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한민국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들여다보면 마치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하다. 지브리풍, 지금 가장 뜨거운 감성 코드다. 누구나 한 번쯤 자신의 사진을 올려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스튜디오 지브리 특유의 섬세하고 따뜻한 스타일로 변신시켜 봤을 것이다.

하지만 지브리풍 이미지를 만드는 데서 멈추지 말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보자. 감동의 순간, 꼭 기억하고 싶은 사진 한 장으로 AI에게 시를 써보게 하는 것도 해보자. 

한 달 전, 인생 첫 마라톤으로 YMCA 10km 대회에 도전했다. 최근 큰 수술을 마친 친구의 건강 회복을 기원하며 함께 뛴 마라톤이었다. 러닝을 좋아했더라도 아팠던 친구가 묵묵히 달리고 있는데 멀쩡한 내가 어찌 걸을 수 있을까 싶어, 친구의 속도에 맞춰 끝까지 뛰었다. 숨이 턱턱 막히고 마지막 1km를 앞두고는 온몸의 근육과 정신이 비명을 질렀지만, 이미 9km를 달려온 게 아까웠고, ‘첫 마라톤을 완주하면 친구가 꼭 완쾌되게 해주세요’라는 기도를 마음속으로 외치며 결국 피니시 라인에 도착했다. 결승선을 통과하자마자 다리가 풀려 그대로 주저앉았고, 그 장면을 친구가 사진으로 남겨주었다.

글 내용에 맞춰 챗GPT가 그려낸 삽화. (자료=뉴스버스)
글 내용에 맞춰 챗GPT가 그려낸 삽화. (자료=뉴스버스)

몸은 너무나 힘들고 고통스러웠지만 완주의 기쁨으로 마음은 벅찼던 그 순간을 글로 남기고 싶었으나, 어떤 문장도 그날의 내 마음을 담아내지 못했다. 그래서 그 사진을 챗GPT에 올리고 별다른 설명도 없이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 내 사진만으로 “시를 써줘”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AI는 이렇게 썼다.

숨이, 
내게 묻는다. 

“이쯤이면 멈춰도 되지 않겠니?” 
나는 웃지도, 울지도 못한 채 
그저 앞으로, 한 걸음 더. 
무너진 무릎 위에 햇살이 내려앉고, 
고개를 들어본다. 

끝은 거기, 
내가 간 자리. 
오늘, 나는 나를 이겼다.

나는 만족했지만, 당시 마음속으로 빌었던 소원을 말해주며 다시 요청했다. 

“그때 정말 힘들고 포기하고 싶었어. 하지만 친구의 건강 회복이라는 소원을 꼭 이루겠다는 마음으로 끝까지 갔어. 그 간절함을 담아 다시 써줘.” 그리고 다시 돌아온 시는 이랬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도 멈출 수 없었어. 
포기하고 싶은 순간마다 나는 내게 말했다. 
“그 소원, 꼭 이룰 거야.” 
넘어져도 좋다고, 느려도 괜찮다고, 
그저 끝까지 가기만 하면 된다고 
내 안의 내가 날 끌고 갔어. 

누구는 시간으로 달리고, 
누구는 기록으로 달리지만 
나는 간절함으로 달렸어. 

오늘, 
내가 끝까지 간 건 
다리가 아니라 마음이었어.

어떤가? AI는 단순히 정보를 정리하는 기계가 아니다. 때로는 내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흩어진 감정의 파편을 시라는 형태로 묶어주고, 내면의 울림을 단어로 구체화해준다. AI는 이제 당신의 생각, 감정, 스타일을 반영하는 ‘디지털 페르소나’가 된다.

다시 그 사진을 챗GPT에 건네며 “지브리풍으로 바꿔줘”라고 말했다. 그러자 사진 속 나는 어느 봄날 햇살 아래, 벚꽃 같은 미소를 머금은 지브리 영화 속 주인공으로 변해 있었다. 무겁던 고통의 순간이 한 편의 동화로 되돌아온 것이다.

이제 우리는 마음속으로만 간직하던 것들을 AI를 통해 눈에 보이는 형태로 만들어낼 수 있다. 

이번 주, 한 번 시도해보라.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 한 장, 혹은 오래된 가족사진 한 장을 챗GPT에 보여주고 “이 사진을 보고, 한 편의 시를 써줘”라고 말해보라. 그렇게 만든 시와 지브리풍으로 변환한 그림은 당신의 추억과 순간을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감성 자산으로 바꿔줄 것이다. 마음속으로만 품고 있던 것들, 이번 주엔 AI와 함께 세상 밖으로 꺼내보라. 

AI와 함께라면, 당신도 시인이 된다.

김희연은 기업전략 컨설턴트다. 씨티은행에서 출발,  현대·굿모닝·신한·노무라 증권의 IT애널리스트를거쳐 2008년 LG디스플레이로 자리를 옮겼다. 금융·증권· IT·제조 분야 폭넓은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LG디스플레이에선 여성 최초로 사업개발·전략·IR·투자 및 신사업을 총괄하는 최고전략책임자(CSO)에 올랐다. 지난해 퇴임뒤엔 AI 콘텐츠 융합과 AI 시대 기업 전략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뉴스버스에 AI관련 글을 연재하고 있다. AI시대 기업과 직장인들의  ‘생존법’을 담은  저서 <공감지능시대: 차가운 AI보다 따뜻한 당신이 이긴다>(오른쪽)가 4월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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