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정장에 뿔테 안경, 마스크 쓴 채 등장...변호인단 “공소사실 모두 부인"
“피고인(김건희) 생년월일은 며칠인가요?”
“72년 9월 2일입니다.”
“직업은요?”
“무직입니다.”
“강상면 병산리가 본적 맞나요?”
“네.”
우인성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형사 27부)의 질문에 김건희씨가 차례로 대답했다. 불과 5개월여 전만해도 대통령 영부인 신분이었던 김씨는 자신의 직업을 ‘무직’이라고 답변했다.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냐는 질문엔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24일 오후 2시 12분쯤 서울중앙지법 서관 311호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건희씨 관련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출범한 지 84일만이다.
검은 정장에 흰색 셔츠, 안경과 마스크를 쓴 김씨는 주변의 부축을 받으며 법정에 들어섰다. 머리는 희끗하게 새어 있었으며 재킷 왼쪽에 수용번호 ‘4398’번이라고 적힌 뱃지가 눈에 띄었다.
김씨가 들어서자 언론사들의 촬영이 이어졌다. 이날 재판은 공판 개시 전 촬영이 제한적으로 허용됐다. 김씨 측은 “여론 재판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불허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약 100여명이 참석 가능한 법정은 취재진과 방청객들로 가득찼다.
특검팀의 공소사실 진술과 함께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다. 김형근 특검보를 비롯한 8명이 출석했는데 김 특검보는 김씨의 혐의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명태균 여론조사 관련 정치자금법 위반 ▲건진법사 통일교 청탁 관련 특가법상 알선수재로 특정했다.
이어 “도이치모터스 관련 김씨에게 불리하게 진술을 번복한 증인들에 대한 신문을 통해 신속한 재판을 진행하려 한다”며 “명태균 관련해선 명의 정치적 지위와 역할, 피고인과의 접촉 경위, 공천개입을 이해할 수 있도록 증인신청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건진법사 알선수재와 관련해선 총 40명 이상의 진술을 확보했고 휴대전화 메시지, 녹음파일, 업무수첩, 주차내역, 영수증 등의 서류가 있다며 증거능력을 판단하는 서증조사 때 관련해 진술하겠다고 설명했다.
김씨측 변호인단은 3가지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변호인단은 “자본시장법 위반은 이미 혐의 없음 결정이 내려졌다. 특정 시기만을 두고 주가조작이라고 하는데 타당한지 모르겠다”며 “피의자는 공모하지 않았고 인식하지도 못했다”고 반론했다.
이어 “명태균과 별도의 계약도 지시도 없었다. 이미 공신력 있는 조사가 진행되고 있던 상황인데 별도의 조사를 실시할 이유가 없었다”며 “통일교 청탁도 알지 못하고 샤넬 가방을 전달 받은 사실도 없다. 언론에 따르면 윤영호가 배달사고가 있다는 취지로 전성배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보도되는데 그게 이 사건 실체가 아닌가 싶다”고 주장했다.
우 부장판사는 올해 12월 말까지 증거조사를 모두 마칠 계획이다. 그는 특검팀과 변호인단에 양해를 구하며 추석연휴가 끝난 10월 15, 22, 24, 29일 증인신문을 진행하고 11월부터는 매주 수요일, 금요일 오전 10시 10분에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최대한 협조하겠다"면서도 "아직 증거기록의 열람 및 등사도 전부 못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에 재판부는 “피고측 자료 검토 시간 확보를 위해 10월에는 주신문을 일괄 진행하고 11월부터 반대신문을 하는 방식으로 시간을 단축하자"고 제안했다. 재판부가 빠른 시일 내 증거조사를 마무리하려는 것은 사건이 방대하고 진술 증인만 76명에 이르는 만큼 재판이 지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한편 김씨는 재판 도중엔 거의 말이 없다가 재판이 끝나자 자리에서 일어나 이동하며 변호인단과 오래 대화를 나누며 법정을 빠져나갔다. 김씨는 공판 준비기일인 26일에는 출석하지 않지만, 25일 특검 소환에는 응한다는 계획이다. 특검팀은 세 가지 혐의 외에도 김씨가 김상민 전 부장검사에게서 받은 1억4,000만원 상당 이우환 화백의 그림을 뇌물로 보고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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