·오스트리아(50m/㏊)·일본(23.5m/㏊)과 비교하면, 한국(3.6m/㏊)의 숲길 밀도는 부끄러운 수준이다.  목재 수급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구조다.

국토의 3분의 2가 산인데 목재 자급률은 17%

우리는 자라면서 귀가 닳도록 국토의 3분의 2가 산림이어서 농토가 협소하고 가난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논리적 설득력이 없다. 일본도 국토의 70%가 산지이고 스위스 캐나다 독일 등 부자 나라들도 산이 많다. 

정작 우리 국민이 쓰는 나무 제품 중 국내에서 생산된 목재의 비율은 17%에 불과하다. 그 마저도 대부분 펄프와 같은 저급재로 활용된다. 어린이 가구용 목재는 독일에서 얻고, 가공은 중국에서 하고 있다.  과연 우리는 목재 자급이 불가능한가? 

일본의 목재 자급률은 우리 두 배 수준인 36%에 달한다. 국토의 약 48%가 산림으로 덮여 있는 오스트리아는 목재 자급률이 100%를 넘는다. 제재목, 종이제품 등으로 목재를 가공해 유럽연합(EU) 국가들에 수출도 한다.  독일은 우리 두 배 면적의 산림을 보유하고 있지만 목재 자급률은 76%에 그친다. 산림면적이 목재 자급의 척도는 아닌 셈이다.

핀란드 평지 산림과 중국 평지 임업

핀란드는 국토의 75%가 평지 산림이고, 10%가 호수다. 우리와는 지형과 기후가 완전히 다르다. 여기서 ‘숲’과 ‘산’은 전혀 다른 말이다. 핀란드 숲에는 소나무, 가문비나무, 자작나무 등이 자란다. 벌채와 재조림을 반복해 숲을 순환시키며 일정 크기에서 베어내고 다시 키운다. ‘숲을 오래 두는 것’이 아니라 ‘숲을 오래 쓰는 것’이 그들의 전략이다.

핀란드는 계획적인 벌채와 조림 사업을 통해 경제성 높은 숲을 조성해왔다. (사진=skogforsk 홈페이지)
핀란드는 계획적인 벌채와 조림 사업을 통해 경제성 높은 숲을 조성해왔다. (사진=skogforsk 홈페이지)


중국은 세계적인 오동나무 수출국이다. 원래 잘 자라는 오동나무를 더 빨리 자라도록 품종을 개량해 평지에도 오동나무를 많이 심었다. 이렇게 중국 정부는 평지에 대규모 인공 조림을 추진하고 녹화 사업을 실시해 생태 환경을 개선했다. 특히 삼북방호림(三北防護林: 중국의 동북, 화북, 서북에 위치한 고비사막의 확장과 모래바람을 막기 위해 조성되고 있는 숲) 프로젝트는 사막화를 억제하고 토양 침식을 방지하는 큰 성과를 거두었다.

벌채 규제가 산불과 낮은 목재자급률의 한 원인

모든 생물이 그러하듯 나무도 유년기·성장기·성숙기·쇠퇴기를 거친다. 쇠퇴기에 이른 나무는 병충해에 약하고 탄소 흡수량도 떨어진다. 그래서 과거 임업인들은 나무의 생활 주기를 고려해 나무를 베는 시기를 정했다. 생산에 드는 비용과 목재를 팔았을 때 얻는 수익을 두루 고려해 벌채 시기를 정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산림 보호를 이유로 벌기령(나무를 벌채할 수 있는 수령)을 법으로 정했다. 소나무와 참나무는 50년, 낙엽송은 40년이 되기 전까지 나무를 베지 못한다. 더욱이 맹목적 환경론자들에게 벌채는 죄악으로 간주된다. 그 결과 산림은 우거지고, 해마다 산불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온 국민이 산림녹화에 열을 올렸던 1960~70년대 심은 나무들이 어느덧 40~50령이 되었다. 벌채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더욱이 지난해 규제 완화의 일환으로 적게는 10년, 많게는 25년까지 벌기령이 단축됐다. 벌채가 가능한 산림 면적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벌기령에 도달한 나무는 벌채하는 것이 맞다. 물론 모든 숲을 손대자는 것은 아니다. 목재 생산기능이 우선시되는 산림에 한해 벌채해야 한다. 산림청은 2014년 11월 전국의 산림을 6개 기능으로 구분해 고시했다. 벌채가 가능한 목재 생산림의 면적은 전체 산림면적의 3분의 1인 약 211만㏊에 달한다. 더디게 자라는 숲을 오래 두는 게 정답이 아니다. 벌목 후 조림하면 나무들이 더 잘 자란다. 목재 산업은 돈이 되는 중요한 경제 산업이기도 하다.

벌채로 산도 지키고 탄소저장도 늘리는 핀란드

핀란드 숲의 나무는 위도가 높은 탓인지 생장이 더디고 오래 키워도 굵지 않다. 당연히 대경목(大莖木: 줄기의 직경이 30㎝ 이상) 생산이 어렵다. 그래서 계획적인 벌채와 재조림을 반복하며 숲을 관리해왔다. 전체 산림의 약 10%는 국립공원과 보호구역으로 두고, 나머지는 산업적으로 활용한다. 숲의 연령 구조도 고르게 유지된다.

목재는 작은 탄소저장소다. 목재를 오래 사용하는 만큼 탄소 저장을 늘릴 수 있다. 핀란드의 숲은 해마다 1억m³ 이상 새로 자란다. 그 중 약 7,270만m³를 수확하는데, 수명이 10~15년 정도로 탄소를 저장하는 제재목은 2,730만m³(37%)에 불과하다. 반면 절반 가까운 47%는 저장된 탄소가 대기 중으로 돌아가는 펄프용이고 16%가 가정용 연료 등으로 쓰인다. 즉 베어진 나무의 63%가 짧은 시간 안에 다시 탄소로 회귀하는 셈이다.

핀란드는 최근 새로운 방식으로 제재목을 활용해 탄소 저장을 늘리고 있다. 2019년 건설된 14층 높이의 학생 기숙사(Lighthouse Joensuu)가 대표적이다. 이 건물은 벽체와 바닥에 얇은 목재(제재목)를 층층이 겹쳐 붙여 강도를 높인 구조재를 사용해 탄소 저장을 늘리는 효과를 톡톡히 봤다.

한국 숲, ‘산 숲’이 아니라 ‘평지 숲’을 찾을 때다

경사도 높은 산에서 목재를 구하는 시대는 지났다. 핀란드와 중국처럼 평지에서 목재를 생산해 탄소를 저장하는 시대가 됐다. 우리도 국토의 62.5%를 점하는 산지에만 숲을 조성할 게 아니라 놀리는 휴경지 등에 나무를 심어야 한다. 평지 임업은 산악지형에 비해 장비와 인력 투입이 쉽고 벌채 비용도 매우 저렴하다. 특히 목재 생산관리가 용이하기 때문에 탄소 저장 능력도 향상될 수 있다. 

도시 근교의 공원, 유원지, 학교 숲, 산림공원 등은 평지 숲 가꾸기의 대표적인 대상이 될 수 있다. 생태통로나 선형 숲(가로수 길, 바람 길) 조성도 평지 숲 가꾸기의 일종이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마을 숲(둘레길) 가꾸기 사업도 성공적인 모델일 수 있다. 도로변에 완충 녹지를 조성하면 목재 생산과 함께 환경개선 효과도 기대된다. 도로변 농지에서 생산된 농산물은 대기오염 축적의 위험이 상존하고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도시숲을 포함한 평지 숲 가꾸기는 나뭇잎이 미세먼지를 흡착·차단해 쾌적한 대기환경에 도움이 되며, 나무 그늘과 증산(蒸散) 작용으로 여름철 기온을 낮춰 도시 열섬 문제를 해결해 준다.  뿌리가 토양을 고정하고 빗물을 흡수해 도시 침수에도 대응할 수 있다. 이제 숲 가꾸기는 산림 중심의 '임업 생산'과 '산사태 예방'에서 한 걸음 나아가, 국민 삶 속으로 스며드는 '도시 생활기반 시설' 및 '생태계 서비스' 제공자로서의 역할로 확장해야 한다. 

이인형은 가치공학(Value Engineering)분야 국제공인 CVS자격증을 보유한 프로젝트 컨설턴트다. 서울대 농학과를 거쳐 연세대 대학원 경제학과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한국신용정보에서 기업 평가·금융VAN업무를 맡았고, 서울대 농생대에서 창업보육 업무를 했다. 지금은 소비자 환경활동 보상 플랫폼을 구축 중이며, 개인신용정보 분산화 플랫폼도 준비중이다. 금융‧산업‧환경‧농업 등이 관심사다. 기후위기 대응 세계적 NGO인 푸른아시아 전문위원이면서, ESG코리아 경기네트워크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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