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는 1993년 ‘자식과 마누라 빼고 다 바꾸어보자’는 캐치프레이즈로 유명한 ‘신경영’ 선언과 동시에 형제간 그룹 분할 체제에 들어갔다. 창업주 이병철 생존시부터 장자인 이맹희와는 승계와 관련 분란이 있었던 만큼, 삼성가의 정통성 시비 등 CJ와 갈등을 제외하고는 이인희의 한솔 그룹, 이명희의 신세계 그룹 등으로 원만하게 분리 작업에 성공했다.
이학수를 중심으로 한 삼성 재무라인들이 실무를 진행하였다. 동시에 이들은 이재용 삼남매의 경영 승계를 위한 씨드머니 마련 등 밑작업도 병행하였다.
문재인 정부, 5공말 전두환과 신현확 합친 역할
문재인 정부는 5공말 삼성 창업자 이병철에서 2세 이건희로 경영권이 넘어갈 때의 전두환 대통령과 TK대부 신현확의 지위를 합친 역할을 하는 듯 보인다. 정부는 이건희 사후 ‘이건희 컬렉션’으로 지어지는 ‘이건희 기증관’을 이순신, 세종대왕 동상이 서 있는 서울 광화문에서 살짝 비켜난 송현동 부지에 세우려 한다. 대통령의 초등학교 친구인 황달성 ‘이건희 기증관 종로유치 민간추진위원회’ 공동대표가 유치 구호를 외치고 있지 않나. 블랙코메디이다. 이병철 장남 이맹희의 친구인 전두환도 퇴임 두달 전까지 반도체 투자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장비 수입 관세율을 50%에서 0%로 만드는 등 삼성을 위해 진력했으나, 문화패권의 영광까지 부여하지는 않았다.
이재용이 재구속돼 감옥에 있는 동안 삼성가 3세로 넘어가는 상속이 마무리되었다. 홍라희는 삼성가의 가장 큰 어른이며,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 개인 최대주주(2.02%)로 국내 부호 2위 자리에 올랐다. 이건희는 삼성전자 지분 4.18%를 비롯해 삼성생명 20.76%, 삼성물산 2.88%, 삼성SDS 0.01%, 삼성전자 우선주 0.08% 등을 보유하고 있었다. 홍라희가 원래 갖고 있던 삼성전자 지분 가치가 4조원 정도였다. 상속으로 인해 7조원 정도가 합해져 11조원 규모이다. 삼성가는 보유중인 삼성전자 지분중 홍라희 0.40%, 이재용 0.40% 등 총 1.62%가 상속세 연부연납 납세를 위해 법원에 공탁되어 있다. 한편 홍라희의 삼성전자 보유 지분 0.37%는 금융권에 담보로 질권이 설정되어 있다.
이건희의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SDS 보유지분은 법정 비율대로 상속됐지만 삼성생명 지분은 이재용이 절반을 상속받았다. 홍라희는 자기 몫의 삼성생명 지분을 상속받지 않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21년 7월12일 기준 이재용이 보유한 지분 가치는 15조2003억 원으로 국내 부호 1위, 홍라희가 11조1759억 원으로 2위, 이부진이 7조5655억 원으로 국내 부호 4위를 차지했다. 이부진은 삼성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의 지분 6.19%, 삼성생명 지분 6.92%, 삼성SDS 지분 3.9%, 삼성전자 0.93%의 지분을 확보하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적 리스크까지 지면서 이재용은 가석방으로 풀려나왔다. 향후 홍라희의 지분은 어디로 갈 것인가?
나는 2015년 7월 31일, 리츠칼튼 호텔에서 3시간여 가진 정준명 전 삼성저팬 대표와의 대화를 뚜렷이 기억한다. 정준명은 이병철, 이건희 양대에 걸쳐 비서를 지낸 인물이다. 이재용에 대해서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잘안다고 말했다.
“ 경주 이씨 집안의 유교적 전통이 있다. 이건희 회장은 호암의 3년 상을 지낸 1990년 이후부터 자신의 행보를 본격화했다. 그 첫 번째가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었다. 미국, 유럽을 다니며 클래식카 시승및 컬렉션에 관심을 가졌다. 독일 아우토반에서는 당시 최신차를 시승하기도 했다.”
이건희는 1993년 ‘신경영’ 선언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경영철학을 펼치기 시작한다.
핵심 재무라인 부산 경남 인맥-->덕수상고 라인으로
이재용은 삼성가의 3년상 전통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국정농단 사건 형집행을 다 마치지 않고 나온 가석방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여론, 향후 수년간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삼성 바아이오로직스 사기 회계 사건 재판 등으로 이재용의 행보는 의외로 활발하지 않을 수 있어 홍라희의 역할이 의외로 커질수 있다. 다만 그녀 역시 고령(76세)으로 건강상 변수가 있다. 홍라희가 가진 삼성 그룹 자산은 이건희와 달리 사후 상속 방식보다는 사전 유언장에 명확히 담길 것으로 보인다. 이건희 체제 유지를 위한 관리 실무는 이학수 김인주 등 부산ㆍ경남 인맥의 재무 라인이 맡은 반면, 이재용 체제에서 이 역할은 삼성전자 사업TF 정현호 사장과 삼성전자 CFO인 최윤호 사장이 맡아하고 있다. 최윤호는 삼성이 인수한 하만(Harman)의 등기임원을 겸한다. 사실상 그룹 서열 2, 3위의 위치인 이들은 덕수상고 선후배 사이이다. 이건희 체제 이학수, 김인주는 범 PK 인맥에 속하지만 고교 선후배 사이는 아니었다.
홍라희는 이건희 사후 향후 벌어질지 모르는 이재용 삼남매간 갈등을 조절해야 할 삼성가의 큰 어른일 뿐 아니라, 삼성 그룹의 지원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보광그룹 및 한국 최대의 미디어 집단인 중앙일보‧JTBC에도 직접 영향을 미치는 자리에 있다. 홍라희의 재산 전부가 이미 한국 최대 부호 자리에 오른 자녀들에게 이전되지 않을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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