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실에 AI를 앉혀라 : 당신의 조직이 바뀐다
일부 기업은 회의실 한쪽에 빈 의자를 두고 ‘고객의 자리’라 부른다. 언제나 고객 관점에서 생각하고, 고객의 목소리를 잊지 말자는 상징적인 장치다. 이제 우리는 여기에 ‘AI 직원의 자리’를 더해야 한다. AI를 회의실에 의도적으로 초대해, 사람과 동등한 위치에서 사고의 파트너로 앉히는 것이다.
AI와 브레인스토밍…AI, 집단지성의 촉매제가 되다
과거에는 회의 중 검색을 하거나 즉석에서 답을 찾는 일은 예의에 어긋나는 것으로 여겨졌다. 수십 장의 보조 자료를 미리 준비해와야 했고, 현장에서 실시간 정보 탐색을 한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AI가 회의실에 앉으면서, 정보 탐색과 아이디어 발굴의 방식이 혁신적으로 바뀔 수 있다.
리더는 단순히 업무를 지시하는 대신, AI에 프롬프트(지시문)를 주듯 명확한 목적과 기대 결과, 참고 자료를 제시한다. 팀원들은 AI와 함께 자료를 조사하고, 데이터와 트렌드, 예상하지 못한 인사이트를 수집한다. 다음 날 회의 테이블 위에는 인간이 작성한 보고서가 놓인다. 보고서 작성 때도 AI가 역할을 하지만, 회의에 참석을 시키면 그 역할은 더 커진다.
AI는 단순히 답을 찾는 역할을 넘어, 의도적으로 반대 의견(Devil’s Advocate)을 제시하거나, 논의의 방향을 흔드는 질문을 던져 토론을 깊게 만든다. 이는 기존에 한 방향으로 쏠리던 의견이나 침묵을 깨는 데 효과적이다.
예를 들면, “어제밤 미국에서 발표된 경제 뉴스 중에, 우리가 아직 반영하지 못한 내용이 있을 것 같아요. AI로 확인할게요” 라고 할 수 있다.
브레인스토밍이 신통치 않거나, 의견이 한 방향으로 쏠릴 때, 리더는 AI에게 내용을 간단히 요약해주고 역발상의 아이디어를 요청할 수 있다. 현재 내용은 비용 절감에만 집중돼 있으니, 반대로, 프리미엄 고객군이나 ‘가치 상승’을 점검해보자는 답이 나올 수 있다.
AI는 눈치 보지 않는다. 객관적인 데이터와 논리로만 말하기 때문에 조직 내 침묵이나 권위주의적 분위기도 자연스럽게 완화된다. 리더 역시 AI의 반론을 계기로 논의의 포인트를 확장하고, 새로운 실행 방안을 설계할 수 있다.
회의가 끝나면 팀원들은 현장으로 나가 고객을 만나고, 시장을 관찰하며, 경쟁사의 움직임을 살핀다. 현장에서 얻은 정보는 다시 AI와 인간의 대화에 투입되고, 보고서는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다.
이 과정에서 팀원들은 리더의 전략적 사고와 AI의 반론, 시나리오를 접하며 사고의 틀이 확장된다. 불필요한 보고서 작성에 소모되는 시간은 줄고, 남는 시간에는 더 많은 현장 경험과 실행의 기회를 잡는다. 회의실은 이제 단순한 혹은 지리한 보고 공간이 아니라, 창의적 아이디어를 생생하고 임팩트 있게 논의하는 장이 된다.
AI를 잘 쓰는 조직이 경쟁력을 갖는다
특히 회의 문화에 질문이 없고 침묵이 대부분이라면 AI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조직원이 침묵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정말 몰라서 말을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리더의 의견이나 이미 굳어진 컨센서스에 반기를 들고 싶지 않거나, ‘말해봤자 소용없다’는 무력감 때문일 수 있다. 이럴 때, 눈치 보지 않고, 객관적인 데이터와 논리로만 말하는 AI가 침묵을 깨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AI의 적극적 활용에는 보안 문제가 걸림돌이 된다. 그래서 기밀 정보와 전략 논의는 내부 전용 AI 시스템에서 처리하고, 트렌드 분석이나 아이디어 발굴 등은 외부 AI 도구를 활용하는 혼합 전략이 필요하다. AI 활용의 범위와 목적을 명확히 구분하고, 데이터 보안 체계를 갖추는 것도 필수적이다.
AI를 회의실에 앉혀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조직은 브레인스토밍의 깊이와 실행 속도, 결과물의 차별성에서 확연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AI는 침묵을 깨고,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며, 인간의 한계를 보완하는 집단지성의 촉매제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될 것이다.
결국 '리더가 AI를 얼마나 잘 쓰는가'의 여부가 곧 조직의 지적 생산성을 결정하게 된다. 당신의 회의실에는 AI의 빈자리가 마련되어 있는가? AI로 회의실의 판을 바꿔야 할 때다.
김희연은 기업전략 컨설턴트다. 씨티은행에서 출발, 현대·굿모닝·신한·노무라 증권의 IT애널리스트를거쳐 2008년 LG디스플레이로 자리를 옮겼다. 금융·증권· IT·제조 분야 폭넓은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LG디스플레이에선 여성 최초로 사업개발·전략·IR·투자 및 신사업을 총괄하는 최고전략책임자(CSO)에 올랐다. 지난해 퇴임뒤엔 AI 콘텐츠 융합 및 AI 시대 기업 전략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뉴스버스에 AI관련 글을 연재하고 있다. AI시대 기업과 직장인들의 ‘생존법’을 담은 저서 <공감지능시대: 차가운 AI보다 따뜻한 당신이 이긴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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